다양한 ‘게임’의 정의가 있어왔지만, 게임이 '구조화된 놀이(Structured play)'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게임의 핵심은 ‘놀이’다. ‘예술의 기원’은 ‘놀이’로 부터라는 연구가 이론적으로 입증(후이징아, 카이와 등)된 지 오래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게임은 구조화된 예술’인 셈이다. 이에 힘을 실어주듯, 저명한 해석학적 미학의 창시자 ‘가다머’는 예술을 ‘게임’으로 규정한 바도 있으며, 2011년엔 미국대법원에서 ‘게임’을 예술로 인정했다. 예로부터 이 ‘예술’은 권력자들과 귀족들의 점유물이었다.
‘예술을 모르면 미개하다’는 진부한 경구에 동의하듯, 소득수준이 높아진 우리나라 중산층들은 경쟁적으로 ‘예술 소비자’ 대열에 합류함으로 ‘예술을 모르는 미개함’으로부터 벗어난 지 오래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예외다. 몇몇 국회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예술' 형식 중의 하나인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은, ‘놀이’와 ‘예술’의 본질인 ‘게임’을 전혀 모르는 채 그 순기능을 무시하며, 학부모들과 일부 개신교인들을 필두로 여타 종교의 힘까지 결집시키고 있다. 겉으로는 ‘게임이든 뭐든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자는 게 과연 나쁠까 생각을 해달라’며,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원’할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대한민국 정신과의사 집단의 숙원사업’을 도모해온 ‘미개한’ 정황이 여럿 포착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출신 신의진 국회의원은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포괄하는 법안(가칭, 신의진 법)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원스톱 '중독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여, ‘게임’에 빠질 청소년들을 미리 관리 예방하여 ‘구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작 신의원은 ‘재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포기한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킨 새누리당에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세월호 사태에서 300여명의 안타까운 생명 중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비례대표 11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번 시드를 배정받은 그는 여당에서 신임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세월호 참사 발생 일주일 후,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이 한창이었던 진도 팽목항을 찾아 '현장 응급의료소'를 둘러본 뒤, '안산은 잘 되는 데 (진도) 현장 응급 의료소는 잘 안 된다. 말해서 깨버려라'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현장 의료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한 마디 던지고 가는데 당황스럽다.(중략) 그런 사람은 안 오는게 돕는 거다'며 반발했고, 이후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묻는 현장 취재진을 피해 급히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동행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사화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한 안하무인격인 행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는 '게임'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개신교 단체를 끌어들여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구원' 받는 것이라고 성도들의 단합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국회에서 '범 종교 시민사회 200인 선언 및 토론회’라는 허울을 앞세워, 다른 종교계까지 끌어들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을 자극하여, 게임과 학업성적과의 반비례 방정식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게임탄압은 집요하고 지속적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곳의 대표와 일부 변호사들도 각종 토론회에 등장하여, 청소년의 건강과 성적에 해악을 주는 '게임'이야말로 척결되어야 하는 부모들의 공공의 적이라는 주홍글씨의 '낙인'을 더 깊고 진하게 새기는 중이다. 납득할 수 없는 근거 부족한 어설픈 짜깁기 통계자료들을 들이대며, 학부모들을 겁주며 신 의원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유명 대학의 정신과의사들도 앞장서서 '게임 뇌'와 DSM-5 라는 근거 박약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논거들을 내세워 학부모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게임은 해악'이라는 공식에 동조하도록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다. 정말 정신과 의사들이 맞나 할 정도의 비의학적인 잣대, 아니 비상식적인 근거들을 대면서 게임을 중독물질로 몰아간다. 심지어는 4대 중독법에 게임'을 빼느니 '마약'을 빼라는 유아적 발상의 ‘생떼’까지 부린다.
생떼를 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생떼는 강하게 뭔가를 요구하는 미취학아동들이 자주 보여주는 습성이다. 강하게 요구사항을 관철하여, 그에 따른 심한 보상을 받기 위함인데, 과연 이렇게 심하게 생떼 부리는 이유가 무얼까 ? 그 생떼에 따른 보상은 무엇일까 ? 이미 여러 가지 정황들이 포착이 되고 있다. 내부자료에,버젓이 '정신의학계의 숙원사업'이라고 쓰여있는 문건에서 보여지 듯, 이 생떼의 본심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면, 게임인들은 무엇을 하는가 ?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것인가 ?
우선, 가까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집에서 출퇴근 때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온라인 까페, 블로그 그리고 게임웹진 등에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댓글과 포스트부터 시작하자. 솔선하여 전면에서 게임중독법 반대하는 ‘게임인’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도 좋다.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게임중독법 찬반투표에도 한 표를 꼭 행사하자. 게임관련 토론회에 참석하여, 게임중독법의 왜곡과 게임순기능을 알리자.
더 나아가, ‘의학적 중독‘과 ’게임’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명확한 규명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체계적인 게임연구(인문사회과학, 인지과학 등)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게임 예술 인정 법안에도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원마련도 게임인들과 게임기업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당장 여러분들의 SNS 계정에,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글이나 기사를 올리는 것은 어떨까 ?
김정태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갤럭시안>을 유난히 좋아해 학창시절 내내 거의 매일 오락실에 들락거렸다. 대학 때, 인디게임회사 설립 경험이 있으며, 대기업에서 게임제작, 인큐베이팅, 퍼블리싱을 수행했고, 게임개발사, 게임미디어, 게임아카데미, 지스타, 미국 현지 게임회사 등의 조직구축과 운영을 해왔다. 현재는 동양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게이미피케이션·게임예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게임인연대 페이스북 : //www.facebook.com/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디스이즈게임'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