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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어그러진 모바일 생태계 역사 속 '컴프매' 부가세 논란

'컴프매' 부가세 논란을 계기로 들여다본 모바일 생태계와 컴투스 이야기

임상훈(시몬) 2015-07-07 10:14:17

7월 1일 <컴투스 프로야구 for 매니저>(이하 <컴프매>) 이슈에 관심이 갔습니다. 현재 상황은 홀리스79(정혁진 기자)의 기사를 보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더 들여다 봤습니다. 개별적으로 느끼는 불만과 의구심은 크겠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소소한 문제였습니다. 큰 맥락에서는, 정말 분노해야 할 훨씬 더 거대한 구조적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시몬(임상훈 기자)


 

1. 컴투스 USA 이야기 

 

2005년 12월 컴투스의 임동욱(Don Lim)은 미국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컴투스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의 시작이었다. 막막했다. 네트워크도 약했다. 브랜드도 미미했다.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모바일게임을 유통시키는 방식은 한국과 비슷했다. 먼저 이동통신사를 뚫어야 했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통사는 미국 모바일게임 생태계에서도 '슈퍼갑'이었다. 버라이존(미국 1위의 이동통신사) 담당자를 만나는데 7개월 걸렸다. 사당에서 을지로를 가는 게 아니었다. LAX(LA)에서 볼티모어 공항까지 날아가야 했다. 

 

북미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컴투스 게임을 알리고 임동욱(Don Lim).

 

이국땅에서 힘든 사업을 하다보니 한국에서 상상도 못할 일도 생겼다. 2위 이동통신사인 AT&T의 정책 변경으로 컴투스에 불똥이 튀었다. 직접 서비스를 못하게 됐다. AT&T에서 게임성을 인정하며 다른 퍼블리셔를 통한 입점을 제안했다. 컴투스는 게임빌 US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컴투스 게임을 게임빌이 퍼블리싱하는 유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임빌의 미국 진출도 컴투스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게임빌 이규창(Kyu Lee)은 2006년 2월 LAX 근처에 미국 사무실을 열었다.)

 

브랜드를 알리는 건 더 어려웠다. 한국에서 <미니게임천국>의 컴투스는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미국에서는 '듣보잡'이었다. 시장은 크고 달랐다. 마케팅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한국에서 쓰는 마케팅 방법이 쓸모가 없었다. 돌파구를 찾았다. 디즈니와 제휴를 맺었다.

 

 

2. 아이폰과 앱스토어, 그리고 컴투스

 

2007년 1월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죽여주는 물건을 선보였다. 아이폰이었다. 그해 6월 29일 애플스토어에는 긴 줄이 서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기존 휴대폰 업체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컴투스에게는 기회였다. '앱스토어'라는 신기한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됐다. 이동통신사 로비에 줄줄이 앉아서 담당자 미팅 순서를 기다리곤 했던 모바일게임 회사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컴투스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2008년 7월 애플 앱스토어가 열렸다. 컴투스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해 12월 <이노티아>를 출시했다. <이노티아>는 앱스토어 유료 RPG 장르 1위에 올랐다. 이듬해 나온 <홈런배틀 3D>도 잘 나갔다. 

 

 

 

애플은 컴투스가 맘에 들었다. 터치와 틸트 등 아이폰의 고유 기능을 살린 게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앱스토어에 컴투스 게임 배너를 만들어 띄워줬다. '피처링'이라는 말이 국내에서는 별로 안 알려졌던 시대였다. <홈런배틀 3D>는 1만 여개의 애플스토어에 데모게임으로 깔렸다. 미국 지상파 애플 광고에도 함께 노출됐다. 앱스토어 1주년 30대 베스트 게임에 한국 게임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앱스토어에는 게임 개발사들이 몰려들었다. 모두 애플 담당자를 만나고 싶어했다. 이메일 외의 연락처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만나기 무척 어려웠다. 컴투스는 달랐다. 컴투스 미국 법인에서는 앱스토어에 게임을 속속 올렸다. 2009년 12월까지 9개의 게임이 올라왔다.

 

 

3. 한국 모바일 생태계의 앙시앙 레짐(구체제)

 

아이폰은 2009년 11월 국내에 발매됐다. 태평양을 건너오는데 2년 5개월이 걸렸다. 이미 3GS였다. 한참 늦었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강고한 첫 관문은 '위피'였다. 

 

 
아이폰은 출시 이후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했다.

 

2000년 초반 한국의 작은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이통사마다 다른 플랫폼(일종의 OS) 때문에 고생했다. 통신사 별로 게임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국가적인 자원 낭비였다. 2004년 3월 정보통신부는 이런 불편과 낭비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형 표준 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를 의무화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모든 휴대폰에는 위피가 깔려있었다. 이런 나라는 없었다. 엄청난 플랫폼이었다.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와 휴대폰 업체는 덕을 봤다. 해외 업체들에게는 장벽이었다. 해외 업체가 한국에 휴대폰을 출시하려면 위피를 안고 나와야 했다. 해외 개발사도 위피 기반의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일종의 보호무역 장벽이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이런 구조가 좋았다. 해외 휴대폰 업체들은 한국 시장 진출을 꺼렸다. 노키아는 위피 때문에 한국 시장 진입을 포기했다.

 


 

애플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이 고개를 숙일 회사는 아니었다. 한국이 중국처럼 큰 시장도 아니었다. 2007년 애플의 출시국가 목록에서 한국은 빠졌다.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겹겹이 쌓인 뒤 위피 탑재 의무는 2009년 4월 폐지됐다.

 

두 번째 걸림돌은 국내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저항이었다. 아이폰은 '담달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입이 계속 늦춰졌다. 그럴 듯한 소문이 났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정부에 로비를 하며 아이폰 수입을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고, SK텔레콤은 그에 따라 아이폰 도입을 미뤘다는 기사가 2010년 1월 일간지 1면에 나왔다. 논란이 일자, 기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삭제됐다.  

 

2012년 5월, 이석채 KT 회장은 "혁신의 아이폰을 도입했지만, 우리는 두 재벌회사가 그렇게 강력한 차단에 나설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사내 직원들에게 보냈다.

 

패권을 쥔 대기업과, 그들을 통제하기 편한 정부는 기존 질서가 좋았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글로벌 모바일 환경 변화에서 고립됐다. 뒤쳐졌다. 대부분의 국내 게임회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디스이즈게임도 그랬다.

 

KT에서 아이폰의 첫 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담달폰의 오명을 겨우 벗어났다.

 

 

4. '고자'라고 불리던 한국 앱스토어

 

아이폰은 발매됐지만, 모바일게임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게임이 그 위에 정식으로 얹혀지기까지 2년 더 걸렸다.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한국 앱스토어는 '고자'라고 불렸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이 발목을 잡았다. 게임 카테고리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2011년 11월 열렸다.

 

'게임산업진흥법'은 모든 게임이 사전에 등급분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수많은 게임을 사전 등급분류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프로세스였다. 따라서 2009년부터 법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셧다운제' 항목이 걸려 있었다. 셧다운제 찬반 논쟁에 휘말려 개정안 처리는 2년을 질질 끌었다. 

 


당시 한국의 앱스토어에서는 게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2년 동안 일부 개발사는 심의를 받지 않고, 해외 앱스토어에서만 게임을 올렸다. 심의를 받은 게임은 국내는 '엔터테인먼트'에, 해외는 '게임' 카테고리에 올려졌다. <앵그리버드>가 하고 싶은 게이머는 미국 앱스토어 계정을 만들었고, 미국 기프트 카드(를 긁으면 나오는) 키를 구입했다. 

 

2011년 5월 오픈마켓 자율심의안을 담은 게임진흥법 개정안이 셧다운제와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11월부터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생겼다. 다른 나라들보다 3년 4월 뒤처졌다. '빨리빨리'로 유명하고, '다이나믹 코리아'를 CNN에 광고했던 대한민국에서 생겼던 일이었다.

 

2007년 6월 아이폰 출시

2008년 7월 애플 앱스토어 오픈

2009년 11월 아이폰(3GS) 국내 발매

2011년 11월 한국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 오픈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센터 오픈


과거 한국 게임 관계자들은 일본 게임계를 '갈라파고스'라고 낮춰봤다. 세계적인 콘솔게임 강국이었지만, 인터넷 생태계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고립된 처지를 꼬집은 비판이었다. 한국은 이런 것도 일본을 따라했다. 온라인게임 강국의 지위에 안주하며 모바일 생태계의 변화에 뒤쳐지고 고립됐다. 스스로 갈라파고스를 자초했다.

 


2011년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오픈되면서 게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컴투스를 제외한 대부분은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들 뿐.

 

 

5. 컴투스의 글로벌 중심 전략,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부가가치세법

 

컴투스는 운이 좋았다. 미국 지사의 경험을 통해 갈라파고스를 벗어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앱스토어가 잠재력을 인식했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첫 1년 동안 9개의 게임을 론칭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앱스토어가 한국에서 열리기 전, 컴투스 게임들은 당연히 미국 법인 이름으로 미국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에 올라갔다.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한국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상을 탔던 <슬라이스잇!>도 그런 예다. 애플 본사에 의해 '피처링' 됐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31개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앵그리버드>에 이어 앱스토어 2위를 차지했던 <슬라이스 잇!>.

 

컴투스나 게임빌은 미국을 베이스 삼아 앱스토어를 통한 글로벌로 퍼져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①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 생태계는 파죽지세로 커져나가던 중이었다. ②한국에서는 게임을 올릴 앱스토어나 게임 카테고리가 없었다. ③​과거에는 각 국가별 진출을 위해 그 나라 이통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철저한 '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앱스토어 등을 통해 컴투스의 해외 성과가 두드러졌다. 컴투스는 다른 한국 개발사의 게임도 서비스했다. 미국이나 해외 시장을 노린 회사들은 미국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론칭되는 것을 선호했다.

 

2011년 11월 한국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게임 카테고리가 생겼지만, 전략적으로 달라질 일은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았다. 게다가, 2012년까지 컴투스 한국 시장의 중심축은 티스토어와 올레마켓이었다. 한국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보다 2배 이상 벌었다.

 

하지만, 한국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의 오픈은 살짝 미묘한 문제를 낳았다. 컴투스 뿐만 아니라 게임빌도 마찬가지였다. 부가세와 관련된 이슈였다.

 

로컬 법은 글로벌 환경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아날로그 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이 그랬다. 정부 당국은 티스토어나 네이버 앱스토어 등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와 국내 앱 개발자에게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반면 앱스토어나 구글 마켓 같은 해외 오픈마켓 운영자와 해외 앱 개발자에게는 부가세를 물리지 못했다. 물릴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가세 부과에 대한 가치평가와 별도로, 명백한 역차별이었다.

 

한국산 게임이고, 한국 앱스토어에 있지만, 미국 법인 계정으로 올렸다면 부가세를 낼 방법도, 거둘 수단도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 포커스를 맞췄던 컴투스나 게임빌 게임들이 그런 경우에 속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매출의 규모가 작아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6. 카카오톡 게임센터의 초기 버프를 놓친 컴투스와 게임빌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센터가 열렸다. 카카오톡은 게임센터 오픈 전 컴투스와 게임빌을 찾아갔다. 그들의 게임을 원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투톱의 게임이 없는 게임센터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과 자체 플랫폼에 포커스를 두고 있던 때였다. 컴투스에게는 2010년 11월 오픈해 가입자 3,000만 명을 확보한 '허브'가 있었다. 게임빌에게는 '라이브'와 '서클'이 있었다. 카카오톡 게임센터는 경쟁자였다. 매출액 대비 21%의 수수료도 마뜩잖았다. 카카오톡의 대시를 거절했다.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등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하트를 뿅뿅 뿌리며 카카오톡 초기 게임은 센세이셔널한 히트를 기록했다. 카카오톡 게임센터의 버프를 받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규모는 폭발했다. 2012년 89%, 2013년 191%의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의 위상이 확 달라졌다. 매출 규모에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등 시장이 됐다. 하루 매출이 1억~10억 사이로 찍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했다. 국내 단일시장에서 모바일게임 하나가 버는 규모가 확 늘어났다. 티스토어와 올레마켓보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의 매출이 부쩍 늘었다. 

 

카카오톡 게임센터의 반대편에 있던 컴투스와 게임빌은 이 변화를 부럽게 지켜봐야만 했다. 그 사이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같은 신생 개발사가 '갑툭튀' 했다. 넷마블, 4:33 같은 모바일 퍼블리셔는 퍼블리싱 시장을 먹어갔다. 늦었지만, 컴투스와 게임빌은 다시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 포커스를 뒀던 전략이 수정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모바일게임은 for Kakao를 달고 나와야 성공할 수 있었던 시절이 도래했다.

 

 

7. 컴투스와 게임빌의 전사적 전략 수정​ 

 

2013년 5월 게임빌은 <다크어벤저>를 퍼블리싱했다.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미국 법인 계정으로 앱스토어 등에 올렸다. 게임은 터졌다. 그 때까지 게임빌 게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거뒀다.

 

그런데, 애매한 문제가 있었다. 글로벌 매출 중 국내 비중이 꽤 됐다. <다크어벤저>만 그랬던 게 아니다. 비슷한 시기 나온 다른 게임들도 국내 매출 중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비중이 올라갔다. 카카오톡 게임센터가 바꿔놓은 생태계의 변화를 게임빌도 직접 느꼈다. 게임빌은 이 때부터 세금 이슈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가가치세가 개정, 시행되기 전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서비스 주체를 국내로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주체를 옮기는 데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 동안 서비스 주체를 맡았던 미국 법인의 매출이 떨어진다. 미국 오피스의 규모나 사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 변화는 명백했다. 본사의 전략적 기조 변경을 지사가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발사는 달랐다. 퍼블리셔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매출도 잘 나오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이라면 더욱 그랬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매출 10% 날아가버리는 것을 반가워할 개발사는 거의 없다. 좀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14년 11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론칭한 <다크어벤저2>의 서비스 주체는 게임빌 한국 법인으로 바뀌었다.

 


게임빌과 컴투스의 전략 변경은 카카오톡부터 처음 적용됐다. 각각 2013년 6월과 7월 이후 카카오톡에서 오픈한 게임은 모두 한국 법인 계정으로 올라왔다. 그 전에 론칭했던 <트레인시티 for 카카오>, <에어펭귄 for 카카오>, <말랑말랑목장 for 카카오> 등은 모두 미국 법인 계정으로 등록됐었다.

  

(​)카카오 게임들의 계정 변경은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2014년 1월부터는 모든 게임을 한국 법인에서 올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2013년 10월 게임빌에 인수된 컴투스 게임도 같은 기조를 따랐다. 다만, 기존에 미국 법인 계정으로 올린 게임들의 업데이트 버전(ex. <컴프매 시즌3>)은 계속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 또한 미국 지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직접 소싱한 외국 게임은 미국 법인 계정으로 올리는 것은 허용했다.

 

컴투스를 '하드캐리'하고 있는 <서머너즈워>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원빌드 전략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2014년 4월 한국 법인 계정으로 출시했다. 출시일이 5개월 전이었다면 미국 법인 계정으로 올렸을 게임이다.

 

 

8.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안의 시행 이후 드러난 표기 실수 

 

2014년 12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5년 7월 1일 시행되기 시작했다. 한국 오픈마켓에 비해 이익을 얻었던 애플이나 구글은 10%의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 <클래시오브클랜>이나 <캔디크러시소다> 같은 해외 게임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게 더 큰 이슈거리 후보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대신 ​<컴프매> 부가세 논란이 불거졌다.  

 

컴투스와 게임빌은 마켓의 차이와 상관없이 같은 게임의 아이템 소비자가격을 동일하게 매겨왔다. 문화상품권이나 신용카드 등 결제 수단의 차이와 상관 없이 게임 아이템 가격이 동일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한국과 달리 유럽 온라인게임은 결제방법에 따라 아이템 가격이 달라진다. 결제방법에 따라 수수료에 차이가 있고, 이를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프매>는 동일 소비자 가격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 7월 1일 이전 티스토어에 사용했던 인터페이스(부가세 포함)를 앱스토어 등에서 그대로 사용해버렸다. 7월 1일 부가세법 개정안 시행 당일에는 잠깐이지만 같은 아이템을 동일한 소비자 가격에 제공한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뜨렸다.

 

특히 '부가세 포함'이라는 문구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게임사는 실수였다고 주장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속았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나는 해당 팀의 실수라고 추정한다. 같은 조건, 즉 미국 계정으로 올라온 다른 컴투스 게임들의 앱스토어 구입 확인창에는 '부가세 포함'이라는 문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맥락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소비자는 분노했다. 나는 덕분에 한국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역사와 컴투스와 게임빌의 전략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불만이 있는 유저들에게는 욕먹을 소리지만, 컴투스와 게임빌은 오히려 칭찬을 받을 지점이 있다. 계속 미국 계정으로 게임을 올렸다면 부가가치세법 개정 이전에는 부가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 2013년 6~7월 이후 2년 동안 출시된 게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내기로 한 선택은 인정받아야 한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초장부터 우물 안 개구리로 짜여진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안타까웠다. 그 우물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것보다, 독식하는 것을 겨루는 덩치 큰 개구리들 이야기는 나중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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