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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딴지]킬러타이틀 없는 지스타, 뭘 보나?

고려무사 2005-11-08 14:30:07

게임쇼에 도우미나 이벤트 보러 가는 거 아니잖아요. 게임 보러 가는 건데 볼 만한 게 없어요.”

 

지스타를 지켜보는 게임업체들의 시각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 60개 부스를 신청한 업체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스타는 국내 게임쇼중 최초로 151개 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

 

하지만 게임쇼의 명성은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가하는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신작이 공개되는가. 과거 E3나 도쿄게임쇼가 세계적인 게임쇼로 이름을 날린 것도 유명개발사들에게 신작발표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신작공개는 겨우 7개 업체

 

이번 지스타에서 신작을 공개하는 게임업체는 모두 7. 엔씨소프트가 <SP JAM>을 공개하고 그라비티도 <페이퍼맨>과 새로운 미공개신작을 선보인다. 이외 이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조이온, 유니아나 등이 새로운 게임을 들고 나온다.

 

얼핏 많아 보이지만 조이온의 <거상2>를 빼곤 모두 캐주얼게임이다. 캐주얼게임을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업체의 주력 타이틀에 대한 공개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이후 웰메이드 게임으로 내세운 <아이언>의 공개를 미루고 플레이엔씨를 홍보하는데 주력키로 한 데 이어, NHN 역시 11월에 공개키로 했던 차기 간판 타이틀 <R2 프로젝트>를 보여주지 않고 기존에 공개했던 <권호> <건스터>만으로 지스타에 참가한다. 한술 더 떠 윈디소프트는 지스타를 이틀 앞두고 지스타가 아닌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별도의 신작발표회를 가졌다.

 

넥슨과 웹젠, 손오공, 한빛소프트는 업체에게 할당된 가장 큰 규모로 지스타에 참가하지만 신작공개가 전혀 없다. 다만 기존에 발표한 게임 영상을 수정해 다시 보여주는 정도다. 최근 게임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네오위즈, CJ인터넷, 엠게임, 액토즈소프트 등은 아예 참가조차 않는다.

 

 

"차라리 온라인게임 전문 전시회를"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왜 국내 최초의 통합게임쇼인 지스타에서 신작을 보여주지 않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업체 나름의 변명거리는 있다. 봄에는 E3, 여름에는 차이나조이, 가을에는 도쿄게임쇼에서 이미 신작들을 선보였는데 겨울에 열리는 지스타까지 준비하기에는 여력이 없었다는 말이다.

 

또 지스타 조직위원회에서 보여준 일련의 게임쇼 준비과정은 게임업체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일부 업체는 차라리 5개월 정도 참았다가 내년 E3에서 신작을 보여주는 게 더 큰 홍보효과를 얻을 것 같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국제적인 게임쇼를 표방했지만 해외 게임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문제다. 게임쇼에 대한 색깔이 불분명하고 홍보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온라인게임 게임쇼로 차별화를 했더라면 그나마 많은 해외업체들이 관심을 가졌지 않았겠느냐는 한 게임업체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볼 대목이다.

 

실제 국내 게이머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던전 앤 드래곤즈 온라인> <반지의 제왕 온라인> <다크 앤 라이트> 등의 해외 기대작을 이번 지스타에서는 볼 수 없다.

 

또 최근 활발하게 온라인게임 개발에 뛰어든 일본 게임업체들의 참가도 전혀 없다. 최근 그라비티를 인수하며 화제가 됐던 겅호의 <에밀크로니클 온라인> <그란디아 온라인>과 스퀘어에닉스의 <판타지 어스> 등은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스타에 나오지 않는다.

 

 

세계 TOP10 퍼블리셔 중 소니만 참가

 

게임쇼에 대한 애매한 포지셔닝때문에 해외 온라인게임 업체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비디오게임 개발사가 대거 참여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부스를 차리면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문제는 이들 비디오게임 퍼블리셔들이 지스타를 통해 공개하는 신작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스타 조직위는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메탈기어 솔리드 3: 서브시스턴스> <소울칼리버 3> <위닝일레븐: 아시아 챔피언십> 등의 비디오게임이 지스타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메탈기어 솔리드 3: 서브시스턴스>는 이미 지난 E3나 도쿄게임쇼에서 공개된 작품이고 지스타를 통해서는 일부 온라인 대전모드를 보여주는 정도다. <소울칼리버 3>도 국내에서 정식으로 소개가 안됐을 뿐 이미 북미지역에서 발매된 타이틀이다. <위닝일레븐: 아시아 챔피언십>은 일본판에 들어있던 ‘J리그를 한국의 ‘K리그로 바꾼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참가하지 않으면서 Xbox용 게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한글화 문제 등으로 이번 지스타에서 새로운 게임타이틀을 공개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세계적인 게임배급사 'TOP10'중 소니를 제외한 EA, 비벤디,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비전 등의 게임들을 이번 지스타에서는 볼 수 없다.

 

 

게임리그-이벤트 보러 전시장 가나

 

이 같은 신작타이틀의 부재를 조직위원회는 이벤트, 리그전 등 게임 이외의 것들로 메우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일부에서 지금은 없어진 ‘KAMEX(대한민국게임대전)’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 이번 지스타를 평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지스타는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의 대의명분을 세워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가 아니다. 전시회 관람객들은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힘을 합쳐 국내 최초의 통합게임쇼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게임쇼 자체를 즐기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