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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e스포츠, 이제 "비난과 혐오"는 그만두자

희생양 찾는 '비난'보다는 합리적 '비판'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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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2-04-22 18:03:22
언제부턴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커뮤니티에는 '혐오'가 많아진 것 같다. 확실히 최근 커뮤니티는 응원하는 팀에 대한 덕담보단 화나 있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가 결정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 인선과 지나친 일정 관리 논란은 이런 기조가 더해지면서 가장 확실하게 현재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비판은 어느샌가 비난으로 바뀌어, 화살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감독을 맡은 김정균 감독까지 향했다. 

많은 팬은 '책임론'을 들고 당장의 해명을 요구하며 현 사태에는 스케줄 관리를 명확히 하지 못한 감독의 책임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왜 인터뷰가 없었는가, 협회가 일방적인 일정을 밀어붙일 동안 감독의 역할은 무엇이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든 것이 단 며칠 만에 일어났고, 모두가 "당장"의 대응을 요구했다. 어느 순간, 국가대표 감독은 해단 논란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던 '책임자'가 되어 버렸다.

결국 김정균 감독은 4월 21일 공식 절차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부터 평가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했고, 선수들의 무리한 일정과 관련한 것도 꾸준히 어필했음을 밝혔다. 이후에도 개인 방송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팬들과 소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둘러싼 오해를 확실하게 짚었다. 

이 와중에도 "그렇다면 왜 중간중간 입장문을 내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있었고, 김정균 감독은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입장문을 어떻게 발표해야 좋았는지 모르겠다", "공식 절차를 통해서는 계속 보고했다. 아시안게임 국가 대표인데 제 독단적으로 (발표를) 해야 했나"고 언급했다. 책임이 막중한 자리인 만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고 개인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는 말로 추측된다.

결국, 김정균 감독은 22일 국가대표 감독직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지나친 억측과 비난으로 인해, 현재 불거진 논란을 최대한 방지하려 했던 감독이 오히려 피해를 입은 것이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해당 논란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더 이상 '불통의 벽'에 기대 피하지 않고 보다 많은 팬이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개선안을 '빠르게' 정리해 발표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 나설 선수가 선발되고, 경기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이 마무리되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누군가 이 결과에 대한 원인을 촉발했냐는 '책임론'은 또다시 고개를 들 것 같다. 

오랜 기간 e스포츠에 열정을 보이며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온 국내 커뮤니티는 분명히 보다 좋은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장소이며, 어찌 보면 나와 같은 일개 기자보다 더욱 위대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로 '익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지레짐작, 확실한 근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난'은 이제 멈춰야 한다. 당장 원하는 답변과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예상되는 반론을 미리 생각하거나 누군가 특정 사안을 정리하고 소명할 만한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클릭과 생각 정리 몇 번만으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기록과 근거가 말끔한 텍스트로 정리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식적인 자리에 올라 있다면, 본연의 절차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e스포츠협회를 향한 '비판'을 멈추자는 말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몇몇 집단으로 돌리고자 하는 말도 아니다. 이번 국가대표 감독을 둘러싼, 어느 순간 인터넷에서 근거 없이 과장되고 부풀려졌던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샌가 모든 곳을 휩쓴 비난의 폭풍이 사그라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뀐 분위기를 보면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인터넷 공간을 단일 지성체처럼 여길 수는 없겠지만, 'SKT T1 져주기 게임 루머 사건​' 등 수년 전부터 e스포츠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이기에 씁쓸하다. 익명으로 받은 상처는 며칠 가지 않지만, 개인에게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충분한 근거를 통한, 그리고 보다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비판"이 공유되고 힘을 얻으며 e스포츠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길 기원한다. 특정 개인에게 근거 없는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서로의 감정만을 훼손한 채 가슴 한 켠에 상처만을 남기는 '승자 없는 싸움'만이 반복되는 현 기조는 분명 지양해야 한다. 또한, 서로가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네가 그랬으니 나도 그러겠다"는 '업보론'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현 상태에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아픔이 차후에 똑같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사회의 보루이자 미래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모두가 조금만, 정말 "비난"이 될 수 있는 주장을 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기자도 노력하겠다.

 

온게임넷이 최초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열 때부터 지켜봐온 기자에겐, 현 모습이 너무나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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