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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기나긴 공백 끝에 컴백한 아이돌, 그런데 남은 팬이 없다

게임 기사 맞습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5-16 11:19:59

기자는 예전에 <오버워치> 운영을 향한 팬들과 블리자드의 현격한 온도 차에 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새 콘텐츠에 대한 팬들의 오랜 갈증을 블리자드는 달래줄 생각이 없는 듯하니, 유저에게 남은 선택은 그저 견디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얘기했었죠.

 

다만 어느 먼 훗날 제작진이 <오버워치 2>를 손에 들고 마침내 나타났을 때, 남아 있는 팬이 많길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맺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 예기치 못했던 상황, 그리고 찾아온 변화

 

이후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사적인 성 비위가 폭로됐고, <오버워치> 개발진이 회사를 하나둘 떠나더니, 급기야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MS에 인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련의 사태 후 <오버워치> 운영에 찾아온 변화입니다.

 

개발진은 잦은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전에 없던 수준으로 소통에 나섰습니다. 테스트 서버에서는 자잘하지만 재미있는 ‘실험’이 시도되고, 좀처럼 보기 힘들던 적극적 유저 의견 반영도 이뤄졌습니다.

 

 

 

# 무엇 때문에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변화의 계기를 우리는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추측해볼 단서는 있습니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MS에 인수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오버워치 2>의 출시 연기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버워치> 프로듀서 트레이시 케네디는 트위터를 통해 바비 코틱이 <오버워치> 팀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하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케네디에 따르면 바비 코틱은 <오버워치 2> 팀원들을 반강제로 차출해 다른 프로젝트에 멋대로 투입해 야근을 강요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당 프로젝트는 중간에 무산되기 일쑤였습니다.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코틱 자신이 <오버워치 2> 연기에 상당 부분 기여한 셈입니다. 본인 책임만을 빼놓고 말하는 화법에 케네디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듯합니다.

 

2021년 말 코틱은 직원들의 성폭력, 성추행 정황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이것이 MS의 인수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은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바비 코틱의 기업내 영향력이 폭로 시점으로부터 급격히 줄었고, 비슷한 시기에 <오버워치> 개발팀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사실입니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 눈 녹듯 사라진 관심

 

그런데 <오버워치 2> 연기의 책임 소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게임이 현재 처한 상황입니다. 무려 3년 만에 찾아온 ‘신작’ 베타테스트에 대한 관심은 달아오른 것만큼이나 빠르게 식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버워치 2> 베타 버전으로 진행된 ‘오버워치 리그’ 개막 첫날,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경기를 본 전체 시청자는 무려 14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고작 일주일 만에 99%가량 폭락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 리그 방송 시청자들에게 ‘드롭스’를 제공하는 등 마케팅 노력을 기울였고, 이로 인해 전체 시청자 수가 다소 ‘부풀려진’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99%라는 막대한 감소치가 게임 자체에 대한 실망과 무관하다는 건 지나치게 관대한 해석이 될 겁니다.

 

 

# 다르다는데, 뭐가?

 

관심 급락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역시 1편과 대동소이해 보이는 <오버워치 2>의 ‘겉모습’입니다. 3년이나 묵힌 업데이트인 만큼 막대한 기대를 걸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뭐가 다른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실망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직접 플레이해본 견해를 밝히자면, <오버워치 2>는 1편과는 다른 게임이 맞습니다. 영웅들은 이제 움직이는 것도, 죽는 것도 빠릅니다. 탱커를 위시한 ‘포지션’과 ‘포메이션’의 중요도는 현격히 낮아졌고, 이제는 더 직관적이고 단기적인 판단과 각자도생이 더 중요해진 느낌입니다.

 

여기에 게임엔진을 바꿔가며 콘텐츠 추가가 용이하도록 코드를 갈아엎었다는 말에 미루어 볼 때, 제작진은 <오버워치 2>의 게임플레이와 운영 양쪽에서 ‘속도전’에 방점을 찍은 듯합니다. 실제로 빠른 밸런싱 패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가능성을 내포하는 변화입니다. 기존 팬 사이에서 호불호는 크게 갈릴 수 있겠지만요.

얼핏 봐서는 1편과 달라보이지 않는 <오버워치 2> 플레이화면

 

 

# 지켜봐 줄 사람이 없는

 

겉으로 안 드러나는 내 노력을 오롯이 알아봐 주는 이를 곁에 두는 건 축복입니다. ‘삶은 목적지가 아닌 방향’이라는 격언을 스스로가 아닌 나에게 적용해 바라봐주는 그런 묵묵한 시선은 때로 우리가 일어나 걸어갈 유일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를 제외하면 아티스트를 향하는 팬의 마음가짐이 아마 여기 가장 가까울 겁니다. 누군가의 팬이라면 압니다, ‘내 새끼’의 부족함은 그마저도 응원할 이유라는 것을요. 잠시의 방황이나 변화를 위한 머뭇거림 정도는 얼마든지 지켜봐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사랑 많은 팬도 도무지 참기 힘든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단절입니다.

 

<오버워치>는 게임계에서 보기 드물게 ‘팬덤’에 가까운 유저 집단을 두고 있던 게임입니다. 그러나 3년에 가까운 단절은 많은 사람을 떠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오버워치 2>의 상황은 어딘가 더욱 쓸쓸합니다. 곁에 붙어 응원하며 지켜본 것이 아니라면 좀처럼 알아차리기 힘든 내밀한 변화만으로는, 이미 마음이 뜬 '예전 팬'의 심금을 울리기에 한없이 모자랍니다.

 

오랜 공백을 끊고 새 앨범으로 돌아온 세기의 아이돌, 그런데 남아 있는 팬이 얼마 없습니다. 예전 같은 사랑을 받으려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할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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