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렇더라~ 저렇더라~' 얘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차이나조이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TGS나 E3처럼 새로운 정보나 볼 거리가 많은 게임쇼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참 느낀 것이 많았던 차이나조이입니다.
그냥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아쉬워서 정리도 할 겸, 제가 느낀 것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개인적인 주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덧붙이거나 빼지 않은 담백한 이야기들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 중국 게임, 아직 멀었다!
'중국게임도 한국게임 못지 않다. 긴장해라. 곧 중국게임이 한국시장까지 점령한다!'
게임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이런 말 참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의 사장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항상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하도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니까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차이나조이 2006에서 본 중국의 게임은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그래픽에서 딱히 눈길을 끌만한 게임이 없었고, 뭔가 새로운 기술이나 특징을 보여주는 게임도 없었습니다.
차이나조이에 거대부스를 차려놓은 게임이라면, 분명 지금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이거나 업체가 가장 기대하는 게임일 겁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천편일률적인 무협게임들, 그것도 한국식 MMORPG에 소재만 무협으로 바꿔놓은 게임들만 보이더군요. 저건 무협으로 바꾼 <리니지>, 저건 무협으로 바꾼 <뮤>, 저건 무협으로 바꾼 <라그나로크>….
<몽환서유>나 <대화서유> 등으로 중국 온라인게임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는 넷이즈의 부스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직접 플레이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더군요. 한국에서는 이미 1~2년 전에 유행이 지난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답답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행사장을 찾은 많은 한국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볼 게임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더군요.
물론 중국내에서 한국 게임의 입지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몽환서유>의 넷이즈처럼 중국 게임업체의 입김이 점차 높아져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야 중국시장이 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처럼 한국에서는 동시접속자 5천명도 안되는 게임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동접 수십만명씩으로 돈을 버는… 어처구니 없는 시장구조가 이제야 제 자리를 잡은 거죠. 중국 게이머들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게임을 보는 눈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단지 한국게임이라는 배경만으로 게임을 팔 수 있는 시절은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젠 퀄리티로 승부를 걸어야죠.
중국인을 위해, 중국인에 의해서 개발된 게임들이 중국인의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공략이 시작된 것이겠죠. 하지만 그 게임들이 한국게임이나 한국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라고 물으면 저는 '아직 아니다'라고 하겠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 한국게임들 선전했을까?
선전했습니다. 웹젠이 중국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일기당천>은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 시점을 뒤로 빼고, 공성전을 특화하는 등의 노력이 주효했는지 시연대는 연일 게임을 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넘쳐났습니다. 반응도 아주 좋았고요.
위메이드는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기대를 걸어볼만 했습니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창천>, 환생을 소재로 한 <카일라스>, 독특한 세계관이 매력적인 <네드>와 <청인>은 현지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직접 플레이해본 느낌도 훌륭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위메이드의 게임들은 한국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중국 최고의 캐주얼게임으로 떠오른 넥슨 게임들은 물론이고, <익스트림사커> <아크로엑스트림> <프리스타일> 등 현지 파트너사의 부스에서 출품한 게임들도 아주 반응이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게임들이 전시회를 주도하면서 출품작의 질을 끌어올렸다는 느낌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 정말 국제 게임쇼인가?
차이나조이는 국제 게임쇼입니다. 홈페이지나 행사장에도 분명 국제게임쇼라고 나와있고, 개막식에 나온 중국의 관리들도 해외 업체와 매체의 많은 참여를 자랑하더군요. 국제 게임쇼니까 우리나라 업체들도 부스를 열고, 저 같은 외국기자들에게도 초대장이 왔겠죠.
그런데 정작 행사장에서 세계공통어인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등록을 하는 곳에서도, 프레스 룸의 안내요원들도, 부스에 나온 업체직원들도 영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3일 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딱 2명 봤습니다. 영어 프레스킷을 준비한 부스는 3군데였고, 주최측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더럽고 무질서한 광경이란…. 저도 꽤 더러운 놈입니다만(?), 이런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바닥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다가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는 사람, 여자친구랑 싸우다가 기분 나쁘다고 가득 찬 콜라캔을 집어 던지는 사람(제 옷을 다 버려서 이 사람이랑 싸울 뻔 했다지요 ^^;;), 그리고 바닥을 카펫처럼 메운 홍보물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밟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의 열기 하나는 뜨거웠습니다. 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3시간씩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가서 시연대 앞에서 또 2~3시간씩 줄을 섰다가 게임을 하고….
뭐, 경품을 얻기 위해 온 사람이 반이라는 툴툴거림도 있지만, 적어도 관람객의 반응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스즈키 유'가 새롭게 개발된 <쉔무 온라인>을 소개하기 위해서 세가부스에 나타났을 때의 그 열광적인 반응이란~! 순전히 개인적인 예상입니다만, E3가 망하고 TGS가 망해도 차이나조이는 살아남을 겁니다. 저렇게 열정적인 중국 게이머가 남아있는 한 말이죠.
▲ 지스타가 떠오르는 것은 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지스타를 일본이나 미국의 게임 전문기자가 취재하러 왔다면 어땠을까요? 지난 지스타 2005에 참가한 한 일본인 기자는 말이 잘 안 통하고, 영어 프레스킷을 준비한 부스가 하나도 없다며 불평했지요. 또 인상적인 게임이 없다는 얘기도 남겼습니다. 왜인지 그의 모습과 차이나조이에서의 제 모습이 많이 겹쳐졌습니다.
어쨌든 온라인게임을 쇼의 중심으로 삼고, 국제게임쇼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두 전시회입니다. 차이나조이의 장단점을 잘 살펴서 이제 3달 앞으로 다가온 지스타가 멋진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