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이군요. 5년 전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비행기가 부딪혔던 날.
그 후 5년은 참 숨가빴습니다.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던 부시는 9.11 쇼크 이후 전 국민적 지지를 얻고, 이라크를 침략했죠. 대량살상무기를 감추고 있다는 이유였는데, 3년이 지난 아직까지 그런 물건이 나사 하나 안 보이네요. 테러를 없애겠다고 전쟁을 시작했는데, 지금 세계는 오히려 테러의 위협이 더 늘고 있는 상황. 정작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헛갈리고 있죠. 어찌됐던 확실한 건 9.11 이후 부시나 체니 등 무기 파는 비즈니스와 관계된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 집단)이 공적으로 권력기반을 다졌고, 사적으로 많은 돈을 챙겼다는 것 정도.
그런데 왜 이런 사설을 늘어놓느냐고요? 9.11을 맞아 전쟁/테러와 관계된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해서요. 두서 없이 그냥…. /디스이즈게임
게임은 2차 세계대전의 부산물?
최초의 게임은 58년 무렵 나왔습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크헤이븐 국립연구소에 근무하던 윌리엄 히긴보섬(William Higinbotham)이라는 분이 개발했죠. 2차 대전 당시 맨하탄 프로젝트(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히긴보섬 박사는 레이다 표시장치 등을 연구했던 전자회로 전문가였습니다. 2차 대전 기간 중 폭격기에서 타깃의 위치를 보여주는 레이다 디스플레이 등을 연구했죠.
최초의 게임으로 알려진 <Tennis for Two>의 모습이 마치 레이다에 잡히는 화면처럼 보이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름 약 38cm의 오실로스코프(일종의 계측장비)와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만든 이 2인용 게임은 미사일 탄도 등을 연구한 과학자의 작품답게 중력이 게임에 영향을 미쳤죠. 처음부터 달 모드(약한 중력)와 목성 모드(강한 중력)을 선택했고, 테니스공 역할을 하는 점이 네트에 닿지 않도록 힘과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지요.
히긴보섬 박사는 후에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지루한 시간을 달래주기 위해, 또한 사람들에게 과학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살짝 아이러니하죠. 원자폭탄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가 최초의 게임을 만든 점이나, 탄도미사일의 각도가 게임 아이디어를 제공한 점 등이요. 최초의 게임은 인류 절멸의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인간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는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미군이 개발한 게임
미 국방성이 개발한 FPS 게임이 있습니다. <America’s Army>라는 게임은 미군에 가상 입대해 전술 훈련 및 실제 전투를 체험해 보는 게임이죠. 미군이 개발한 만큼 묘사되는 상황이나 무기 등이 무척 사실적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미군은 <둠2>가 나왔을 때 이미 <Marine Doom>(96)이라는 MOD 버전을 만들어 훈련용 교재로 사용한 바 있었죠. <레인보우식스: 로그스피어>(2001)를 교육용 교재로 구입하기도 했고요. 2002년 미국독립기념일(7월 4일), 마침내 미군이 직접 만든 온라인 FPS 게임이 등장하게 됩니다. 3년 간의 개발기간 동안 750만 달러(약 72억원)를 들인 뒤였죠.
<America’s Army>는 공짜 게임입니다. 세금으로 만든 게임이죠.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미군이 대주는 공짜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2005년에도 약 3,000~6,000명 수준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해, 게임웹진 ‘게임스파이’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온라인게임 10위 안에 랭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군은 이 게임을 통해 신병 모집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게임을 통해 전투를 배운 미군들이 이라크에 파병되고 있는 셈이네요.
9월 12일
게임은 대개의 경우 폭력과 파괴가 주를 이룹니다. 또한 현실 세계와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우루과이 출신의 게임개발자 콘잘로 프라스카(Gonzalo Frasca)는 그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모양입니다. 게임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지요.
그가 주도하는 ‘뉴스게이밍’(www.newsgaming.com)이라는 사이트는 2003년 9월 <9월 12일>이라는 플래시게임을 내놓았습니다. 네오콘이 주장하는 폭력을 통한 테러 진압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소품이죠. 아랍의 작은 마을을 표적 삼아 게이머는 미사일을 날릴 수 있습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마을은 쑥대밭이 되죠.
그런데 테러리스트들이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나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아랍 마을의 주민들은 미사일 포격에 죽은 시체 주변에 모여 통곡을 하다가 이내 총을 든 테러리스트로 바뀌게 되니까요. 꼭 한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무력은 무력을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간명하게 보여주니까요.
기본적으로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입니다. 물론 <9월 12일> 같은 게임도 있지만 게임과 테러의 연결고리는 그리 크지 않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연치고는 참 묘하네요. 최초의 게임이 나왔던 브루크헤이븐 국립연구소가 9.11 테러가 났던 월드트레이드 센터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요. 9.11 테러의 희생자들과 죄없이 죽어간 중동 사람들의 명복을 빕니다. 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