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잘못했다.
TIG를 통해 심의 공백사태의 심각성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 등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새로 심의를 담당할 게등위은 문도 열리기 전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심의물을 반려하는 영등위도 잘못이고, 심의 준비가 제대로 안된 게등위도 잘못이다. 하지만 살짝만 들춰보자. 영등위는 심의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법률적으로 권한이 없어진다. 게등위도 심의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사람과 시스템이 없다. 이런 구멍은 누구 탓인가. 문화관광부다.
실제 이 두 위원회는 문화관광부의 산하기관이 아니다. 심의의 독립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는 두 단체의 주무부처다. 조직의 세팅에 관여한다. 문화관광부가 게등위의 위원을 위촉하지 않으면, 게등위는 빈집이다. 그리고 24일까지 게등위는 계속 빈집이었다.
애초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사진)를 통해 9월 25일을 전후로 심의위원을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심의위원 9명이 위촉된 것은 딱 한달 뒤인 10월 25일이다. 30일 발족식을 해야 하는데, 불과 5일 남은 시점이다.
위원들은 호선을 통해 김기만 전 국회의장공보수석비서관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사무실과 기본 집기만 있을 뿐, 심의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과 웹사이트도 없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고, 보고서를 작성할 전문위원은 아예 한 명도 없다.
게등위 26일부터 사흘간 면접을 통해 30여명의 직원을 뽑고, 29일 채용공고와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30일 발족식을 치를 예정이다. 그리고 심의를 시작한다. '딱한' 김기만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겨우 사무실만 갖추고 실무 인력도 전무한데다 게임 심의는 밀려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기본 조직을 갖추는 대로 매일 철야를 해서라도 총력을 다해 조속히 업무를 정상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게임출시가 늦어지는 게임업체도 피해자고, 게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이머도 피해자다. 등급권한이 사라지는데도 욕을 먹는 영등위도 피해자고, 눈총 받으며 벼락치기 심의를 준비해야 하는 게등위도 피해자다.
한 달을 까먹은 문화관광부가 잘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