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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3

2년 뒤, 혹은 5년 뒤의 풍경

임상훈(시몬) 2006-11-21 18:39:16

원래 이번 칼럼은 두 편으로 쓰려다가, 분량이 너무 늘어나 버렸습니다. 제가 원래 그래요. 맺고 끊는 걸 잘 못하죠. 음, 핑계. 국내 게이머들이 넥슨은 어느 정도 알겠지만, 글로벌 미디어그룹에 관해서는 잘 모를 것 같아서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입니다. 뜬금없이 이연걸로부터 시작합니다. ㄱㄱ /시몬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1 : 미국 유통시장 돌파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2 :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뉴미디어 전략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3 : 2년 뒤, 혹은 5년 뒤의 풍경

 

 

1998, <Lethal Weapon 4>

 


90년대 중반, 이연걸은 아시아에선 누구나 아는 배우였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랐습니다. 유명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미국 사람들은 외국 영화, 특히 아시아 영화는 거의 안 봤습니다. 우리는 외국영화를 보면, 자막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글자를 읽을 필요 없는, 재미있는 할리우드 영화가 쌓였는데, 굳이 눈동자 오락가락하면서 영화 볼 필요를 못 느꼈겠죠. 그런 탓에 미국 영화사들도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 같은 영화는 아예 리메이크해버립니다.

 

이런 배타적인 시장에 아시아 배우가 진출하는 것은 참 고역이었을 겁니다. <리셀웨폰 4>(98)로 처음 할리우드에 갔을 때, 이연걸은 멜 깁슨, 대니 글로버를 빛나게 하는 악당이었죠. 영어 대사는 ‘You in Hong Kong, You’d be dead.’라는 꽤 의미심장한 한 마디밖에 없는약 20분의 출연시간이었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미국인들을 사로잡습니다. 그 후 <로미오 머스트다이>(00)의 주연을 거쳐, 마침내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에 사상 첫 동양인 주연이 되지요. 영화 제목 그대로 <더 원>(02), 혼자 우뚝 선 거죠영화에서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와 사투를 벌였지만, 그들이 이연걸 할리우드 입성의 1등 도우미였던 겁니다. (이연걸은 11살 때 중국 종합무술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진짜 무술인 출신 배우죠. 할리우드 초창기, 1초에 6~8번 주먹을 뻗는 손놀림에, 촬영감독이 동작을 천천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미국 이름이 괜히 ‘Jet’겠습니까.)

 

 

넥슨, <스폰지밥> <사우스파크>와 함께

 


바이아컴과 넥슨의 제휴로 넥슨이 받는 것은 광고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간단히 언급한 내용인데요, 보도자료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적으면 이렇습니다. “또한 이번 제휴는 넥슨에게는 MTV네트워크의 다양한 브랜드를 게임개발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보도자료엔 딱 이 한 문장만 들어있더군요.

 

이 문장을, 시몬 마음대로 풀어 쓰면 이런 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폰지밥>나 <아바타: 마지막 에어밴더> <헤이 아놀드> <사우스파크>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아이템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MTV의 다양한 뮤직 프로그램을 활용한 <오디션>의 아이템이나 배경도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와 아이템, 맵 등을 통해 거둔 수익은 바이아컴과 넥슨이 나눠 갖는다. 이를 위해 넥슨은 게임개발을, 바이아컴은 마케팅을 전담한다.” (이건 과대망상 꼴통의 추측입니다.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라면 바이아컴이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넥슨 게임을 무료로 광고해주는 준다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도 수익을 거두는 그림이니까요.)

 

 

넥슨과 이연걸, 더 원

 


바이아컴이 떼어가는 몫이 있더라도, 넥슨에게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좋은 그림입니다. 단단한 유통망과 함께, 낮은 인지도는 국산 게임이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었죠. 다오나 로두마니가 국내에서는 유명하지만, 미국 가면 완전 촌놈이잖습니까. 지금 다오나 로두마니는 98년의 이연걸처럼,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의 역할을 해줄 친구들이 필요합니다. 스폰지밥과 앙(아바타 주인공) 정도가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네요. 이 녀석들을 좋아하는 미국 어린이들이 게임에 들어와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다오나 로두마니도 덩달아 인기를 끌게 될 테고, 제대로만 된다면, ‘더 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친구 역할로 넥슨이 MTV 네트워크를 선택한 것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카툰네트워크’(타임워너)‘Fox TV’(뉴스코퍼레이션)도 쟁쟁한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있지만, MTV에는 음악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더 있으니까요. TV.com TV 애니메이션 순위정보를 보니, 1~10위 중, 1위를 포함해서 네 자리를 바이아컴 계열이 차지하고 있네요. 카툰네트워크와 Fox가 세 개씩을 나눠 갖고 있고요. (제게 익숙한 <톰과 제리>는 아무데도 없고, <아바타: 마지막 에어밴더> 같은 전혀 모르는 물건이 1등이네요. ^^;;)

 

 

바이아컴과 <리셀웨폰>

 

지금까지 넥슨이 봉 잡았다식으로 이번 제휴에 대한 풀이를 했는데, 바이아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망가져가던 <리셀웨폰> 시리즈에 이연걸이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처럼, 여기저기 널린 플래시게임이나, 뾰족한 수익실현이 안 보이는 사이트만 주렁주렁 달아가고 있던 바이아컴에게 넥슨은 동양에서 온 물이 다른 고수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아컴이 애널리스트들에 공언한 디지털 영역 5억 달러의 수익. 플래시게임이나 사이트에 광고 달아서 돈 버는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안 나오죠. 제 짧은 머리로는 두 가지 해법 밖에 안 보입니다. ▲네오펫의 부분유료화 대성공 ▲넥슨 게임의 수익 나누기. 이런 맥락에서 보면 넥슨은 바이아컴에 꼭 필요한 'lethal weapon'(필살의 무기)이죠. (네오펫은 일단 제쳐놓고) 넥슨 게임에서 많은 수익을 나눠 갖기 위해서, 바이아컴이, 광고는 물론이거니와, 소매 걷어붙이고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동원할 것으로 보는 건 너무 황당한 상상일까요. (아이템 판매를 하고 싶어도, 미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거의 힘들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통신사업자가 다른 문제도 있지만, 수수료를 무려 50%나 떼어 간다네요. 그래서 중화권이나 일본처럼 선불카드를 활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까지 이런 카드의 유통망을 찾지 못했다는 거죠. 위키피디아와 <메이플스토리> 포럼 사이트를 보니, 넥슨 선불카드가 ‘Target’이라는 유통체인에서 팔릴 거라 하네요. ‘Target’은 미국 전역에 1,494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6번째로 큰 체인인데, 선물카드 분야에서는 업계 1위라고 합니다. 잘 잡았네요.)  

 

 

 

2년 뒤 또는 5년 뒤?

 

두 회사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이런 게 아닐까요?

 

넥슨: 바이아컴의 마케팅 지원과 브랜드를 활용해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모두 아는 게임회사가 되는 것. 그리하여 더 이상 바이아컴의 지원이 없이도 홀로 일어설 수 있게 되는 것

바이아컴: 넥슨을 통해 얻은 아이템 판매 노하우로 새로운 수익을 거두는 것. 이와 함께 미드웨이나 하모닉스 등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활용한, 부분유료화 게임을 만들어, 더 이상 넥슨과 손 잡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확실합니다. 헤어지기 전에 확실히 게이머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게 넥슨의 숙제겠죠. 그런데 둘이 손을 더 꽉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릅니다. 글로벌미디어 간의 경쟁이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니까요.

 

뉴스코퍼레이션: ‘IGN’마이스페이스를 앞세워 다른 게임업체와 손을 압박해 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심슨>네 가족들이라고 가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AOL-타임워너: 지난 8게임데일리를 인수했습니다. 카툰 네트워크를 활용해 ‘Competitive Casual Game’ 시장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4월부터 그리곤엔터테이먼트에 함께 MMOG를 개발하고 있잖습니까. 특히 카툰네트워크의 파워퍼프걸이나 고인돌가족 플리스톤은 물론, 슈퍼맨과 배트맨이 소속된 DC코믹스도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명가도 가만 안 있겠죠. 이미 국내 몇몇 업체와 설왕설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 판도에서 넥슨에 이어 글로벌미디어 그룹과 제휴하는 국내 게임업체가 또 등장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미국 가정의 40% 이상에 초고속통신망이 뚫려 있고,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한국 캐주얼게임의 수익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감탄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다른 글로벌미디어 그룹도 넥슨-바이아컴의 제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테니까요. 

 

재밌네요. 2001년 넥슨은 <퀴즈퀴즈>로 부분유료화를 먼저 치고 나갔었죠. 그로부터 6년 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최초의 부분유료화는 네오위즈의 채팅서비스 세이클럽이 2000년 11월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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