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고됐던 대로
잘 나가는 플랫폼용 타이틀 <드래곤퀘스트> |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신작 발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슈는 바로 '어떤 플랫폼으로 게임이 개발되느냐?'하는 것입니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는 <파이날판타지> 시리즈와 함께 일본 RPG 시장을 이끄는 양대산맥이죠. 항상 폭발적인 판매량으로 게임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소위 ‘잘 팔리는 하드웨어’용으로 개발돼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시리즈 첫 작품이 1986년 패미컴으로 발매된 이래 정통 후속작은 수퍼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스테이션 2로 플랫폼을 옮겨가면서 발매됐습니다.
1990년 4편 <인도하는 자들>까지 패미컴으로 발매되다가 1992년 5편 <천공의 신부>부터 수퍼패미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후 1995년 6편을 끝으로 수퍼패미컴을 떠나 2000년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7편 <에덴의 전사들>이 발매된 뒤, 2004년 11월에 8편 <하늘과 바다와 대지와 저주받은 공주님>이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발매됐습니다.
오늘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시리즈 최신작 9편 <밤하늘의 수호자>가 선택한 플랫폼은 닌텐도DS입니다. 차세대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관계자들은 PS3, Xbox360, Wii 등 차세대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닌텐도DS라니요. 왜일까요?
보급량과 판매량을 이길 장사 없다 |
앞서 설명한대로 <드래곤퀘스트> 시리즈가 잘 팔리는 플랫폼용 타이틀로 개발된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최신작 <밤하늘의 수호자>가 닌텐도DS로 발매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습니다.
시장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PS3, Xbox360, Wii 등 차세대 게임기는 얼마 전부터 발매가 시작되어 백만 대 안팎의 하드웨어를 보급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닌텐도DS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100만대의 하드웨어를 보급했으며 내년 3월까지 1,700만대를 추가 보급한다는 뚜렷한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 비디오게임의 무게중심이 어느 정도는 휴대용 게임기로 쏠려있는 것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닌텐도 이와타 사토루 대표도 언급한 부분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PS2는 고려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겠지만 발매일을 감안하면 이미 PS2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차세대기로 옮겨갈 것입니다. 또, 최근 전 세계 비디오게임기의 무게 중심이 휴대용 게임기에 쏠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닌텐도DS는 소위 잘 나가는 플랫폼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풍부한 하드웨어의 보급량은 자연스럽게 타이틀 판매량으로 이어집니다.
호리이 유지(왼쪽 두 번째)와 스기야마 코이치(세 번째)가 뭉칠 충분한 이유, NDS
최근 일본 비디오게임 시장이 과거에 비해 그 규모가 줄어들면서 스퀘어에닉스, 세가, 캡콤, 코나미 등 대형 게임업체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형편입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게임개발 외의 다른 사업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형국이지만 본업이 게임 개발인지라 대부분의 매출을 게임타이틀 판매를 통한 수익에 기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아져만 가는 개발비용에 비해 회수되는 타이틀 판매수입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채산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치형 플랫폼에 비해 저렴한 개발비, 거치형 플랫폼과는 비교되지 않는 보급량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채산성을 가진 닌텐도DS는 <드래곤퀘스트 9>에게 있어 더 없이 좋은 파트너임에 틀림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가격 또한 휴대용 게임이라고 해서 저렴한 것도 아니니 게임완성도만 보장된다면 전성기 시절의 매출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죠.
<드래곤퀘스트 9: 밤하늘의 수호자>의 스크린샷.
이정도 완성도라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 한 상황이다. 개발팀도 8편 그대로라고.
<드래곤퀘스트>, 주요 소비자층 이미 고려했다? |
하드웨어의 보급량과 판매량 외에 <드래곤퀘스트 9>이 닌텐도DS를 선택한 이유는 소위 ‘닌텐도족’이라고 불리며 최근 일본에서 게임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소비층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마케팅조사업체 브랜드데이터뱅크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잘 알고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소비자가 소위 ‘닌텐도’를 좋아하는 ‘닌텐도족’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스테디셀러를 선호하고 자신이 오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특징을 가진 닌텐도족’은 일반인보다 게임플레이 빈도와 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게임기 보유 대수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가 지난 20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 마니아화 된 점을 감안한다면 공략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비자층임에 틀림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타이틀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라고 하네요. 이 외에도 이들은 <뇌단련> <수퍼마리오> <동물의 숲> 등 최근 닌텐도DS용으로도 발매된 닌텐도 타이틀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드래곤퀘스트 9>이 닌텐도DS를 선택한 것에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닌텐도족의 소비패턴이 일반인과 달리 트렌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는 군요. 특히 스테디셀러 선호도가 높아 한 번 선택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공략하기에는 최적의 소비자층입니다.
이 외에도 <드래곤퀘스트>는 시리즈 발매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주요 소비자층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신규유저로 끌어들일 수 있는 풀이 가득한 닌텐도DS가 가장 적격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퀘어에닉스 와다 요이치 대표도 닌텐도DS로 발매한 이유에 대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가 가진 새로운 재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드래곤퀘스트> 한글화 발매 가능성은? |
좀 앞선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드래곤퀘스트 9>이 닌텐도 그리고 닌텐도DS를 선택한 만큼 시리즈 작품 최초로 한글로 즐겨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07년 이후 발매될 닌텐도DS에 사용될 언어에 한글이 추가되며 모든 닌텐도 게임은 한글화를 거쳐 발매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퀘어에닉스가 닌텐도의 서드파티인데다 닌텐도DS용 타이틀로는 국내 퍼블리셔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닌텐도 또는 먼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파트너가 <드래곤퀘스트 9>의 국내 배급 및 한글화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드래곤퀘스트 9>의 발매가 아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 합니다.
어쨌든 <드래곤퀘스트> 최신작이 닌텐도DS로 발매된다는 소식은 국내 게임팬들에게도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