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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코스모폴리턴이 보는, 지스타를 부산에서 해야 하는 4가지 이유

지스타 10주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나의 생각

Heita 2014-12-10 15:35:44

본 칼럼은 미요시 헤이타(MIYOSHI, Heita) 아이지에이웍스 이사의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중국과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현재는 한국 게임 업체에 재직 중입니다. 그는 10년 동안 지스타를 개근한 게임인으로서 지스타 차기 개최지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스타에 대한 업계 전문가의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칼럼의 내용은 디스이즈게임의 공식 입장과 관계 없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내용은 필자가 속한 회사의 입장과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이 글의 책임소재는 오롯이 필자 개인에 있습니다.)

 



지스타 2014 참관을 위해 나는 지난 11 19, 10개월 만에 부산으로 내려갔다. ‘지스타 10’. 개인적으로 특별한 감동이었다. 2005년부터 한 해도 빠짐 없이 지스타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게임업계에 들어온 첫 해, 지스타를 참관했다. 어떻게 보면, 지스타를 통해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이란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나에게 지스타개근상을 안겨준, 그 동안 재직한 회사의 대표 분들,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스타가 부산에서 열린 지 올해로 6년이다. 나름지스타라고 하면 부산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것 같다. 매년 오픈 전날부터 봐 왔다. 그 동안 여섯 번의 행사가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돼 온 것 같다. 한국 게임업계의 위용을 해외 업계관계자들에게 과시할 수 있었기에 한국인은 아니지만, 나도 나름 뿌듯한 느낌까지 든다(아마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내년 지스타 개최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성남시와 부산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책임 있는 이들이 심사숙고해 최종 결정을 하게 되겠지만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내 의견을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로 B2B 관점이나 한국 게임산업의 해외전략 관점,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딩 관점에서 지스타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부산에서 개최하는 게 적합하다는 게 내 의견이다. 그 상세한 이유는 이렇다.

 

 

첫 번째 이유사업 기회의 극대화


B2B적인 관점이다. 지스타는 한국 업체가 게임을 수출하거나 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지스타 개최기간은 4일이며 그 중 B2B는 통상 목, 사흘이다. 이 사흘 동안 한국업체들은 많은 미팅을 한다. 더 좋은 해외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서다.

 

한국 게임회사는 대부분 서울과 그 근교에 집중돼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지스타는 서울에서 아주 많이 떨어진 곳에서 해야 한다.

 

일산 킨텍스에서 지스타가 개최된 시절(2005-2008), 필자는 주로 해외업체 입장에서 지스타에 참가했다. 서울 근교에서 행사를 하면, 불가피하게 행사 기간 중 행사장과 서울 시내를 오가는 일이 발생한다. 만나려고 하는 한국 업체 중 일부나 담당자가 행사장에 안 왔거나 못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했다.

 

서울은 교통체증도 심해서 일산에서 역삼까지 이동하는데 최대 2시간 걸린 적도 있다. 서울이나 그 근교에서 하게 되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많은 관계자들이 내가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 업계 차원에서 그 만큼 사업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 수출 관점에서 해외 Buyer들이 미팅이나 한국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등 서울에서 아주 많이 떨어진 곳에서 행사를 하게 되면 (해당 지역 업체를 제외하고는) 행사장과 회사방문 등 이동으로 시간을 낭비할 일은 최소화된다. 부산에 출장 온 한국업체 담당자 입장에서도 행사기간 중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일부러 서울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행사에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대한민국 국가 브랜딩에 도움 (PR관점)


한국의 국가 PR관점에서도 부산 개최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 국가로 정치, 경제의 중심인 서울 및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다. 초효율적 IT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에 서울에 있으면 교통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일은 큰 불편함 없이 매우 신속히 해결된다. 이것 자체는 매우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비즈니스로 한국에 와 본 적이 있는 외국인은 대부분 서울밖에 모르고 지내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태생이 다민족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볼 때 한국에 대해 획일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쉽다.

 

지스타 같이 해외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큰 국제적 행사를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 하면 외국인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틀에 박힌 이미지를 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이 아닌 도시에 며칠 머물게 하고, 서울과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다양성과 그 동안 외국인들이 몰랐던 한국의 매력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스타 때 미국인 업계 친구를 만났다.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다국적 개발사 공동창업자인 그는 학생 시절(1994년쯤으로 기억한다) 6개월 정도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이번 지스타가 계기가 돼 그 친구는 2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는데, 부산을 보고는 한국에 이렇게 예쁜 도시가 있는지 몰랐다며 감동받고 갔다.

 

6개월 한국 경험이 있어서 나름 한국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해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부산이 그 동안에 본인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인상과 매우 달랐고, 또 좋았던 것 같다. 이 친구는 수다쟁이라 일본이나 다른 나라로 가서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분명히 부산이 얼마나 예쁜 도시인지, 지스타가 얼마나 좋은지, 해운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고 다닐 것이다. 부산에서 한국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해 감동받고 가는 친구를 만나보니 서울이 아닌 곳에서 지스타와 같은 국제행사를 하는 건 정말 한국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부산은 또한 해운대, 태종대, 거제도, 시장, 온천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음식도 신선한 해산물이나 조개구이, 돼지국밥 등 서울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라인업이 깔려 있다. 서울만 보고 한국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외국인들에게 다시 한번사알아 있네(부산 말투)~”라는 신선한 충격으로 한국의 매력을 재확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해운대 야경(출처: 부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세 번째 이유숙박시설 등 인프라 관점


지스타 정도의 규모(B2C 참관 20만 명 이상, B2B 참관 수천 명에서 1만 명 규모)인 행사는 숙박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대도시에서 해야 된다. 필자는 2007년과 2008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Games Convention에 참관한 적이 있다. 인구 50만 명 규모의 도시에서 행사를 개최하니 숙박 인프라 면에서 많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숙소를 뒤늦게 확보한 탓도 있지만 두 번 모두 시내에서 숙소를 잡지 못 했다. 행사장에 가는데 1시간 이상 소요됐다. () 동독 지역이어서 그런지 영어가 거의 안 통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2002년부터 작은 규모로 개최해 온 행사가 순조롭게 발전한 경우지만, 도시의 규모가 행사의 성장규모를 따르지 못한 사례였다. 어쨌든 작은 도시나,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 큰 규모의 행사를 여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도시의 규모 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 최소 인구 100만 명 정도가 돼야 지스타 같은 큰 행사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기준에 해당되는 도시는 서울과 나머지 광역시 정도가 될 것이다관광지식정보시스템(//www.tour.go.kr/)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부산 해운대구의 월별 숙박객수는 최고 123,442(2013 8)이었다

 


 

이것은 서울 강남구의 실적(123,224, 같은 해 3월에 기록)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광역시를 비교하면 부산이 숙박실적 규모가 압도적으로 높다(307,060, 2위는 인천의 146,173명이다. 모두 2013 8월 실적). 

 

해운대구 단독으로만 봐도 웬만한 광역시 전체보다 훨씬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스타가 열리는 11월 해운대구 숙박실적은 8월에 기록한 123,000여명보다 훨씬 적은 9468명으로 수용능력 자체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데이터로 볼 때 부산 해운대보다 훌륭한 후보는 없어 보인다. , 숙박시설의 질이나 편의성, 예를 들어 해외에서도 쉽게 예약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산에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영어권에서나 많이 열리던 네트워킹 파티가 한국에도 업계 문화로 정착된 지 수년이 지났다이번 지스타 기간 동안에도 매일 밤 여러 회사나 단체의 파티가 열렸다파티는 일로 만난 사람들과 친목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비즈니스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 해운대 부근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지스타 행사장 자체는 해운대에서 다소 떨어진 센텀시티에 있어 행사장에서 미팅이 끝날 저녁 5, 6시쯤 되면 호텔로 가거나 파티에 참석하려고 행사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택시를 잡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고객사와 함께 이동하려고 예약했던 콜택시가 안 와 매우 곤욕스러운 경험을 했다. 셔틀버스 운행 등 많은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교통전쟁은 여전히 부산 지스타 참석자들의 큰 고민으로 남아있다.

 

 

네 번째 이유경험과 노하우 축적

 

그 동안 부산이 가진 장점에 대해 내 의견을 개진했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부산에서 지스타를 개최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미 증명되고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내가 부산에서 굳이 지스타를 개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그 동안의 경험과 실적이다. 이미 부산에서 여섯 번이나 지스타가 개최됐으며, 정치적인 이슈를 제외하고는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왔다. 행사 운영을 맡은 관계자들은 이미 부산에서 치른 여러 번의 지스타 덕분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으리라 생각한다.

 

부산 아닌 다른 도시에서 개최하게 되면 그 경험과 노하우의 많은 부분을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일부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행사장이 바뀌면 그에 맞게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주변 환경, 교통편, 숙박 인프라 등도 완전히 바뀌게 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게임쇼의 국제경쟁이라는 관점에서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쿄게임쇼는 매년 도쿄(정확하게는 마쿠하리, 치바), 차이나조이는 매년 상하이에서 열린다. 도쿄는 이미 떨어진 경쟁력 때문에 당분간 지스타의 경쟁대상이 안 되겠지만, 차이나조이는 매년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앞으로 경쟁대상이 될 것이다. 차이나조이는 B2B도 많이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개최지를 바꾸지 않는다. 개최지를 안 바꾸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그리고 쇼와 개최지 각각의 브랜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나는 지스타가 아시아 최고, 세계 최고의 게임쇼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개최지를 놓고 몇 년에 한 번씩 혼란이 생기고, 준비가 지연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발언은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 관점에서는 불공평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부산이 아닌 곳에서 하는 것은 게임쇼로서 지스타의 국제경쟁력, 나아가서는 한국 콘텐츠의 대외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 결코 도움이 안 되리라 생각한다

 

시작한 지 2년째, 3년째 되는 행사면 무관할 수도 있으나 지스타는 이미 많이 성장했고 성공했고, 부산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 궁합은 업계가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서까지 그렇게 잘 맞는 궁합을 일부러 깰 필요가 있겠는가.

 

글이 길어졌지만 나는 해외업체들의 미팅 효율 극대화 한국 PR 충분한 도시 인프라의 존재 축적된 경험/노하우 활용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부산 개최를 강력히 지지한다

 

그리고 그 동안 게임업계에 10년 가까이 있으면서 해외의 많은 행사들을 참석해 왔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지스타는 B2B, B2C 모두 글로벌 상위권에 들어가는 아주 훌륭한 쇼라 생각한다 (, 2014년 지스타의 B2C 부문에선 큰 부스들이 부족했었다고 생각하며 향후 해외 유명 퍼블리셔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스타가 부산을 거점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 특히 한국게임 해외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안정적이면서도 발전적으로 거듭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일본 게임산업도 분발하기 바란다.

 



 

※ 디스이즈게임은 지스타 개최지에 대한 다른 생각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이 칼럼에 대한 다른 의견을 보내주시면 검토 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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