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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썰] 어쩌다가, 모바일게임 확률형 아이템은 이 지경이 됐을까?

임상훈(시몬) 2015-04-09 15:11:57

황당한 일이야.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여당 국회의원 발의에 게이머들이 호응하고 있으니. 게이머들이 쭉 느껴왔던 불만이 폭발한 게지. 안타까워. 일부 유저와 개발자가 감정적인 설전을 벌이고 있으니. 

 

거참, 확률형 아이템은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 아래는 말 많은 동네 아저씨 '썰'이야.

 

1. 회사는 돈을 벌어야 유지되는 겨.

 

당연하지. 근데 돈 버는 게 뭐 쉽나. 수익모델은 게임회사에게 늘 골치거리였어. 초창기 모바일게임 회사에게는 특히 그랬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야.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센터. 이거 오픈하고 완전히 딴 세상이 열렸지. 거기 처음부터 자리잡은 <애니팡>은 대박이 났어. 그때 전 국민이 ‘하트’ 주고 받았잖나. 하트, 즉 스태미너를 채우는 방식의 수익모델이 먹혔지. '모바일, 그 까짓 것' 하던 큰 회사들도 깜짝 놀랐어. 그 뒤로 스타트업이 툭툭 생겨났지. 간단한 모바일게임이 속속 나왔고.

 

일부는 성공했지. 꽤 성공했어. 근데 상당수는 망했지. 인스톨은 많이 됐는데, 매출은 쥐꼬리만 했거든. 매출 좀 나와도 30%(스토어), 21%(카카오톡) 등 떼어준 게 오죽 많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나, '겜무십일흥'이라고 했나. 반짝 떴던 게임도 금방 사라졌지.

 

뒤늦게 캐주얼게임은 선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겨. 카카오톡 제안을 뿌리쳤던 애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지. 그렇다고 모바일게임의 전망이 끝난 건 아니었어. 캐주얼은 선점당했지만, 미드코어와 하드코어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회자됐지. 돈 버는 방법은 잘 몰랐어. 한 판씩 짧게 짧게 하는 것도 아닌데, 미드코어에서는 하트 파는 건 좀 거시기했지. 미드코어에 적합한 다른 수익모델이 필요했어. 그런데, 

 

 

2. 한국 회사들은 그런 부분의 노하우가 좀 부족했어.

 

온라인게임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부분유료 모델을 처음으로 만들었으면 뭐해. 나라 밖에서는 페이스북이 뜨고, 웹게임이 날아다닐 때 한 게 별로 없었으니.

 

당시 몇몇 회사는 그런 게임을 만들 팀을 세팅하려고 했어. 그런데 개발자들이 격 떨어진다고 안 간다는 겨. 이력서에 그런 게임 경력 있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세상 볼 줄 모른다고? 그런 소리 마. 2000년대 중후반 상식적인 정서가 그랬어.

 

그 때 한국에서도 웹게임과 페이스북게임이 나름대로 떴지. 중국과 유럽 게임들이었어. 걔들은 웹과 페이스북을 무대로 개발과 운영 경험을 쌓았지. 우리는 그때 게임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열라 흉봤었고. 근데, 그 비슷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치고, 박고, 베끼고 하면서 단련되는 건 몰랐던 겨. 

 

이게 중요한데, 그런 게임을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어떤 수익모델 넣으면 매출이 얼만큼 난다는 숫자도 갖게 됐지. 경험은 참 중요한 거지. (나중에 <크래시오브클랜>이 TV에서 막 광고했잖아. 걔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막 지른 게 아니었어. '인풋 대비 아웃풋' 데이터가 있으니까 가능했겠지.)

 

슈퍼셀의 2011년 데뷔작 <건샤인넷>의 초기 캐릭터

그런 경험과 노하우는 모바일 세상을 만나면서 빛을 봤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슈퍼셀만 하더라도 원래는 피쳐폰에서 삽질하던 사람들이 만든 회사였어. 그 때는 이 기계, 저 기계에 맞춰서 게임을 찍어내야 했었지. 그게 싫어서 처음엔 페이스북, 모바일, PC에서 다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려고 해. 그런 게 잘 될까? 하향평준화되지 않겠어? 위 이미지 봐봐. 2011년 게임치곤 좀 그렇잖아. 

 

그러다 아이패드를 본 거야. 거기에 올인했지. <클래시 오브 클랜>은 그런 삽질의 역사 끝에 나온 거야. 작년 하반기 한국 게임 기획자들은 <도탑전기> 수익모델을 '열공'했는데, 이게 어떤 천재 하나가 뚝딱 만든 게 아냐. 수많은 웹게임 운영 경험에서 나온 거지. (내 장담하지. 이제 곧 <도탑전기> 수익모델 류의 게임이 꽤 많이 나올 겨.)

 

근데 2013년 미드코어 장르를 고민하던 우리나라 회사들은 주로 RPG로 갔어. 유럽 시뮬레이션 게임은 국내랑 안 맞거나, 걔들 수준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판단했겠지. 중국 게임은 아예 거들떠 보지 않았고. 한수 아래로 봤거나, 구글 번역기로 돌려도 읽기 힘들어서 그랬겠지. 그러고 나니 남은 건,

 

 

3. 일본 모바일게임이었어​.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모바일게임이 성공했던 곳이야. 당시 콘솔 개발자들의 자괴감이 장난 아니었지. 도제식으로 수년 간 게임개발을 배웠고, 장인처럼 열심히 만들었는데 빛을 못 봤으니까. 근데, 웹에서 놀던 젊은 애들이 게임 같지도 않는 게임 만들어서 확 떴으니 화가 날 만하지. 2013년 6월 시가총액이 겅호에 밀린 닌텐도 개발자들 기분은 어땠겠어.

 

일본 모바일게임은 다양한 캐릭터와 조합이 등장하는 카드배틀 게임이 대세였지. 거기에는 어김없이 매출을 담보하는 '가챠'(캐릭터 뽑기) 시스템이 들어있었고. 자기가 원하는 카드를 뽑기 위해 유저들은 돈을 팡팡 썼던 거지. 

 

 

2012년 8월 마침내 일본 모바일게임의 가챠가 날개를 펴고 국내에 상륙했어. 다음-모바게의 <바하무트>가 첫 주자였지. 대박은 아니었지만, 짭짤한 매출을 거뒀어. 수익모델을 고민하던 한국 회사들에게 소문이 쫙 퍼졌지.

 

네 달 뒤 <확산성밀리언아서>는 가챠의 위력을 여지 없이 보여줬어. 출시 첫날부터 iOS 매출 1위에 올라버렸거든. 내 기억으로는 카카오톡 게임들을 제친 첫 게임인 것 같아. 여기저기 뉴스가 나왔고,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주목할 수 밖에 없었지. (2013년 5월에는 월매출 60억 원 육박이라는 기사도 나왔지.)​ 가야할 길은 명확해졌어. 다른 건 '확밀아' 버리고 갸차로 가는 길은 뻥 뚫린 거지. ​이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챠를 넣는 시대가 도래했어. 

 

우리나라 미드코어 게임 중에는 아마 <헬로히어로>가 지금 같은 방식의 가챠를 처음 도입했을 거야. 성공했지. 넷마블의 야심작 <몬스터 길들이기>도 가챠 수익모델을 적용해 완전 성공했고. 한국 게임의 '가챠' 모델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

 

아, 여기서 한 가지. 가챠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봐. 어렸을 때 과자 선물박스 깔 때의 두근두근 같은 느낌은 보편적인 유희의 하나니까. 희소성 있는 카드를 모으고 싶은 욕구도 인정해 줘야지. 문제는 선물박스를 깔 때마다 싫어하는 과자들만 가득 들어있거나, 수집이 자기만족이 아니라 남과 경쟁하는 능력치를 100% 가까이 좌우하는 때겠지. 경쟁력을 위해 극악의 확률 가치를 계속 돌리게 하는 게 문젠 거지. 

 

어찌됐든 역사는 어김없이 반복돼. 90년대 말 <리니지> 성공 이후 숱한 '리니지 류' 게임이 쏟아졌듯, 2013년 이후 가챠 수익모델의 게임이 줄을 이었거든. 근데,

 

 

4. 모바일게임은 <리니지>와 달랐어. 

 

수명은 짧았거든. 지금 와서 보면 <애니팡>이나 <쿠키런>은 참 대단한 장수게임이야.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그렇지 않았거든. 확 떴다가, 훅 가라앉았지. 우리나라는 통신망도 좋아서, 클릭 한번 하면 금방 인스톨됐지만, 언인스톨은 더 쉬었으니까.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게임의 흥행 기간을 길게 6개월 수준을 예상했어. 7자를 왼쪽으로 눕힌 징가의 그래프가 오버랩되던 시절이었지. 론칭 1주일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어. 큰 회사들은 짧은 호흡을 예상하고 후속 라인업을 바로바로 론칭시켰지.  

 

 

위 그래프에서 뚜렷이 보이는 짧은 라이프사이클은 개발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을까? 계속 흥행하는 게임을 만들자는 각오을 다진 곳도 일부 있었겠지. <쿠키런>도 그런 게임일 거야 아마. 거기는 그 게임만 계속 붙들고 업데이트 하고 있잖아. 그치만 이런 게임은 예외야. 벌 때 많이 벌자고 생각하는 회사가 더 많았을 거야. 야구선수들이 FA 때 엄청 세게 부르는 거랑 같은 거지. 그 시기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까. 일부 회사들은 가챠 운영이 좀더 가혹해졌겠지. 다른 BM에는 유저들이 돈을 안 쓰니까.

 

이걸 무조건 탐욕으로만 몰면 곤란해. 회사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 다를 테니까. 걔중엔 매출만 외친 사장도 있었을 거고, 실적과 보상을 기대한 개발자도 없진 않았겠지. 대개는 먹고 살기 위해 그랬을 거야. 차기작 만들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런 회사는 그래도 나아. 빚 갚으려고, 폐업 막으려고, 밀린 월급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내몰린 회사들에 비하면.

 

실제 이런 회사들이 많았지. 한 해 약 4,000명씩 게임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쏟아졌어. 메이저 온라인게임 회사 중에 구조조정 안 한 곳 드물었고. 신규 인력 채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지. 회사들과 개인들 사정이 어떻겠어. 요즘 극단적인 다툼과 감정싸움이 많던데, 인신공격은 좀 자제하면 좋겠어. 앞뒤 사정 안 보고 한통속으로 개발자 일반을 저주하는 거나, 소비자를 면전에서 비난하는 것은 감정만 소비할 뿐 이런 문제의 이해나 개선에 오히려 마이너스니까.

 

말이 샜네. 어쨌든 객관적인 시장 상황은 더 안 좋아져. 여기저기서 예상보다 일찍 퀄리티 높은 게임이 튀어나왔거든. 당신이 사장이나 개발자라면 어떻게 하겠어? 만들고 있는 게임이 이대로 나가선 안 된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좀더 만들자고 생각했을 거고. 그럼 돈은 더 들어갈 수 밖에. 돈을 버고 있는 게임의 수익율을 더 높이는 유혹에 내몰리게 되겠지. 게다가,

 

 

5. 유혹을 막아줄 장치도 없었어.

 

가챠 운영은 더욱 대담해졌어.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였지. 가챠를 통해 아이템을 모으고, 모든 아이템을 모으면 더 좋은 아이템을 주는 콤프가챠(컴플리트 가챠) 같은 악랄한 물건까지 등장하게 돼. 일본은 미성년자의 문제가 특히 심했는데, 소비자청의 조사에 따르면 콤프가챠 도입 후, 지나친 게임요금 청구에 대한 불만과 상담접수가 5건에서 58건으로 늘어났어.

 

 

중학생이 40만 엔(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363만 원) 이상을 한 달에 결제했다거나, 초등학생이 3일만에 12만 엔을 사용한 사건 등이 매스컴을 타며 화제가 됐지. 결국 소비자청이 나서서 경고했고, 콤프가챠는 사라졌어. 

 

여기에 그치지 않았어. 심각한 위기를 감지한 일본온라인게임협회(JOGA)에서는 미성년자의 과금이나 해당 아이템을 얻기 위한 추정금액의 상한선 제한, 확률 공개 등을 포함하는 가이드라인을 재빨리 만들었지.

 

업체가 100% 따르지는 않았지만 일단 법적으로 한 번, 자율적으로 한 번씩 브레이크가 잡힌 거야. 

 

근데 한국에는 브레이크가 없었어. 모바일게임은 스타트업이 많으니까 좀 봐주는 경향도 있었고. 구글이랑 애플이랑 엮어서 대충 글로벌 스탠다드 하며 넘어가는 경향도 있었지. 걔네들이 결제를 책임지는데 우리나라 게임만 결제한도를 정하라고 하면 좀 그렇다나 뭐래나. 자율규제 이야기가 나왔지만, 회사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니 세월아, 네월아 하는 실정이었고. 그러다 보니,

 

 

6. 제대로 가챠 시스템을 운영한 게임도 있었지만, 아닌 게임도 많이 나왔지.

 

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출 극대화를 위해 개발사들은 가챠에 보다 집중한 게임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기획단계부터 가챠가 핵심모델로 들어갔지. 게임 밸런스도 어떻게 하면 게이머가 가챠를 더 많이 구입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한 거지. 일부 게임은 일본에서 금지된 콤프가챠까지 도입했어. 개발사 중에는 나름대로의 ‘가챠 노하우’를 쌓기 시작한 곳들도 있어. 가챠를 잘 만드는 기획자가 인정을 받는 상황도 생겨났지.

 

사실 조금만 플레이해봐도 알 수 있을 거야. 가챠를 지르고 싶은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이 나뉘잖아. 노하우가 제법 쌓인 개발사에서는 실패한 뽑기, 그러니까 ‘꽝’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나 ‘XX님이 짱짱 강한 YY를 뽑았습니다’라고 대문짝 만하게 화면에 표시해 유저를 자극하는 방법 등도 도입하지.

 

마케팅에서 한정판매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야. <확밀아>부터 한정 가챠와 이벤트는 많았지만 이때부터는 가챠를 포함한 패키지들이 연이어 나와. 홈쇼핑 광고마냥 ‘지금 구입하면 50% 세일’, ‘창을 닫으면 다시는 구입할 수 없는 기회’ 등등의 문구가 팝업으로 뜨기 시작했어. 한낮이 쓴 '태초에 부화기가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그 시초와 역사'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이 있으니, 참조해.

 

그런데도 희한하게,

 

 

7. 게이머는 이런 가챠 시스템에 돈을 써대.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 달랐기 때문이야. 모바일게임은 사실상 혼자 하는 게임이거든. 멀티플레이를 하더라도 대개 스탯을 가져온 AI랑 하지. 채팅창도 없어. 다른 유저와 게임 내에서 실시간 교류하는 게임을 못 봤어. 덕분에 유저 사이의 밸런스를 확확 뒤집는 기능성 아이템의 판매나 구매가 부담이 없어졌지.

 

온라인게임이 요즘 모바일게임처럼 기능성 아이템이 막 팔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확률이 높아. 게임에서 유저들끼리 직접 경쟁하는데 영향을 미치니까. 요즘 많은 느슨해졌지만, PVP가 많은 게임에서 밸런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 판매는 여전히 두들어 맞아. 스킨 류의 치장형 아이템 판매가 주인 <리그오브레전드>(아래)가 착한 유료화로 호응을 얻고 있는 건 그런 이유겠지.   

 


근데 모바일게임은 다른 유저와 인터랙션(상호작용)이 없으니까, 아이템을 사고 파는 심리적 제한도 없어져 버렸어. 덕분에 유저는 별다른 생각 없이 기능성 아이템을 사. 게임회사는 가챠 시스템의 대담한 운영을 통해 이 욕구를 끊임 없는 구매 행위로 연결시키고. 
 

게다가 모바일게임의 결제는 속전속결이야. 액티브X도 필요없고, 공인인증서도 필요없어. 충동이 구매와 직선으로 연결되는 거지. 브레이크도 없어. 온라인게임(50만원)이나 웹보드게임(30만원) 같은 한 달 구매한계가 없거든. 온라인게임 만드는 회사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화낼 만하지.

 

모바일게임 유저도 불만은 많아. 근데 제대로 풀 데가 없어. 온라인게임이라면, 마을이나 필드에서, 혹은 채팅창 등을 통해 직접적인 의사를 표시할 있겠지. 게임 내에서 항의 퍼포먼스도 펼치고. 모바일게임에서는 대화도 안 되는데 뭐. 네이버 카페 정도 있지만, 그들만의 게시판이야. 확산되는데 한계가 있지. 게다가 게임회사는 공짜 보석 쫙 풀면 다수의 불만은 잠잠해지기도 하고. 내가 얼마 전에 뒤늦게 이런 온라인과 모바일 비교하는 기사를 썼지. 그런데, 

 

 

8. 미디어는 이런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못 했어.

 

일반적인 매체는 이런 이슈 자체를 잘 모르겠지. 그쪽 독자들도 별로 관심도 없고.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를 거고. 누가 파산하거나 점프하거나 하는 사건사고가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엄청 달려들어서, 게임 일반을 몹쓸 것으로 완전히 묻어버릴 거야. 그게 무척 걱정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TIG도 이 이슈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었어. 숱한 가챠 게임 중 어떤 것을 꼭 집어 비판하는 게 형평성에서 좀 그랬지. 극악한 가챠 이슈를 한 번 다루고 나면, 또 다루기도 애매해지기도 하고. 사실 비겁한 변명이야. 요즘 반성 중이지.

 

 

솔직히 말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렸어. 모바일 판이 벌어지면서 해야 될 게임은 많아졌거든. 쫓아다녀야 할 취재거리도 늘어났고. 취재 외에 신경 쓸 일도 많아졌지. 다른 매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 그러다,

 

 

9. 결국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거야.

 

게임회사들은 업계 조율 등으로 어영부영 시간을 끌었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어. 게이머는 짜증이 났지만, 풀 곳이 없었지. 호응도 확대되지 않았고. 매체는 별로 다루지도 않고. 이때 한 국회의원이 나섰어.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지. 

 

덩샤오핑이 말했지. 하얀 고양이건, 까만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된다고. 게이머는 지금 정치인이냐, 아니냐 혹은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따지고 싶지 않아. 공권력 개입의 문제점에 대해 이성적으로 고민해보자고 해도 지금 통하겠어.

 

그러니, 게임회사에게 더 큰 위기지. 게임생태계도 마찬가지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신임 회장도 취임했으니, 얼른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어. 협회 이름에 '게임'을 다시 넣는 게 내 원래 희망이었는데, 이건 일단 보류. 확률형아이템 문제 해결하려면 물밑으로 왔다갔다 하며 할 게 엄청 많을 테니까. 업계가 회장한테 힘 좀 실어줘야 할 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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