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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부산 게이머는 좋을 것 같습니다

빅페스티벌의 성공, 그리고 공공기관과 생태계 전문가의 신뢰와 협력의 중요성

임상훈(시몬) 2016-09-11 02:04:30

부산 게이머는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3대 게임 행사 중 2개가 부산에서 열리니까요. 우리나라 3대 게임 행사가 뭐냐고요?

 

 

# 한국 3대 게임 행사? 

 

공식적으로 '3대 행사'가 지정된 적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스타'와 'NDC', 그리고 '빅페스티벌'을 꼽습니다. 관심사나 취향, 소속 등에 따라 '빅페스티벌' 대신 '플레이엑스포', '잇츠게임' 또는 '아웃오브인덱스'를 꼽을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일반 게이머라면 NDC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요. 저는 게임 생태계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는 저 세 행사를 골랐습니다.


지스타는 게이머라면 다 아는 행사겠죠? 패스!


NDC(Nexon Developer's Conference)는 4월 열리는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입니다. 게임 생태계를 위해 넥슨이 10년째 좋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땡스!


아마 '빅페스티벌'(부산인디게임커넥트 페스티벌, 이하 BIC 페이스티벌)은 생소할 수 있습니다. 웁스!

 

 [새 창에서 영상보기]


올해 12년, 10년을 맞은 지스타, NDC와 달리 BIC 페스티벌은 지난해 처음 시작했습니다. 낯설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이 행사는 대중적인 대작 게임이 나오거나, 큰 발표도 없습니다. 행사 이름에서 느껴지듯, ‘인디'가 주축이 되는 행사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행사를 ’한국 3대 게임 행사'로 보냐고요?

 

 

# 빅페스티벌을 3대 게임 행사로 꼽은 이유는?

 

먼저 BIC 페스티벌이 가진 다양성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현재 한국 게임 생태계는 유례 없는 위기입니다. 이런저런 사정 탓에 비슷비슷한 게임이 쏟아졌고, 경쟁력이 후루룩 떨어졌죠. 내부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해졌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입지가 약해졌습니다. ‘인디 게임'에서 이 위기를 극복할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의 단초나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런 가치나 기대가 있다고 좋은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에 맞게 그런 가치를 잘 실천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BIC 페스티벌은 그런 행사였습니다. 지난해 BIC 페스티벌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작은 행사였지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가 취재한 기자들, 참관한 업체들의 호평이 이어졌죠.

 

 

 

그런 호응과 호평의 결과가 중요합니다. 올해 ’스폰서'의 면면을 보는 것은 의미가 있죠. 원스토어, 구글플레이가 제일 비싼 플래티넘 스폰서를 맡았고, tnk 팩토리, 마이크로소프트가 골드 스폰서, 애드콜로니, 유니티 애드, 유니티, 네시삼십삼분, 언리얼, 탭조이가 실버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최근 국내 게임 행사 중, 게다가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에 이 수준의 스폰서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먼저 스폰서를 하겠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정반대죠.

 

 

 

그 결과 올해 행사(9월 9~11일)는 더 넓은 곳(영화의 전당)에서,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하게 됐습니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내실도 두툼해졌습니다. 작년에 왔던 해외 개발자가 다시 오고, 입소문을 들은 친구 개발자도 따라 오게 됐으니까요. 아, 참고로 나오고 싶다고 모든 게임이 나오는 행사는 아닙니다. 출품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된 게임만 나옵니다. 심사는 30명의 인디게임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 어떤 행사가 있는지는 홈페이지(//bicfest.org)를 참고하면 됩니다.

 

 

# 어떻게 빅페스티벌은 이렇게 잘 되고 있나?

 

저는 그보다 이런 괜찮은 행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그것은 '신뢰'와 '협력'이었습니다. BIC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행보에는 공공기관과 인디 게임계 전문가들의 시너지가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부산산업정보진흥원(서태건 원장)은 예산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막강한 힘을 가졌고, 최종 의사결정을 합니다. 하지만, 스폰서 섭외와 장소 교섭 등을 지원하되 간섭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태건 원장은 ”우리는 뒤에서만 지원은 하되, 실무적인 의사결정은 인디게임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 내실 있는 행사가 되려면 실제 활동하는 분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이득우 인디디벨로퍼파트너스 대표, 김성완 인디라! 대표

 

인디게임 생태계 전문가인 김성완 대표(집행위원장), 이득우 대표(운영 총괄), 이정엽 교수(심사위원장) 등이 그 ’실제 활동하는 분들’입니다. 그들을 부산산업정보진흥원에 연결시켜준 것은 한국모바일게임협회(황성익 회장)였고요.

 

올해 나온 100개의 게임은 순전히 민간 전문가들의 투표와 논의를 통해 결정됐습니다. 외압이나 간섭은 전혀 없었다는 게 관련자들의 증언이고, 자랑입니다. 덕분에 BIC 페스티벌의 핵심인 '인디 게임'들은 예외 없는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산업정보진흥원이 민간 전문가들을 신뢰한 결과죠.

 

 

현재 인디게임 생태계의 환경 상, 국내보다는 해외 쪽이 발전돼 있습니다. 따라서 선정작 중 해외 게임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나온 100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외국 팀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한국 게임 행사 중에 이렇게 많은 해외 ’개발자'가 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부산을 찾은 것은 이득우 대표와 서울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서로 좀 안다고 미국, 유럽 등 13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BIC 페스티벌은 부스와 숙박, 서울-부산 버스편 외에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BIC 페스티벌 운영에 참여한 인디게임 관계자들의 인사이트가 번뜩입니다. 그들은 해외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동선을 읽었습니다. 도쿄게임쇼에는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참가합니다. BIC 페스티벌의 멤버들은 도쿄게임쇼 1주일 전에 행사 일정을 잡았습니다.

 

'신의 한수'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본만 달랑 갔다 오는 것보다는, 숙박이 해결된다면 부산에 먼저 들렀다 가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일정일 것입니다. 마치 예전 할리우드 스타들이 도쿄 가는 길에 서울에 들렀던 것처럼 인디 개발자들은 도쿄게임쇼에 가는 전에 부산에 오게 됐습니다.

 

 

# 마치며

 

저는 이 글을 두 번째 BIC의 첫날 밤 쓰고 있습니다. 설레발 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우리 게임 생태계가 위기이고, 돌파구를, 단초를 찾고 싶은 심정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BIC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립니다. 10일(토)부터 일반 관람도 가능합니다. 무료입니다. 100개의 게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각 부스에 짧은 줄을 서면, 개발자와 직접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부산 게이머는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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