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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왜 지스타는 '서브컬처 게임'에 열광했나?

지스타로 보는 업계 트렌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2-11-23 17:13:52
"<원신> 보러 왔어요!"

국내 최대 게임쇼 2022 지스타가 4일 간 18만 4천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지스타의 트렌드는 ▲더욱 높아진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 ▲체험 부스의 강세 ▲늘어난 콘솔(패키지) 게임의 비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의 강세가 눈에 띄었는데, 새벽부터 추위를 버티며 행사장 입장을 기다린 관람객은 너나할 것 없이 <원신>과 호요버스 부스를 보기 위해 일찍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간의 지스타를 통해 주목받아 온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가 이번 지스타에서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왜 이렇게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을까? 이번 지스타에서 볼 수 있었던 게임계 트렌드는 무엇이 있었을까? 2022 지스타 현장 취재 소감을 정리해 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업계에서도 '서브컬처 게임'에 주목? 왜?

 

사실, 서브컬처 게임은 이번 지스타에서만 관심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이미 서브컬처 게임은 4~5년 전부터 <소녀전선> 등의 게임이 유행하면서 주목받아 오고 있었고, 계속해서 높아진 관심도가 이번 지스타에서 정점을 찍은 것에 가깝다. 

 

특히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2 전시장은 서브컬처 게임끼리의 각축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별도의 부스는 없었으나 지스타 개최 전날 열린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먼저 업계의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견고한 이유는 모바일 게임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본래 모바일 시장에서 탑급 매출을 유지하는 게임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로블록스>, 킹(개발사)의 <캔디 크러시 사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나이언틱의 <포켓몬 GO>,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텐센트의 <왕자영요> 등의 게임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업데이트에 따라 순위가 오가는 흐름을 보여 왔다.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 관심이 높은 게이머라면
늘 탑을 차치하는 게임은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센시타워)

 

장르 역시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특정 지역에서 엄청난 매출을 쓸어 담는 MMORPG거나,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에게도 어필하기 쉬워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퍼즐형 게임이 다수였다. 즉, 모바일 시장에서 잘 먹히는 게임이나 장르, 성공 공식은 고정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이던 얼굴만 보이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 못 보던 얼굴이 들어왔다. 바로 호요버스의 <원신>이다.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아류작이라는 저평가를 받았던 <원신>은 엄청난 성공을 기록하며 지금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탑 10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중요하다. 

2D 캐릭터가 메인인 것은 동일하지만 마니아적인 색채를 줄이고 보다 다양한 게이머가 즐길 수 있단 점, 하루 30분이 넘지 않는 게임플레이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콘텐츠와 그래픽 퀄리티에 집중했다는 점이 일반 게이머에게 먹혀들면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서브컬처 게임도 잘 만들면 마니아나 소수 시장 위주로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닌, 장기적이고 넓은 시장을 섭렵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원신>처럼 아예 글로벌 탑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권에 자리잡지는 못했을지라도, 종종 매출 상위권에 못 보던 얼굴이 보일 경우 서브컬처 게임인 경우가 많았다. 즉, 서브컬처 게임의 포텐셜은 이전부터 꾸준히 입증되어 온 셈이고, 이런 흐름이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열린 지스타 2022에서 가시적으로 확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시프트업이 개발하고 레벨 인피니트가 서비스하는 <니케>도 해당 사례에 포함할 수 있다. <니케>는 출시 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글로벌 마켓에서 모두 매출 순위 TOP 10에 진입했는데, 미국 시장에서 매출 3위까지 올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서브컬처 게임, 잘 만들면 국내 시장에서도 먹힌다.

 

그리고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서브컬처 게임은 탄탄한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게임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한 <우마무스메>와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다.

<우마무스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자의 추측이긴 하지만, 사실 게임 시스템과 설정을 면밀히 살펴 보면 철저한 일본 내수용 게임으로 기획됐다는 점에 있다. 게임의 모티브는 일본 경마이며, 일본의 경마 문화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선 마니아적인 색채가 상당히 강한 게임이다. 

그럼에도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의 22년 2분기 매출을 견인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초기 매출을 얻었으며, 현재도 견고한 이용자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개최된 지스타에서는 큰 볼거리가 없었음에도 많은 관람객이 <우마무스메>를 보고자 카카오게임즈 부스에 방문하기도 했다. <우마무스메>는 다소 마니아틱한 서브컬처 게임이라도 완성도가 높으면 국내 시장에서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입증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한국 개발사인 넥슨게임즈의 게임이지만,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 개발사도 온갖 서브컬처 게임이 각축전을 벌이는 일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개발력이 있음을 입증했으며, 그만큼의 퀄리티를 담보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도 탄탄한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덕분에 업계의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완성도만 높으면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장르기 때문이다.

 

지스타 전날 진행된 '2022 게임대상'에서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한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PD

 

 

#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오프라인 행사'를 좋아해

 

최근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오프라인 행사'와 '공식 굿즈'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높다. 이런 관심이 지스타 2022 현장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게이머들이 맹목적인 충성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서브컬처 게이머는 게임에 보이는 애정만큼, 개발자와의 소통과 다양한 유저 행사 개최를 통해 게임사가 유저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원한다.

특히 게임사 앞에 시위 트럭이 도착하며 수많은 논란이 발생했던 2021년 이후부터 소통과 이용자에 대한 재투자를 바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가령 최근에야 마무리된 '<우마무스메> 사태'의 경우, 간담회에서 언급된 게이머 시위대의 요구 중 하나는 "유저를 위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달라"였다.

지스타 직전 이미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한 서브컬처 게임 오프라인 행사가 많았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7월 서울의 '세빛섬'에서 진행된 '2022 <원신> 여름 축제'는 인원을 통제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세빛섬에서 진행된 2022 <원신> 여름축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고, 이 인기는 지스타 2022까지 이어졌다.

이런 인기는 지스타 2022까지 이어졌다. 2022 지스타가 개막하자마자 많은 관람객이 호요버스 부스에 몰려들었으며, 호요버스 역시 성우의 토크쇼, 유저 퀴즈, <원신> 타임어택 등 찾아온 관객을 위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제한된 인원에게만 테스트 형식으로 공개했던 <젠레스 존 제로>나 <붕괴: 스타레일> 같은 신작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호평이 가장 많았던 부스 중 하나는 호요버스다.

더불어 중, 소규모의 서브컬처 게임사도 현장에 부스를 마련해 굿즈를 판매하고 먼 거리를 찾아온 이용자들과 개발자가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가령 로드컴플릿의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우리 크퀘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재치 있는 문구를 내걸고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는데, 덕분에 준비된 굿즈가 일부 매진되기도 했다.

지스타 <크루세이더 퀘스트> 부스

2021 지스타에서 큰 화제를 얻었던 시프트업의 <니케> 또한
이번 지스타에 재참여해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출처: 레벨 인피니트)

그리고 서브컬처 게이머의 이런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관심은 '지스타 2022'에서 멈추지 않은 모양새다. 올해 12월,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x게임 행사인 'AGF 2022'가 열리는데,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나 <에버소울>,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 참여를 확정하며 벌써부터 대형 게임사 서브컬처 게임끼리의 각축전이 예고됐다.

 

 

# 결국에는 '게임'

다음은 늘어난 콘솔 게임 비중과, 체험 부스의 중요성이다.

이번 지스타의 핵심이 '콘솔 게임'이라 하면 조금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비중은 확실히 늘어났지만 MMORPG를 내세운 게임사도 있었으며, 대형 모바일 게임 부스 역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 자체 개발한 콘솔 게임을 시연한 부스가 많았고, 대다수 관람객들의 시선 역시 이런 게임에 대한 '체험'으로 향해 있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초 시끄러웠던 P2E나 NFT 게임에 관한 부스들은 BTC관에서 찾기 어려웠다.


넥슨은 '귀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300 부스 규모의 시연대로만 부스를 채워냈다. 네오위즈는 아예 <P의 거짓> 체험을 위해 관람객들에게 30분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주고, 다른 부스와 달리 앉아서 게임을 시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이 웰메이드 콘솔 게임 개발에 "진심"이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결국 게임사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개발이고, 최근 트렌드는 웰메이드 콘솔 게임이다. 이번 지스타 2022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만큼 웰메이드 콘솔 작품에 대한 게임사들과 게이머들의 관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아직 시작일 뿐이기에 계속해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더욱 많은 국내 개발사의 자체 개발 콘솔 게임이 시연대를 마련하고 유저의 평가를 기다릴 확률이 높다. 이런 흐름이 내년의 지스타까지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시연 시간이 길어서도 있겠지만, <P의 거짓> 부스는 조기 마감을 해야 했을 정도로 관람객들이 몰렸다.

 

 

# 사담 - 질서정연한 행사장은 좋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뒀던 만큼 이번 지스타에서는 질서도 눈에 띄었다.

이번 지스타는 단위면적당 관람 인원에 따라 입장을 통제했으며, 현장 운영인력이 기존 대비 2배 늘어나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동 경로를 통제하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세웠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18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음에도 사고는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작년보다 관람 환경이 쾌적했다는 느낌도 일부 존재했다.

통제는 철저했으며, 관람객 역시 질서를 준수했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자면, 1 전시장과 2 전시장의 이동에 대한 문제다. 2 전시장에 위치한 BTC관은 3층에 있다. 관람객들은 기나긴 내부 통로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올라야 했기에 이동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2 전시관의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역시 두 개밖에 없고 폭마저 좁아 사람으로 붐볐다. 운영 인력의 철저한 통제 덕에 안전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2 전시장 1층에 위치한 BTB 관과 BTC 관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장을 이동할 때 내부의 이동 통로를 사용하는 대신 건물 외부 횡단보도를 통해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관람객이 2 전시장에 위치한 BTC 관이 3층에 있었기 때문인지 내부 통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1층에 BTC 관이 위치한다면 외부 경로를 이용하는 관람객 역시 많아질 것이고, 이동이나 통제에 있어서도 보다 수월해지지 않을까 한다.

 

비상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제외하면
제 2 전시장에서 3층에 위치한 BTC관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에스컬레이터는 2개 밖에 없어 주말에는 꽤 혼잡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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