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퍼블리셔인 아라리오가 국내에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차리고 웹게임 <에콜 택틱스>를 개발 중이다. 개발사로서는 첫 시작인 만큼 일단은 비교적 개발이 쉬운 웹게임부터 제작한 다음, 조금씩 분야를 넓혀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개발 중인 웹게임이 조금 독특하다. 턴 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 전투를 도입했고 다수의 유저가 한 번에 접속하는 MMORPG 방식의 마을과 퀘스트, 제작 등의 시스템도 지원한다. 심지어 부분유료화도 캐릭터의 각 부분을 꾸미는 아바타 방식이다. 이쯤 가면 웹게임보다는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 가깝다.
아라리오게임즈의 이원준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판단”이라 말한다. 삼국지 방식의 웹게임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신생 개발사로서 차별점을 가지려면 독특한 장르를 선보여야 했다는 것. 그래서 택한 게 한때 콘솔/패키지게임에서 많은 인기를 끌던 택틱스 장르다.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장점만 섞은 웹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이원준 대표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한국에 온 이유요? 뛰어난 인력을 찾기 위해서죠”
<에콜 택틱스>는 일본에서 1인 태스크포스(TF)로 2008년 말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외주작업을 통해 기본적인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2009년 가을 정도에 본격적으로 한국에 지사를 내고 개발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일본과 분리돼 자유롭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2010년 12월 6일 법인으로 독립했다.
일본에서 개발해도 되는 웹게임을 굳이 한국에서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이원준 대표는 “일본 게임시장에서 온라인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콘솔게임과 패키지게임에 치중된 일본 개발자들은 온라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한 두 마디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일본에서는 장황하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벤처에 대한 지원도 한국이 더 적극적이다. 한국은 기술보증지원이나 벤처인증을 통한 세금 혜택이 있고 개발에 필요한 도구들을 지원받기도 쉽다. 벤처기업을 보는 인식도 일본보다 긍정적이다. 일본에 지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 자체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리고 온라인과 웹게임을 만들 것이라면 가장 큰 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개인적인 바람도 한국 법인을 세우는데 한 몫을 거들었다. 이원준 대표는 “한국은 온라인 및 웹게임과 관련된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승부를 볼 것이면 가장 험난한 곳에서 능력을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 “부족전쟁 방식의 웹게임은 이젠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에콜 택틱스>는 전통적인 턴 방식 시뮬레이션 전투를 채택한 롤플레잉 웹게임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과거의 XX 택틱스 시리즈를 웹게임으로 구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온라인게임에서나 보던 마을 등의 공용지역과 퀘스트, 제작, 용병 등의 시스템이 들어간다.
이원준 대표는 <부족전쟁>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웹게임은 더 이상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부족전쟁 방식의 웹게임은 이미 비슷한 게임이 수 십 가지나 나왔다. 지금 비슷한 게임을 만들더라도 단순한 ‘묻어가기’ 수준에 그칠 뿐이다.
게다가 아라리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첫 타이틀인 만큼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택틱스’ 방식의 웹게임이다. 아직까지는 경쟁작이 많지 않고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곳도 없다. 신생개발사인 아라리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콘솔게임 유저라면 어렸을 적 다들 즐겨본 경험이 있는 장르인 만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순간순간의 재미를 주는 웹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부족전쟁 방식 웹게임은 부담이 없다. 플레이어는 하루에 한 두 번 정도 자신의 상황을 확인하고 적당한 명령을 내려주면 된다. 나머지는 프로그램과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직장에서 업무 중에, 혹은 다른 게임을 즐기던 도중에라도 짬짬이 즐길 수 있다. 웹게임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택틱스 방식의 웹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을 하는 내내 캐릭터를 조작해줘야 하고 다른 일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원준 대표는 생각을 바꿨다. ‘하루 종일 창을 켜두고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장점’ 대신 ‘짧은 시간에도 집중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어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택틱스 방식의 게임은 전투가 스테이지 단위로 진행되는 만큼 전투 하나하나를 클리어했을 때의 즐거움이 크다. 스테이지 하나를 깨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고 목표도 확실하게 보이는 만큼 집중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같은 스테이지라도 약간의 미션만 넣어주면 얼마든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까지 이동하거나 NPC를 호위하는 것도 턴 방식 시뮬레이션에서는 ‘재미’가 된다. 점심시간, 혹은 약간의 휴식시간에도 인터넷만 된다면 어디서나 게임에 접속해 스테이지 1~2개를 클리어 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경쟁이 아닌 친목을 위한 게임을 만들 겁니다”
<에콜 택틱스>에는 경쟁이 없다. 콜로세움을 통한 비동기 PVP(자신과 다른 유저의 파티의 전력을 비교해 가상으로 전투결과를 도출해주는 일종의 모의전투)는 있지만 그게 전부다. 첨예한 종족간의 대립도, 자고 일어나면 습격을 받는 치열한 전투도 <에콜 택틱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길드 콘텐츠도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100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하라는 길드 퀘스트가 있다면 10명의 길드원이 각각 10마리씩 몬스터를 나눠서 처치할 수 있다. 굳이 접속시간을 맞추고 파티를 맺지 않아도 언제나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에콜 택틱스>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웹게임 답지 않게 파티플레이와 모든 유저가 함께 접속하는 마을 등을 지원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이원준 대표는 “<에콜 택틱스>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있는 웹게임”이라며 “부담감을 덜고 누구라도 편하게 쉬엄쉬엄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원준 대표의 목표는 <에콜 택틱스>의 상반기 서비스다. 이미 30개가 넘는 스테이지가 제작돼있고 몬스터도 30종이 넘는다. 4개의 기본직업과 24개의 스킬도 개발을 마쳤다. 내부적으로는 일본의 본사와 함께 테스트를 마치고 받은 피드백을 게임에 적용 중이다.
다만 첫 게임 개발인 만큼 가능하면 자체 서비스보다는 운영 경험이 많은 퍼블리셔와 함께 서비스를 준비하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