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29일중국 상하이 슈퍼브랜드몰에서 자사의 이름을 내건 게임쇼 ‘엔비디아 게임 페스티벌(NGF)’ 2012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스타크래프트 2>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유명 게임들의 이벤트전 성격의 토너먼트가 개최되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유명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나틱의 장재호, LG-IM의 정종현, 무소속의 박준 세 선수가 <스타크래프트 2> 토너먼트에 참가해 모두 8강까지 진출하며 좋은 출발을 보여줬는데요, 아쉽게도 박준은 8강에서, 정종현은 4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4강에서 정종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장재호는 결승전에서 중국의 후 샹(MacSed)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NGF 2012 토너먼트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장재호, 정종현, 박준을 차례대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상하이(중국)=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NGF 2012에는 6,000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한국 선수로는 장재호가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장재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후 샹이 무대 위에 올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Q: 결승전까지 올랐갔지만 아쉽게 졌다.
장재호(이하 장재호): 정말 아쉽고, 슬프기까지 하다. <스타크래프트 2>로 종목을 바꾸고 나서 결승전에 올라온 게 이번을 포함해서 모두 5번째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고,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뿐이다. 특히 4강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정종현 선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Q: 중국 선수라서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그것은 아니다. 후 샹 선수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었고, 스타일도 분석해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 하지만 1세트에서는 준비한 전략이 상대가 철저한 방어 전술로 나와 실패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전략이 어느 정도 잘 먹혔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콘트롤이나 상황 판단에서 아쉬운 점이 많아서 결국 지고 말았다. 여러 가지로 여운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Q: 프나틱에 입단했는데, 과거에 비해 어떤 점들이 좋아졌는가?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선수들과 생활하다 보니 팀원들간의 교류나 연습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최근 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데, 팀에서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준다.
Q: 예전에 <LOL>이 한국에서 론칭할 때 광고를 찍었다. 혹시 지금도 <LOL>을 하고 있나?
광고 할 때만 잠깐 <LOL>을 했었다. 당시에는 샤코를 했었는데 지금은 게임을 안 하고 있다. 미래의 일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스타크래프트 2>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 이 생활이 즐겁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은 당분간 플레이할 생각이 없다.
Q: 최근 선수 생활을 오래 한 게이머들이 플레잉 코치나 감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본인도 그럴 계획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계속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 물론 가끔은 다른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군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선수로만 뛸 것 같다.
Q: 엔비디아가 주최한 이벤트전이었다. 혹시 그래픽카드로 평소에 지포스 제품을 사용하나?
기본적으로 연습하는 PC나 장비는 후원을 받는 기업들로부터 제공받는다. 현재 사용하는 노트북 역시 MSI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쓰고 있는데, 아마도 그래픽카드는 지포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웃음).
Q: 최근 <스타크래프트 2>를 보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워크래프트 3>와 유사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스타크래프트 2>가 국내에서는 1편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반면 외국에서는 대회도 자주 열리고 기회도 많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상황이 바뀌어 1편과 2편을 병행하는 게이머들이 생기고, 국내 대기업들의 스폰만으로 리그가 유지되는 수준이 된다고 하니 시장 자체는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스타크래프트> 1편의 유저들이 2편으로 많이 유입되면 시장 규모 자체는 많이 커져도, 나를 포함한 2편을 하던 게이머들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서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 같다. 많이 염려된다(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아쉽게도 지난 GSL에서는 예선에 떨어져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차기 대회에서는 꼭 본선에 올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소속팀인 프나틱의 GSTL 참가가 확정된 만큼 잘 준비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한다.
무소속 박준(왼쪽)과 LG-IM의 정종현(오른쪽).
Q: 근황이 어떤가? 중국 소속팀이었던 판다리아 게이밍에서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탈퇴한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박준(이하 박준): 중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으며 <워크래프트 3> 대회와 <스타크래프트 2>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비록 전 소속팀에서 좋지 못한 일로 나오기는 했지만, 입단을 제의해오는 팀도 있어서 현재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데 소문이 이상하게 났는지 주변에서 자꾸 큰일이 난 것처럼 반응해서 나 자신도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Q: 한국에 복귀할 생각은 없나?
당분간은 한국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 이미 중국에 집도 마련했고, 언어 등 배우고 있는 것도 많이 있다. 아마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계속 중국에 머무르면서 불태우지 않을까 싶다(웃음).
Q: 이번 NGF에서 아쉽게 탈락했는데, 패인을 꼽자면?
먼저 맞붙었던 상대가 결코 못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그랜드 마스터 등급에서 활약한 선수고, 중국 대회에서 몇 번 붙어 본 선수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회장의 방음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드랍십을 이용한 전술을 몇 번 사용했는데 관람객들이 함성을 질러 상대방이 계속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눈치챘다. 이 때문에 드랍십을 사용하는 전술이 완전히 막혀버렸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던 것 같다. (참고로 박준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회 주최 측에 항의했고, 이후 경기에서는 해당 문제가 해결됐다.)
Q: 끝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지난 해 WCG 2011 우승 이후로 딱히 한국 팬들에게는 보여드린 게 없었는데, 중국에서 <워크래프트 3>와 <스타크래프트 2>를 열심히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다. 앞으로 두 게임에서 모두 한국 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장재호 선수가 4강에서 이겼음에도 준우승에 그쳤다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종현(이하 정종현):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기 때문에 미안할 것 까지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장)재호 형이 우승하지 못한 것은 같은 한국 게이머로서 많이 아쉽기는 하다.
Q: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최근 목과 허리 등이 너무 좋지 않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앉은 의자가 많이 불편해서 여러 가지로 많이 고생했다. 근래 들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정말 여러 가지로 아쉽다.
Q: 치료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조만간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하지만 일단 GSL이 있는 만큼 최대한 GSL 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쪽으로 일정을 잡아서 치료할 생각이다. 만약 대회에 방해가 된다면 당분간 치료를 받지 않을 생각도 있다.
Q: 혹시 최근 같은 팀원들과 <LOL>을 즐기고 있는가?
쉬는 날에는 팀원들이 모여서 가끔 게임을 즐기기는 한다. 하지만 아주 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며 주력으로 쓰는 챔피언 같은 것도 없다. 그저 프리 로테이션인 챔피언 중 아무거나 골라서 한다. 좋게 말하면 모든 챔피언을 다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웃음).
Q: 최근LG 전자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후원이 늘고 있다.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며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성적이 그렇게 좋지 못해 죄송하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팬들 여러분들 또한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이번 NGF 같은 이벤트전 기회가 생기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