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아 연대기, 빈둥대는 RPG가 되고 싶다”

지난해 지스타 2012에서 <프로젝트 NT>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던 띵소프트의 신작이 1년 만에 정식 명칭과 새로운 영상으로 돌아왔다. 유저가 직접 지형을 바꾸고, 마을을 연성하고, 법까지 만드는 MMORPG <페리아 연대기>다. 관련기사 ☞ <페리아 연대기> 지스타 트레일러와 마을 연성 영상 가이드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인간과 ‘키라나’라는 두 종족이 만나 벌어지는 <페리아 연대기>는 높은 자유도를 핵심 요소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은 물론, 전반적인 맵과 전투하는 던전까지 유저가 직접 개입하여 게임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받아 레벨업하는 기존의 MMORPG에서 벗어나 ‘빈둥대는 롤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을 만들고 싶었다는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정상원 대표: 먼저 페리아(Peria)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세계의 이름이다. ‘연대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하나의 정해진 스토리가 아닌,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페리아 연대기>는 파괴된 페리아 세계에서 함께 살게 된 인간과 ‘키라나’라는 두 종족이 대립하고 또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를 재건하는 굵은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플레이어는 인간의 입장이 되어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게임의 자유도를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나?

사실은 만들어 본 수준과 앞으로 만들 수준이 다른데, 일단 지금까지 만든 것은 아이템 등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조합해서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오브젝트에 기능이 있기 때문에 조립하기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예를 들어 유전공학자들이 실수로 만든 괴물 같은 게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어디까지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예측 가능한 것은 던전을 만들고 맵을 만들다 보면 유저들끼리 모여서 즐기는 <도타>와 같은 전투 콘텐츠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유저가 기본 퀘스트를 직접 패치할 수도 있다. 만약 ‘공주를 구해라!’라는 기본 퀘스트가 있다면 ‘공주를 30분 안에 구해라’라고 심화하거나, 입장료 100원에 성공하면 5,000원이라는 보상까지 조절하는 식이다.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했다.

요즘 MMORPG의 엔드 콘텐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성전’을 많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엔드 콘텐츠를 ‘유저의 참여’라고 보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개입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유저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맵의 규모가 상당할 것 같다. 맵의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만들 수 있는 크기와 오브젝트 수가 정해져 있는지 궁금하다.

심리스 맵(Seamless Map) 방식으로 가면 너무 방대해져서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스턴스 맵 스타일로 각자 자신의 맵이 있고, 메인 맵과 연동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저가 만들 수 있는 아이템 등의 오브젝트의 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맵 사이즈는 제한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유저가 맵이 작아서 못하겠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한 유저가 일반적인 마을을 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맵의 형태를 만들고 로직을 집어넣는 제작 과정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마을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서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또 마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300~500명의 데일리 액티브 유저가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마을 구성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마을 에너지도 줄어들어서 외각의 건물부터 하나씩 무너진다. 마을 제작은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

게임 후반에는 모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유저가 만든 모드 교환은 무료인가?

유저끼리 콘텐츠를 교환할 때는 과금을 적용할 생각은 없다.

유저가 모든 건물이나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역으로 모든 것을 다 부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건물 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공개된 영상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마을 내 콘텐츠는 혼자 만들 수 없다. 그리고 혼자 부술 수도 없다. 건물이나 다리 등 시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마을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시설을 부수기 위해서도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90% 이상의 정상적인 사람들이 끌고 가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상한 사람들 10%가 모인 마을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자신만의 동작을 만들 수 있다는 부분에서, 악의적으로 성인용 콘텐츠가 제작돼 유포될까 염려된다.

이런 애니메이션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성인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취향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생각해 보면 멘트나 대사를 활용해 악용할 수도 있겠다. 플레이어가 만든 것을 무작위로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일단 본인의 친구끼리만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 측의 확인을 받은 후에 다른 유저에게 배포되는 시스템이 구현될 예정이다.

일반적인 MMORPG는 퀘스트를 중심으로 레벨을 향상시키는 목적이 있는데, <페리아 연대기>의 주된 목적을 모르겠다. 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될까?

<페리아 연대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빈둥대며 플레이하는 RPG’다. 요즘의 RPG를 보면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는데, ‘대치동 쪽집게 과외’ 같다. 어디에 어떤 퀘스트를 하고, 몬스터를 해치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 왜 죽기살기로 만렙을 찍고 나서 할 게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페리아 연대기>는 유저가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게임을 추구했다. 게임머니를 버는 것도 전투에 이겨서 벌 수 있지만, 아이템을 만들어 판다든지, 다른 유저가 많이 사용하는 맵을 만든다든지 유저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저들이 레벨업에만 매달려 조급해하지 않고 유저가 다같이 늙어 가는(?), 살아 가는 게임이 되고 싶다.

맵을 만드는 유저들을 위한 별도의 장려 정책이 있나?

게임머니가 지급되지만 그 외의 특별한 장려 정책은 없다. 90%의 이용만 하는 유저와 10%의 ‘능력자’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글 패치를 만들거나 하는 능력자를 보면 어떤 보상을 원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즐겁게 사용하는 데서 큰 만족감을 얻는다. 그 만족감이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맵을 만드는 유저들이 자기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온라인게임에서도 모바일과 연동되는 콘텐츠가 많다. 모바일 앱과 연동되는 콘텐츠가 있나?

아직 결과물은 없지만 제작할 예정이다. 키라나는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일정하게 먹이를 줘야 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게임을 접속하는 건 쉽지 않은데, 이런 부분을 모바일에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투까지는 어렵겠지만, 모바일을 활용한 콘텐츠는 상당 부분에서 생각 중이다.

전략적인 전투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PvP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일반적인 액션 게임은 캐릭터 자체에 능력치가 있고 또 장비가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 보니 후반부에 갈 수록 모든 캐릭터의 장비가 똑같은 경우도 발생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싸운다.

<페리아 연대기>는 일괄적인 전투가 아닌 전략이 가미돼 있다. 유저들은 아군이 된 키라나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스킬처럼 쓸 수 있는데, 스킬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또 상대가 키라나를 활용한 스킬을 발동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가 어떤 스킬을 어떻게 활용해 공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전투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구분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작년 지스타 당시 2014년 초쯤 출시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으며 언제 선보일 예정인가?

지금까지 지형, 지질, 아이템이나 건물 연성까지 완성됐다. 앞으로 이것을 기반으로 던전 패턴, 법을 만들어서 선포하면 동네의 룰이 바뀌는 것을 서포트하는 것, 인공지능(AI) 등 로직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와 텍스처 등 리소스 UCC, 그리고 MOD(변형게임) 지원까지, 해야 할 게 많다.

원래는 올해 비공개 테스트(CBT)를 하는 게 목표였는데 모든 게임이 그렇듯 만들다 보니 이런저런 상황으로 많이 늦어졌다.(웃음) 우리가 원하는 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내년 중에는 정말 CBT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