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의 승부수 <애스커>가 25일 OBT에 들어간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사활이 걸린 타이틀이지만, 게임이 맞이할 시장은 만만치 않다. 굳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시장 1위 게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액션 MORPG 분야만 하더라도 <던전 앤 파이터>나 <마비노기 영웅전> 등 터줏대감들의 자리가 단단하다. 선배들이 수년 간 다듬어 온 콘텐츠, 수년 간 끌어들인 유저를 따라잡기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애스커>는 이런 상황에서 집안(?) 사정상, 하루 빨리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 도전자 <애스커>는 과연 어떤 운영, 어떤 요금제로 유저의 마음과 지갑을 사로잡을 계획일까? 네오위즈게임즈 고윤호 사업팀장을 만나 <애스커>의 운영·사업 전략에 대해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최소 월 2회, 유저 건의에 답하고 개발 상황 공유하겠다
그동안 네오위즈게임즈에서 모바일게임들을 마케팅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힘든 시기인데, 갑자기 <애스커> 사업팀장이 돼 부담스럽진 않았나?
고윤호: 회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만큼, 부담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액션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애스커> 때문에 밤 늦게 야근한 후에도 집에 가선 <위쳐3>나 <몬스터헌터>같은 게임을 매일 한다. (웃음)
오히려 부담됐던 것은 나의 기준이 유저 분들의 기준과 맞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개발팀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는 항상 더 높은 난이도를 말하고 개발팀은 항상 더 낮은 난이도를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액션 게임을 즐긴 만큼, 내 기준이 유저 분들에 비해 너무 '하드코어'하진 않을까가 고민이었다.
이제 온라인게임 흥행에 게임성은 물론, 마케팅과 운영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시대가 되었다. 사업 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고윤호: 이제는 TV광고로는 화제도 되기 힘든 시대니 더더욱 그랬다. 더군다나 액션 MORPG는 생각보다 하드코어한 느낌이 강해 대중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때문에 2차 CBT부터 액션 자체보다는 분위기나 색감 등을 더 많이 강조했고, 이번에 배우 황정민씨와 손잡고 광고를 만든 것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이다. 부디 25일 좋은 성적표를 받았으면 좋겠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2>나 <파이널판타지 14> 등이 유저와 운영자 간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게임이 늘고 있다.
고윤호: 그렇지 않아도 운영 때문에 네오위즈 CRS와 운영팀이 계속 협의 중이다. 기존처럼 단순히 유저들의 건의사항을 다음 패치에 반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주기적으로 피드백에 답하고 개발 상황을 알려주는 등 소통에 중점을 둔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일단 내부에서 대전제로 한 달에 최소 2번은 유저들이 어떤 건의를 했고 이것을 어떻게 준비 중인지 알려주는 공지를 할 예정이다. 기존 온라인게임처럼 단순히 앞으로 어떤 패치를 준비 중이다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 이번 패치나 업데이트는 어떤 이유로 기획되었고 또 유저들의 건의가 어떤 식으로 준비 중인지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콘텐츠가 목표다.
다만 OBT 초반에는 이슈도 많고 정보의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차근차근 설명하고 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오픈 초반에는 일반적인 공지 스타일의 글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운영을 안정화시켜서 초기 계획했던 것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자의 준비와 열정 못지 않게,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유저 중 적지 않은 유저가 공식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기능에 관심 없어한다. 계획한 것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고윤호: 게임 안에 ‘투데이’라는 정보창이 존재한다. 접속할 때나 던전을 깬 후 나오는 일종의 알림창인데, 여기에 이벤트나 팁, 웹에 게시된 주요 공지나 쓸만한 콘텐츠 등이 노출된다. 앞서 이야기한 소통형 공지는 물론, 패치 노트, 운영자가 작성한 팁 등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게임 안에서도 노출된다. 그런 만큼 유저들도 공식 홈페이지에 더 많이 관심 갖고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하리라 믿는다.
MORPG는 콘텐츠 소모는 빠른 반면, 커뮤니티 등 유저 간의 교류는 적은 장르다. 즉, 개발 딴에서의 콘텐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아무리 운영을 잘해도 유저들이 빠져나가기 쉬운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고윤호: 개발 영역은 내가 답하긴 힘들다. 다만 우리는 네오위즈 CRS 개발팀을 믿고, 또 <애스커>는 엔진 특성 상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것만 이야기하겠다.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소통 운영와 웹 연동도 그 일환이고, 2차 CBT에서부터 추가된 대화 채널(≒ 진영 시스템)도 이러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운영 딴에서도 이벤트 등을 통해 최대한 유저 간의 커뮤니티를 끈끈하게 하려고 한다.
다른 게임처럼 특정 시간에 접속하면 유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함께 무언가를 했을 때 추가 보상을 주는 등 자연히 유저 사이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것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진영 시스템이 좋은 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유저들이 이벤트를 단순히 이득을 위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축제처럼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꿈꾼다면 서버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
고윤호: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네오위즈게임즈가 준비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물리 서버를 준비했다. 또한 <애스커>는 엔진 구조 상 채널 신설이나 채널 수용량 변화가 자유롭다. 여기에 유저는 자신이 접속할 수 있는 채널의 부하율을 직접 볼 수 있고. 물리적인 서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유저가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로그인 채널 오류나 서버 수용 인원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 확률보다는 정액으로, 강함 대신 ‘추가 기회’를 팔겠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성적이 예년만 못하다. 그런만큼 회사에서도 <애스커>의 흥행과 매출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유료 상품은 어떤 방식인가?
고윤호: 일반적인 MORPG를 생각하면 편하다. 추가 부활 횟수를 팔기도 하고 아바타 같은 꾸미기 아이템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유저 분들이 관심 많은 랜덤 박스도 있다. 허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 중에 밸런스, 혹은 캐릭터의 강함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은 없다는 것이다.
뽑기용 장비도 없고, 귀속 해제 아이템이나 강화 물약 같은 것도 없다. 아바타에 능력치를 넣느냐 마느냐는 아직 고민 중이긴 하지만, 설사 들어가더라도 행동력(피로도) 최대치를 올리는 등 전투력과는 상관 없는 능력치만 붙을 예정이다. 유저 분들이 뽑기 모델에 거부감을 표하는 까닭은 ‘박탈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을 쓴 유저만 더 강해지는, 혹은 돈을 쓴 유저만 즐길 수 있는 상품은 없다.
대신 <애스커>의 유료 상품은 '추가 기회'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 행동력(피로도)의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던전에서 부활할 수 있는 횟수를 늘리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유료 유저와 무료 유저 간 콘텐츠 소비 속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특정 콘텐츠 자체를 즐기기 위해, 혹은 캐릭터가 강해지기 위해 유료 상품을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 참고로 랜덤 박스는 당연히 구성품과 확률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뽑기 모델의 핵심은 강함을 얻기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강함을 팔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을까?
고윤호: 우리는 뽑기를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주력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PC방 서비스, 그리고 VIP 서비스다. 둘 다 기본은 같다. VIP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애스커> 가맹 PC방에서 플레이하면 게임머니를 조금 더 얻거나 최대 행동력이 늘어나는 식의 혜택이 주어진다. 일종의 추가 편의성을 정액제로 제공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모델이 정말 돈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을 살펴보자. 이제 유저들은 게임 시작하자 마자 ‘내가 얼마를 써야 이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까’하고 계산한다. 여기서의 쾌적함은 편의성보다는 강함을 뜻하지만, 커뮤니티 요소가 약한 모바일게임 특성 상 이는 결국 내가 얼마나 쾌적하게 던전을 깨고 최고레벨을 찍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쾌적함에 중점을 둔 정액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이 '강함'만큼 유저들에게 자극적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편의성도 충분히 상품이 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강함이 주는 뿌듯함은 노력을 통해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
솔직히 네오위즈게임즈의 성적이 좋지 않다. 회사가 가장 밀고 있는 타이틀이 이런 모델로 바로 회사에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고윤호: 일부 동의한다. 솔직히 나는 처음에 개발진에게 강함을 팔라고 건의했다. 그 편이 더 빨리, 더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개발팀의 방침은 간단했다.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유료 모델은 피하자.' 개발팀은 <애스커>의 액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료화 때문에 이 액션이 망가지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더라.
솔직히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불만도 많았다. 그런데 나도 계속 테스트 버전을 하다 보니 개발팀 생각에 점점 물들게 되더라. (웃음)
그런 철학이나 자부심이 듣기는 좋지만, 냉철한 산업현장에서 그런 로망이 계속 통할 수 있을까?
고윤호: 물론 그런 낭만적인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스커>는 최근 게임에 비해 액션 연출이나 이펙트가 수수한 편이다. 솔직히 초반부는 밋밋하다. <애스커>가 강조하는 것이 정교한 판정인데, 이펙트가 화려하면 동작이 가려져 의도적으로 수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반부에는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적어 액션도 밋밋하고, 유저도 빠른 동작 때문에 판정을 인지하기 힘들다. 솔직히 초반부에는 <애스커>의 장점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유료화 모델을 만들 때 유저가 부담없이 최대한 오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박탈감을 주는 ‘강함 판매’는 처음부터 배제했다. 오히려 편의성이나 꾸미기 위주로 상품을 기획해 실력만 있다면 돈 없이도 즐길 수 있게, 그리고 돈을 쓰면 조금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강함을 파는 것만큼 초반에 많이 벌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짝 지갑을 여는 것보다, 느긋하게 우리 액션에 익숙해지면서 유저들이 조금이라도 꾸준히 게임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이 <애스커>가 추구하는 액션에도 맞고, 또 추격자이자 도전자라는 <애스커>의 위치에도 걸맞은 것 같다. 물론, 이것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때 유료 모델을 다시 고민하면 된다.
이제 오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목표가 있다면?
고윤호: 개인적으로는 다른 액션 MORPG를 하는 유저들에게도 <애스커>의 액션을 인정받는 것을 최고로 치고 있다. 다른 게임을 이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애스커>의 스타일도 좋네 같은 인정이면 충분하다. 애초에 세상에 어떤 게임보다 더 우월한 게임은 없으니까. '다른' 게임들 사이에서 우리 게임의 스타일을 인정 받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게임사 최고의 기쁨 아닐까?
물론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도 있다. 네이버 게임 검색 순위든, 게임트릭스의 PC방 순위든 간에, <애스커>를 검색하면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보였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10위권 안에서 보인다거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