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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스팀은 차갑다" 스팀에서 날개 접은 한국게임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4-04-16 18:49:13

오늘날 스팀은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입니다. 


네오위즈의 발표에 따르면 <P의 거짓>은 100만 장을 판매했습니다. 스팀 덕입니다. <산나비>와 <스컬> 도 스팀이 없었더라면 전 세계 게이머들을 찾아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민트로켓'이라는 레이블의 첫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게임에 달린 평가는 89,000건에 육박하죠.​ '민트로켓'의 본체 넥슨은 지난해 스팀 어워드에서 이 게임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게임' 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스팀은 차갑습니다.


어느 플랫폼이나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만, 스팀에서는 게임이 빨리 묻히기 때문에 '자기 색깔'이 분명하거나 유명세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스팀을 운영 중인 밸브는 자체 차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접속자는 물론 피크(역대 최다) 접속자의 수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내림세를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유료게임일 경우, 스팀 리뷰와 피크 접속자를 바탕으로 매출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죠.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컨퍼런스에는 '스팀에 자기 게임을 올리는 법'이 공유되기도 했죠. 한국 게임사들도 몇년간 지속되던 '모바일 일변도'에서 벗어나 점차 스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모두가 영광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멋쩍은 성적표를 받은 한국게임을 모아봤습니다.





# '얼리억세스' 벽 넘지 못한 넷마블의 <파라곤> 부활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오는 4월 22일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에픽게임즈의 <파라곤>을 이어받아  같은 장르의 TPS를 만들던 일군의 개발자들을 넷마블이 영입해 개발을 진행했죠. 에픽게임즈는 <파라곤>을 접으면서 그 에셋을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배포했는데, 그때부터 일군의 개발자들은 <파라곤>을 부활하려고 애써왔습니다.


2022년 넷마블은 에픽게임즈로부터 '파라곤'의 상표권을 인수하고, 지스타에서 이벤트 부스를 운영하는 등 게임의 성공에 적잖은 공을 들였습니다. 2021년 12월 얼리억세스를 시작했으며, 2024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서비스했지만, 지난 2월 끝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얼리억세스 시작 당시에는 동시접속자가 3만 명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3년부터는 천명 단위로 감소하며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운영진은 소통과 개선을 통해서 부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게임은 초반에 바람을 일으켰지만, 같은 <파라곤> 어셋을 활용해 부활시킨 <프레데세서>가 같은 날에 론칭하며 유저가 분산됐고, 초기부터 게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밸런스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가상 걸그룹 '메이브:'의 멤버를 암살자로 투입하는 방식은 <파라곤>에 대한 이해는 깊지만, 케이팝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 비판의 소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문을 닫았고 경쟁자 <프레데세서>는 아직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 서비스 1년도 못 채우고 떠난 <오투잼 온라인>

<오투잼 온라인>은 '추억의 리듬게임'이라는 수식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압도적으로 부정적'의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이 게임은 지난해 가장 혹평을 많이 받은 스팀 게임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그저 그런 신작이라면 이만한 관심을 받지 못했을 텐데,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한 <오투잼>을 되살렸기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게임은 오투잼컴퍼니를 인수한 밸로프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밸로프는 예전부터 '리퍼블리싱 강자'를 표명하면서 옛 게임을 다시 서비스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2021년부터 <알투비트>를 부활해 다시 운영 중인 것도 밸로프입니다.


그러나 2023년 1월 스팀에 출시된​ <오투잼 온라인>은 그야말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BPM을 BMP로 표기하는 등 자잘한 오류는 물론, 리듬게임에도 불구하고 볼륨 조절이 없다거나 노트와 음악이 맞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킨 채 출시됐습니다. 게임은 모바일 UI를 그대로 이식한 듯한 화면을 가지고 있었으며, 음원을 월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특이한 BM을 채택했습니다.


결국 2023년 11월, 밸로프는 게임의 신규 구매를 막으며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밸로프는 "앞으로 몇 달 간 전면적으로 점검하여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사랑해 왔던 더 나은 오투잼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돌아온 새로운 <오투잼>은 불명예의 역사를 ​완벽하게 지울 수 있을까요?


기록적 '좋싫비'(좋아요 싫어요 비율)를 기록한 <오투잼 온라인>


# "행군 살려줘!" 공들였지만 조용히 퇴장한 백병전 액션


넥슨은 <워헤이븐>으로 백병전 액션의 칼을 뽑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워헤이븐>은 중세 갑옷과 검, 창 등의 근접 냉병기를 활용하는 대규모 전투, 영웅 변신, 거점을 더 많이 점령하는 '점령전'과 중앙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쟁탈전' 등이 중심에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2021년 1차 알파 테스트를 시작으로 2023년 글로벌 얼리 억세스를 시작했지만 2024년 4월 5일​, 4개월 만에 얼리 억세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의 개발은 이은석 디렉터가 맡았었죠.


게임은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 소개되며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에 이어 '넥슨의 새로운 시도'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여겨졌습니다. 6:6 매치, 데스매치, 쟁탈전 등 다양한 모드에 대한 업데이트 계획을 밝히고 16 대 16 매치를 12 대 12로 바꾸는 등 유저들의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포 아너>와 <시빌리>가 차지하고 있던 백병전 게임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게임 자체가 니치(niche)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유저들은 넥슨 런처로만 게임에 접속하게 하면서 글로벌 유저들과 동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스팀에서 <워헤이븐>의 동시접속자는 8,850명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해 2023년 12월에는 평균 동시접속 220명까지 떨어졌습니다.


넥슨 민트로켓의 탑뷰 액션 게임 <웨이크러너>도 스팀에서 한 차례 테스트를 한 뒤,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워헤이븐>


# 같은 게임이, 2편으로 다시 나왔다가, 서비스 종료

배틀로얄 게임 <슈퍼피플 2>는 여러모로 기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신화를 쓴 허민 대표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았고, 개발사 원더피플도 게임을 살리기 위해서 <슈퍼피플>이었던 게임 이름을 <슈퍼피플 2>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2018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계속 스팀에서 얼리억세스의 형태로 스파링을 이어갔지만, 유저 감소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슈퍼피플 2>는 배틀로얄 슈팅게임이면서도 각각의 캐릭터에게 고유 스킬을 부여해 특성을 더했습니다. 그외도 여러 배틀로얄에서 특성들을 차용했는데 '기본은 <배틀그라운드>. 클래스별 스킬과 무기별 등급 시스템은 <에이펙스 레전드>와 <포트나이트>. 플레이어 개인 보급 시스템은 <워존>. 마지막으로 파밍 시스템은 <이터널 리턴>'이라는 평가가 나왔죠.


원더피플은 <슈퍼피플>을 <슈퍼피플 2>로 바꾸면서 캐릭터 레벨을 27에서 12로 낮추고, 장비 제작 기능을 삭제하면서 초보 유저 모객에 나섰지만, 유저는 모이지 않았습니다. 원더피플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꾸준히 밸런스 패치와 변화를 위한 내부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 유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현실을 전했습니다.


원더피플의 목표는 "10년 안에 DAU(일 활성 사용자) 10억 명인 게임" 만들기입니다. <슈퍼피플 2>의 최고 동시접속자는 47,000여 명,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기 직전이었던 2023년 4월의 평균 동시접속자는 540명 수준이었습니다. 원더피플은 미래에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슈퍼피플 2>


# 쿠키맛 벗어나고 싶었지만...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일변도'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데드사이드클럽>을 등판시켰습니다. 사이드뷰 시점에 멀티플레이 슈팅게임 장르를 접목한 게임으로 지난해 2월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출시됐습니다. 최종 생존을 목표로 맵에서 경쟁하는 배틀로얄 모드와 거점을 차지하는 점령전 모드, 그리고 3인 1팀으로 웨이브를 방어하는 모드 등이 있었습니다.


게임은 빠른 템포로 동종 장르에서의 에임(조준)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편, 은·엄폐 기능을 통해 전략성을 더했고, 그래플링 훅과 쉴드 등을 통해 여러 무빙과 전투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데드사이드클럽>은 스팀에서 유저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차원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5개월 만에 게임의 얼리억세스를 종료했습니다.


이후 데브시스터즈는 게임의 타이틀을 <사이드 불릿>으로 교체, 같은 게임을 3개월 만에 PS5 전용 게임으로 바꾸어 출시했습니다. 그렇지만 PS5에서도 유저를 모으지 못한 데브시스터즈는 결국 2023년 11월 27일 <사이드 불릿>의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얼리억세스 출시, 얼리억세스 종료, 타 플랫폼 이식, 타 플랫폼 서비스 종료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데드 사이드 클럽>


# 스팀에서 분투 중인 한국 게임사들을 응원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톰 스트라이커>, <두비움>, <별이 되어라 2>, <킹덤: 왕가의 피> 등등 적지 않은 한국게임이 스팀에서 분투 중입니다. <낙원>, <던전 스토커즈> 등등​ 출시를 앞둔 한국게임도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경쟁은 계속 심각할 전망입니다. 밸브의 스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에 올라온 게임은 총 14,532개입니다. 하루에 39개 꼴로 신작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게임 신작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나오는 듯합니다.

한국 게임사들이 과거를 거울삼아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던전 스토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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