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쓰통 (현남일 기자) [쪽지]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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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획자는 필요없는가” 애니팡2 논란, 개발자들 반응은?

현업 개발자들 반응, “<캔디크러쉬사가>를 베낀 것은 분명하다”

선데이토즈의 새로운 모바일게임 <애니팡 2>가 출시와 동시에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진행 방식과 퍼즐 요소가 킹(King)<캔디크러쉬사가>와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유저들과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갑론을박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애니팡 2> <캔디크러쉬사가> 유사성 논란에 대해, 실제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4일 다수의 현업 개발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정리해 봤습니다. 가감 없는 의견을 듣기 위해 소속 회사와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캔디크러쉬사가>를 베낀 것은 분명하다

 

“<캔디크러쉬사가>를 해보고 <애니팡 2>를 해본 다음에 두 게임이 똑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 %나 될까?”


“<캔디크러쉬사가>를 베낀 것은 명백해 보인다그런데 베낀 것만 빼면 <애니팡 2>는 잘 만든 게임이다.


“<애니팡> 1편은 그래도 눈꼽만큼이라도 <비쥬얼드 블리츠>와 비교해서 차별점이 있었지만, 2편은 그냥 <캔디크러쉬사가>의 애니팡 스킨 버전이다.


“<애니팡 2>는 개발 단계부터 국내 모바일게임계를 이끌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실망이다.


<애니팡 2><캔디크러쉬사가>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개발자들은 거의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 게임이 유사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대로 옮기기 굉장히 힘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개발자들도 많았고요.

 

다만 베낌과 관련 없이 게임을 순수하게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어떻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많이 엇갈렸습니다. ‘완성도는 높은 게임이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인터페이스(UI) 완성도 등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개발자도 있었습니다. 다만 완성도가 높다고 응답한 개발자들도 이 게임이 <캔디크러쉬사가>와 유사하다는 데는 거의 모두 동의했습니다.

 

13일 저녁 오픈마켓에 올라온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2>.


게임성보다 상업성을 노리고 개발한 게임


철저하게 작품성이 아닌 상업성을 노리고 기획한 게임. <애니팡 2>를 만든 개발자들도 스트레스가 심했을 듯하다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전형적으로 게임의 기획이 아닌 상업적인 기획으로 만들어진 게임기존 <애니팡유저 절대다수는 <캔디크러쉬사가>가 뭔지 모를 것이니그런 유저들을 노리고 만든 신작일뿐, 아마 우리 부모님들도 <캔디크러쉬사가>를 모를 테니 <애니팡 2>를 하지 않을까?”


이 게임이 성공하면 한동안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는 게임성보다 상업성을 강조하는 게임들이 난립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응답한 많은 개발자들은 <애니팡 2>를 가리켜 치밀한 기획적 고민보다는 철저하게 상업성을 노리고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과거 <애니팡>을 즐겼던 중장년층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해서 그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에 재미가 검증된 <캔디크러쉬사가>의 방식을 접목해 철저하게 상업성을 노렸다는 해석이죠.

 

<애니팡 2>가 성공하면 한동안 게임성보다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신작들이 쏟아져나올 거라는 우려 섞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한 개발자는 옛날 게임을 가져와서 부분유료화를 하든, 기존의 유명 게임을 비슷하게 베끼든, 결제하는 유저와 수익만 바라보고 게임을 만드는 게 우리의 수준인 것 같다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킹(King)에서 만든 <캔디크러쉬사가>.


업계 전체의 사기를 꺾는 게임. 선데이토즈가 대체 왜 그랬을까?”

 

“상장사라는 선데이토즈가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전작 같은 경우 업계 경력이 적은 사람들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 히트작이 2개나 있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면 너무 씁쓸하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만들고아무것도 모르는 유저들이 즐겨서 히트한다면 한국에서 기획자라는 직종은 전부 필요 없는 사람이 된다업계 전체의 사기를 꺾는 비양심적인 행동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미래가 이렇게 흘러갈까 무섭다이젠 진짜로 다른 나라를 욕할 이유가 없고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게임을 표절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많은 개발자들은 이번 <애니팡 2>가 단순히 한 회사의 유사성논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뜩이나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모바일게임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특히 개발자들은 영세하거나 신생 업체도 아닌, 상장사이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를 이끄는 업체 중 하나인 선데이토즈가 이와 같은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에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개발자들은 모바일게임 업계 전체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이고, 기획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신작들이 쏟아져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보냈습니다. 한 개발자는 이에 대해 물론 <애니팡 2><캔디크러쉬사가>의 리소스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떠나서 이건 도의적인 책임을 따져야 하는 이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소규모 게임 개발자들은 지금도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정말 머리가 다아프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애니팡 2> 같은 신작이 전편의 시장 점유율을 담보로 성공한다면, 이야 말로 소규모 개발사들을 멍들게 하는 횡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 개발자는 이런 게임의 성공 사례는 게임업계의 창의적인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나도 그냥 대기업 가서 골치 안 썩고 속 편하게 카피 게임이나 만들까 보다고 덧붙였습니다.

 

<애니팡 2>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 리뷰에서는 비난하는 유저와 옹호하는 유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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