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라자>와 <드래고니카> 등을 만들었던 개발자들이 독립해 설립한 이스트 인터랙티브가 신작 MMORPG <엘포레스트>를 선보인다.
중국의 4대 기서인 <서유기>의 무대를 서양으로 바꾼 <엘포레스트>는 액션과 다채로운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근의 MMORPG와 달리 유저가 플레이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획일화된 플레이에서 벗어나 유저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세우고 있는 것이 변신과 몬스터 카드 시스템이다.
조작방식도 특이하다. 타겟팅과 논타겟팅 어느 한쪽을 택한 것이 아니라 두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유저는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플레이하면 된다. 이처럼 색다른 도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트 인터랙티브 임상우 개발이사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이스트 인터랙티브 임상우 개발이사
“RPG의 기본인 롤플레잉에 충실하겠다”
먼저 <엘포레스트>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임상우 개발이사: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MMORPG로, 특징은 캐릭터가 몬스터로 변신할 수 있는 ‘변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108가지 변신을 할 수 있는 ‘108둔갑’을 쓸 수 있는 반면, 저팔계는 72둔갑, 사오정은 36둔갑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손오공이 무조건 둘을 이길 수 있다.
이는 손오공이 강해서가 아니라 변신할 수 있는 수만큼 많은 패를 가지고 있어 상대의 전략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힘이 아닌 전략의 수가 많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내부적으로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우리 게임의 특색을 살리는 콘텐츠로 변신 만한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변신을 핵심 콘텐츠로 생각한 이후에는 이를 활용해 무엇을 할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엘포레스트>에서 변신은 어떤 방식으로 쓰이게 되나?
변신을 통해 RPG의 가장 기본인 롤플레잉 즉, 유저가 플레이하는 역할의 스펙트럼을 늘리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서 사람들이 왜 점점 MMORPG를 안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RPG의 주요한 재미인 역할극(롤플레잉)의 재미가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던 중 다른 직업을 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플레이한 캐릭터를 키운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운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결국 그동안 키운 캐릭터만 계속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유저가 하나의 역할에만 고정되는 셈이다.
어떤 속성 또는 직업은 반드시 무슨 일을 해야 한다거나, 다른 속성을 이길 수 없다는 식의 상성이나 이것이 최선이다는 식의 플레이는 스스로 게임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막기 위해 유저가 스스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높은 DPS(초당 대미지)를 가지거나 탱킹 효율이 좋은 수치가 무엇인지 최적화되고 고착화되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고착화를 돌파하고 유저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캐릭터가 유저의 수 만큼 다양해지길 원했다.
변신을 통해 롤플레잉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생각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변신이 어떻게 역할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되는 것인가?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어떤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풀어주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레벨을 올리기 위해, 또는 다음 미션을 하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스토리와 몬스터는 금방 잊기 쉽다. 하지만 내가 그의 입장에 서본다면 더 그들을 잘 이해하고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유저가 몬스터가 되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엘포레스트>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일정한 확률로 해당 몬스터의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이 카드를 장착하면 체력이나 공격력이 높아지고 전투력을 올려주는 등 고유의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같은 등급의 카드를 조합해 카드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보스 몬스터의 카드를 최종 등급인 갓(God)까지 강화하면 해당 몬스터로 변신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엘포레스트>를 플레이하면서 만나는 NPC나 보스는 단순히 한 번 스쳐 지나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퀘스트를 플레이하면서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 후 유저가 직접 해당 NPC나 보스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만약 보스가 언덕에서 뛰어내리며 등장한다면. 유저는 그 몬스터를 플레이하면서 언덕에서 뛰어내린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보스의 뒷이야기가 관심 없다면 스토리만 따라서 플레이해도 된다.
단순히 변신만으로 역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카드는 단순히 능력치만 부여하거나 변신으로 다른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일부 몬스터 카드는 추가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인첸트를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인 카드를 가진 캐릭터는 추가적으로 더 높은 강화를 할 수 있다. 길드를 만드는 것 역시 카드를 가진 유저만 가능하다. 단, 이를 위해선 전투에 유리한 카드를 장착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마치 <리니지>에서 군주 캐릭터는 기본적인 능력은 약하지만 이 캐릭터가 있어야 혈맹을 만들 수 있듯이 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라고 해도 유저마다 추가적인 역할을 제공하는 것이다.
변신은 해당 캐릭터로 변신해서 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팀 단위 대전액션게임에서 아군을 도와주기 위해 잠깐 전투에 난입하듯이 스킬처럼 쓸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자신이 가진 몬스터 변신을 추가한 자신만의 콤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액션성을 추구하는 최근 MMORPG와는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앞에도 말했지만 게임을 만들기 전에 왜 사람들이 점점 MMORPG를 안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에 대한 답으로 우리가 찾은 것은 RPG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역할극’이었다. 사실 지금도 MMORPG가 무엇인지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마 이 고민은 MMORPG를 만드는 사람이 모두 해야 할 것이고, 시장이 답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MMORPG는 이제 시장에서 안 된다거나 모바일게임이 강세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개인적으로 장르는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르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물론 게임에서 액션의 재미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어도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한도 이상의 액션은 유지하려고 한다.
남녀노소를 위한 타겟팅과 논타겟팅
타겟팅과 논타겟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말 그대로다. 적을 조준해 공격하는 타겟팅 전투와 무작위로 여러 명의 적을 공격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싸우는 논타겟팅을 단축키 하나로 바꿔가면서 사용할 수 있다. 유저는 두 방식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플레이하면 된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 해도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타겟팅은 자신이 상대를 공격한 대미지나 자신이 입은 피해가 정확하게 계산되는데, 논타겟팅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원하는 적을 공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문에 이를 동시에 개발하려다 보니 난항이 매우 많았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임을 보면서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이펙트가 너무 화려하면 논타겟팅 유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논타겟팅은 상대의 공격을 좌우로 피할 수 있는 반면 타겟팅은 선택한 상대를 무조건 맞춘다. 다양한 부분에서 두 방식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고민이다.
논타겟팅과 타겟팅은 기획이나 개발적으로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고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도 갈라지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결국 지금은 아예 두 팀으로 나눠져서 만들고 이후 밸런스를 맞추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초기에는 내부 개발팀에서도 타겟팅 방식 하나도 못하는데 왜 2가지를 하는지에 대한 불만과 트러블도 있었다. 사실 나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
그럼에도 굳이 개발이 어려운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20대에는 <스타크래프트>나 <피파> 등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을 제법 잘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젊은 친구를 이길 수가 없었다. 복잡한 컨트롤이나 상대의 반응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예전엔 타겟팅 방식 게임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새 컨트롤 방식을 선택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논타겟팅과 타겟팅 2가지 조작법을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다만 2개의 조작을 하나의 게임에서 이질감 없이 구현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2014년 말 론칭을 생각 중인데 과연 그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대중성과 차별화를 위한 선택, 서양 배경의 <서유기>
게임의 배경이 <서유기>다. 게임에서 <삼국지>와 함께 많이 쓰이는 소재 중 하나인데, 너무 흔한 내용이라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시장은 한국보다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고민했고, 이를 위해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찾던 중 발견한 것이 <서유기>였다.
하지만 역시 <서유기>는 아시아에서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누구나 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서역에서 경전을 가져온다는 결말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재해석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대를 동양이 아닌 서양으로 바꾸고 내용에도 변화를 줬다. 이는 <슈퍼스타K> 등 최근 오디션 방송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잘 부르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젠 똑같이 불러서는 감흥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어떻게 잘 재해석해서 부르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제 모든 장르와 사업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기존의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접목해 재해석하지 않으면 유저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같은 서유기라도 허영만 화백의 <날아라 슈퍼보드>처럼 해석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략한 스토리 설명을 부탁한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유럽의 가상 국가 롬에서 성배를 찾기 위해 동쪽으로 간다는 내용으로 <서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성배를 파괴하려는 라팔 사제회와 성배를 사용하려는 롬 사제회 간의 대립과 성배를 찾기 위한 모험을 방해하는 악마 군단과의 싸움 등이 게임의 이야기를 채워나가게 된다.
또한, <서유기>가 불교와 도교가 섞여 있었던 세계관이었다면 <엘포레스트>는 기독교 세계관에 가까운 이야기가 포함된다. 종교라는 것이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게임 속 스토리의 기본적인 구조가 개발실 한쪽 벽에 표로 정리돼 있다.
<하얀늑대들>을 쓴 윤현승 작가와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다. 전문작가를 섭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작인 <드래곤라자> 등을 개발하면서 전문작가와 함께해야 좋은 스토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이 이번 게임은 원작이 있고 두 조직의 갈들을 그리고 있는 만큼 스토리가 치밀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작가가 필요 했다.
많은 작가들을 살펴봤는데 그 중 눈에 띈 것이 <하얀늑대들>을 쓴 윤현승 작가였다. 이 작가를 선택한 것은 초기에 주인공이 많은 사건을 겪고 다양한 사람과 만나도록 풀어 놓은 후 복잡한 사람과 사건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뛰어났기 때문이다. 다양한 스토리가 동시에 퍼져나가는 우리 게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윤현승 작가와 함께 작업한 기간만 3년 가까이 된다. 그동안 약 10권의 책이 쓰여졌지만 게임과 동시에 공개하기 위해 이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의도치 않게 윤 작가 사망설이 떠돌기도 했다. 이제 게임과 함께 소설이 공개되는 만큼 사망설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윤작가가 집필한 소설은 초기엔 손오공의 강함을 표현하다가 3권에서 4권 이후부터 성배를 둘러싼 진영의 분란 등 실질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또한, 소설은 성배를 지키기 위한 손오공 쪽의 내용이 대부분을 담고 있다. 게임에서는 손오공의 이야기도 있지만 반대쪽인 성배를 깨고자 하는 팀의 고민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현승 작가가 집필한 소설. 곧 선보일 예정이다.
스토리, 콘텐츠, 컨트롤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도전을 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나름대로 MMORPG를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다만 이것도 게임이 잘 만들어져야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어중간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손오공의 주무기가 여의봉인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봉을 사용한 액션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봉이라는 무기 특성상 액션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액션의 임팩트나 모션도 화려하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봉을 버리고 칼을 들자는 의견도 많았다. 그래도 결국은 봉을 사용한 캐릭터로 완성됐다.
모바일게임도 함께 개발 중이다. 두 게임은 어떤 연관성을 갖게 되나?
MMORPG는 삼장법사가 석가여래에게 벌을 받아 손오공을 구해준 후 함께 모험을 시작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모바일게임은 그 이전인 석가여래에게 벌을 받기 전 천궁과 용궁, 염부를 오가며 소동을 피우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아무래도 복잡한 조작이 어려워서 턴 방식 전투를 방식을 채용했다. 또한,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의 데이터를 연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모바일게임에서 얻은 카드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내년 말 오픈 베타테스트를 하는 것을 목표다. 사실은 오픈 베타테스트가 실질적으론 상용화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임시장과 게임성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