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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스팀에 갑자기 등장한 '진짜배기 소울라이크 게'

게 나오는 게임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5-09 18:30:35
"이 게 나오는 게임이, 소울라이크 장르 느낌을 잘 살렸다니까?"

종종 주변 사람의 추천을 받아 게임 리뷰를 진행할 때가 있다. 이번 기사의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도 그런 게임이다.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만 싹싹 핥아먹는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됐다. 스팀 상점 페이지를 보니 종종 서양 개그 코드로 쓰이는 '게'를 소재로 한 그저 그런 게임으로 보였지만, 데모를 플레이한 친구는 생각보다 '소울라이크' 장르의 느낌을 잘 살렸다며 이 게임을 극구 추천했다.

정식 출시 후 플레이해 본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는 정말로 이외의 게임이었다. 작은 개발 규모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나름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게'로 정하고, 게임의 배경을 해양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잘 활용해 나름의 유니크함까지 확보했다. 머리를 끙끙 싸매며 언허유희를 재미있게 풀어낸, 최근 게임에서 보기 드문 번역자의 노고까지 엿보인다.




# 게와 <세키로>를 합쳤으니 게키로?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는 도시 변방에서 누구와도 얽히지 않고 살아가던 히키코모리 소라게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다. 모종의 사유로 안락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등껍질을 빼앗긴 소라게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흔히 말하는 '소울라이크'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그래픽 스타일만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는 어느 정도 소울라이크의 하드코어함을 추구한 게임이다. 기본적인 진행은 복잡하게 연결된 맵을 탐험하며, 세이브 포인트를 찾고 (여기서는 골뱅이 껍데기다), 보스를 격파하는 그런 구조에서 이루어진다.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

그리고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에 국내 게이머들이 붙인 별명이 하나 있다. 게와 <세키로>를 합친 '게키로'다. 실제로 이 게임에는 <세키로>가 생각나게 하는 시스템이 몇 가지 있는데, 바다라는 콘셉트에 맞춰 재미있는 변주를 줬다.

주인공 게는 자신의 소라 껍데기를 잃었지만, 바다에 떨어진 온갖 해양 쓰레기를 껍데기 대용으로 착용할 수 있다. 방어는 이 껍데기에 들어가는 방식이며, 적이 공격이 올 때 껍데기를 벗어던지면 이게 '패링'이 된다. <세키로> 처럼 적에게는 별도의 스태미나 게이지가 존재하며, 패링과 공격으로 자세를 무너트리면 강력한 일격을 넣을 수 있다는 것도 같다.

이런 임시 게딱지가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의 보스전

이런 껍데기에는 여러 독특한 스킬도 존재한다. 가령 뾰족한 껍데기를 착용하면 빙글 돌며 공격할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로 이루어진 껍데기는 먹어 치워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세키로> 처럼 갈고리를 통해 온갖 곳을 오갈 수 있기도 한데, 시전 모션이나 움직이는 방식 모두에서 정말 해당 게임을 생각나게 한다.




# 근데 왜 이게 재밌어요?

이렇게 말만 하면 '게' 이미지만 덧붙인 평범한 소울라이크 게임으로 볼 수 있지만,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에는 게임을 흥미롭게 해주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번역이다. 딱딱한 직역 번역에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서,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의 언어유희는 상당히 눈길을 끈다. 모든 것을 '게'로 치환해 젠장 대신 '게장'을 사용한다거나, 'X 쩌는 싸움'을 '게 쩌는 싸움'으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촉박했는지 다소 어색하게 번역된 문장도 종종 눈에 띄지만, 주요 대사는 대부분 언어유희를 살리려 한 번역가의 고뇌가 깃들어가 있다.



말만 들으면 다소 썰렁한 개그 같지만, 상황을 표현하는 연출이나 UI 묘사가 상당히 맛깔스럽기 때문에 이런 언어유희가 더욱 빛을 발하는 편이다. 

패러디도 많고, 서구권 특유의 냉소적인 개그 또한 상당히 섞여 있어 게임 진행에 흥미를 더해 준다. '바다 쓰레기'를 생물들이 오히려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열심히 주워 옷을 기워 입고 도시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식으로 클리셰를 한 번 비튼 점도 독특하다.

앞서 언급했던, 껍질을 사용하는 독특한 패링 시스템 덕분에 어느 정도 유니크한 손맛을 제공한다는 점도 있다. 요즘 소울라이크 게임이 그렇듯이, 막거나 패링할 수 없는 '빨간색 잡기 공격'이나 '강력한 파란색 공격' 같은 것도 있으니 심리전 또한 중요하다.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레벨 디자인 역시 흥미롭게 만들어진 편이다. 비록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메인 루트로 이끄는 기술은 부족하지만, 나름 머리를 잘 굴려 만들어낸 유기적인 맵 구조들이 많다. '독늪'이나 집중하지 않으면 빠지는 악의적인 함정과 같은 소울라이크 장르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도 존재한다. 특히 적의 배치는 종종 악랄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이다.

그리고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느낄 사람을 위한 개별 난이도 조절 시스템도 존재한다. 주는 대미지나 받는 피해를 개별로 수정할 수 있으며, 패링의 타이밍만 쉽게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것을 해도 정 게임이 어렵다면 주인공의 등껍질을 '권총'으로 변경해 장르를 슈팅으로 바꿔 버릴 수도 있다.

플랫포머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맵 구성도 있다.

정 게임이 귀찮다면 총을 들고 다 쏴 버려도 된다. 도전 과제도 해금된다.



# 작은 게임이라는 강력한 한계는 있지만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가 정말로 극찬만을 남길 만한, 소울라이크 장르의 재미를 정말로 잘 살려낸 '정점'같은 게임은 아니다. 소규모로 개발된 만큼 그 한계도 보인다.

가령 <어나더 트랩스 크레저>는 일직선으로 된 맵을 쭉 이어가나며 진행하기보단, 해양이라는 콘셉트를 살려 넓은 맵을 탐험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이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기 '막막한' 경우가 상당히 잦다는 것이다. 일직선의 맵을 탐험하며 샛길이란 샛길은 모조리 탐험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하다가 당황할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다. 게임 내의 마을도 쓸데없이 큰 편

<엘든 링>의 '트리 가드'처럼 초반에는 공략하기 힘든 보스가 대놓고 등장하기도.
그런데 얘를 피해서 초반 스테이지의 입구를 찾아야 한다. 소울라이크 경험이 없다면 당황스러울 부분

가장 큰 문제는 '지도' 기능을 제공하지만, 직관적으로 보여 주지 않으며 플레이어의 주변만을 비춰준다는 점이다. 사실상 쓸모가 없다. 덕분에 길 찾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그럼에도 숨겨진 지역이나 보스를 지나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임 '초반부'에는 소울라이크다운 '매운' 난이도를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로 주인공이 스킬을 배우고 성능이 강화되면서 전투의 구조가 난이도가 흥미가 사라질 만큼 떨어진다.

후반부로 가면 적들과 우두커니 서서 싸우는 수준이 된다.

보스의 패턴도 특출나지는 않고, 적 몬스터의 가짓수도 상당히 부족하기에 게임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쉽다. 스토리마저 "인생이 원래 그렇지 뭐"에 가까운,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을 선보이기보단 히키코모리 주인공의 성장기에 가깝기에 이와 얽혀 엔딩이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스팀에서 인디 특유의 톡톡 튀는 재미를 가진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는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재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장르의 틀 속에서 작지만 부족하지 않은 '유니크함'을 어떻게 뽐내야 할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 단점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인한다면, 상당히 할 만한 '소울라이크 게'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Holy crap!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 리뷰 요약

장점
- 이외로 잘 살린 소울라이크의 재미
- 종종 웃음이 나오는 대화문과 번역
- 나름의 콘셉트와 재미를 살린 전투
- 어려우면 난이도 조정 가능

단점
- 약간은 아쉬운 완성도
- 적은 적 가짓수
- 짜증나는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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