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진흥원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컨텐츠 해외진출을 위한 법률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캐릭터, 방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콘텐츠 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진출 업체들의 주요 사례 및 각종 법률 분쟁 등을 소개했다.
이 날 세미나에서 이재경 변호사가 문화콘텐츠들의 다양한 국가간 저작권을 둘러싼 법률분쟁 사례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스트리트파이터4>와 <도키메키 메모리얼> 등의 예를 들며 해외주요국가의 각종 문화컨텐츠와 관련된 법률분쟁들과 그것이 남긴 의의에 대해 상세히 알려줬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이재경 변호사의 발표 중 재미난 분쟁사례들만을 모아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1.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만능 메모리카드
원고 코나미 피고 불법 메모리카드 유통자 판결시기 2001년 사건의 쟁점 게임컨텐츠를 건드리지 않는 에디팅 기기 판매/유통이 불법인가?
가장 많은 수난(?)의 대상이 된 것은 코나미의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가상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이 게임 내의 등장 여성들과 애정 관계를 발전시키다가 3년 후 졸업식 날 여성에게 고백 받는 것이 목표인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이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3년간 다양한 훈련과 학업, 이벤트 등을 통해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가지 능력치를 올려둬야 한다.
인기 만큼이나 다양한 저작권 문제가 있었던 <도키메키 메모리얼>
그러나 일본에서는 <도키메키 메모리얼> 발매 후 유저들 사이에서 캐릭터의 모든 능력치를 한계 이상으로 올려주는 메모리카드가 판매/유통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이 메모리카드는 게임속 주인공을 ‘엄친아’로 만들었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에서 플레이어의 능력치는 곧 여성캐릭터의 호감도가 되기 때문에 이 메모리카드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캐릭터의 엔딩을 원하는 대로 골라서 볼 수 있었던 것.
코나미는 이런 메모리카드를 판매/유통한 사람에게 동일성보존권(국내에서는 동일성유지권. 원 저작자가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 승소한다.
실제 게임의 그래픽이나 내부의 프로그램을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유저의 일반적인 플레이 영역을 강제로 초월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다.
2. 성인용 도키메키 메모리얼?
원고 코나미 피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판결시기 2001년 사건의 쟁점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판매도 저작권을 침해하는가?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인기를 이용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판결도 있었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여주인공인 ‘후지사키 시오리’가 인기를 끌자, 일본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이를 본떠 <도기마기(미혹) 이미지네이션>이라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뒤, 아키하바라에서 판매했다.
<도기마기 이마지네이션>의 패키지 사진
애니메이션에는 후지사키 시오리의 특징인 긴 빨간 머리카락과 노란 머리띠, 노란 리본을 맨 파란교복을 고스란히 살린(?) 캐릭터가 등장한다. 또 원작인 <도키메키 메모리얼>이 졸업식 날 전설의 나무에서 고백을 받는 것을 패러디해 전설의 나무아래에서 성행위를 반복하는 이벤트신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게임 캐릭터에 대한 동일성보존권 침해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만다.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저작권위반(25만 5천엔)에 비해 10배 가량 많은 손해배상액(200만엔)의 지불을 명령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참고로 <도기마기 이미지네이션>은 오히려 이 사건으로 인기를 얻고 <도키메키 메모리얼> 매니아들의 희귀한 소장품으로 자리잡았다.
3. 스트리트파이터 표절게임 파문
원고 캡콤 피고 데이터이스트 판결시기 1994년 사건의 쟁점 같은 장르의 게임이 유사한 표현방식을 사용한 것은 불법인가?
반대로 개발사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경우도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의 개발사인 캡콤은 데이터이스트의 게임인 <파이터스 히스토리>가 자신들의 게임을 표절했다며 판매 및 배포금지 청구를 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데이터이스트의 <파이터스 히스토리>가 표절을 통해 이 유명세를 악용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캡콤은 <파이터스 히스토리>의 등장인물과 동작과 공격의 조합, 연속된 입력을 통한 캐릭터 제어와 게임의 일반적인 흐름 등이 표절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유저들 사이에서도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진 굵은 체력 게이지와 유사한 배경 등을 두고 표절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법원은 <파이터스 히스토리>의 아이디어는 <스트리트파이터2>와 같지만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로 캡콤의 요청을 기각한다. 게임의 특정 장면이 비슷해도 어떤 장르에 전형적인 표현방식이 있다면 이는 표절 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파이터스 히스토리>는 후속작으로 <파이터즈 히스토리: 다이나마이트>와 SFC 이식버전인 <파이터즈 히스토리: 미조구치 위기일발>을 선보였다.
4. 골프게임의 인터페이스는 비슷할 수밖에 없다?
원고 인크레더블즈테크놀로지 피고 글로벌브이알 판결시기 2005년 사건의 쟁점 같은 장르의 게임이 유사한 표현방식을 사용한 것은 불법인가?
전형적인 표현방식은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은 또 있다.
미국의 유명 골프게임인 <골든 티> 시리즈를 만든 인크레더블즈테크놀로지는 글로벌브이알의 <PGA 골프투어>가 자신들의 게임을 베꼈다며 소송을 냈다. 표절이라 주장한 부분은 플레이 중인 홀을 위에서 바라보는 미니맵과 바람세기, 점수카드, 그린의 경사와 홀인원에 대한 보너스 점수 등이다. 또한 아케이드 기기의 조작판의 배열과 크기, 모양, 위치 등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골든 티>의 스크린샷. 대부분의 골프게임이 비슷한 방식을 사용 중이다.
하지만 법원은 같은 골프게임인 이상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갖출 수밖에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바람의 세기나 경사를 재고, 클럽을 고르는 일은 실제골프에서 사용하는 방법인 만큼 게임에서도 구현하게 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고 메뉴나 미니맵도 게임의 구석에 배치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5. 가면라이더 헬멧만 따라 해도 불법
원고 가면라이더 완구 제작자 피고 가면라이더V3 영화 제작사 판결시기 1977년 사건의 쟁점 관련 설명 없이 영화의 캐릭터 특징만 본 딴 것도 불법인가?
1970년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면라이더>는 세계정복을 꾀하는 악의 조직 디스트롱에 대항하는 변신인간을 다룬 TV영화 시리즈다. 특히 <가면라이더>의 등장인물 중에서도 필요에 따라 곤충인간으로 변신하는 주인공 '라이더맨'은 당시 일본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한 일본의 한 완구제조업자가 라이더맨을 본뜬 헬멧을 만들어 무단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결국 보다 못 한 영화제작사에서 영화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항의하자 완구업자는 오히려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이 없다는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표절 시비가 붙었던 라이더맨V3와 라이더맨 헬멧의 모습
그가 내세운 논리는 ‘이 헬멧에는 <가면라이더>와 관련된 일체의 서술이 없으므로 영화제작사는 헬멧의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하지만 법원은 헬멧과 <가면라이더>의 등장인물의 모습이 유아와 아동이 헷갈리기에 충분할 만큼 유사하고 헬멧의 제작자 역시 영화를 보고 이를 만들었다며 영화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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