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무승부가 나겠어.”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올엠 사무실. 스웨덴의 오목게임 <펜타고>의 결승전이 진행 중이다.
대회 참가자 뿐만 아니라 출전팀 모두 프로젝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화면엔 게임 화면이 아니라 컴퓨터 스크립트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게임 대전이라고 말하기엔 어색하고 낯선 광경이다.
학생들이 직접 경기에 참여하지 않고, 학생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서로 실력을 겨루고 있다. 올엠이 주최한 ‘제 1회 게임 프로그래밍 대회’로, 게임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펜타고>의 인공지능(AI)을 제작하여 승부를 겨루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팀은 153 개. 올엠은 참가자들의 제출물을 모은 다음, 8개 팀을 선정했다. 그리고 28일 오전 9시부터 올엠 본사에서 8강전이 진행됐다. 결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천안과 대전 등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치열한 승부가 거듭된 끝에 결승 진출팀이 가려졌다. ‘COM’s’(박상기, 광운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 김기남,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와 ‘생계형개발자’(한상진, KAIST 전산학)의 대결이다.
결승전이 시작된 지 벌써 20분. 팽팽한 균형의 추는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지 않는다. 25분 동안 <펜타고>의 인공지능 대전이 100판이나 진행됐지만 결과는 양팀 모두 50승 50패로 동일했다. 결국 무승부가 선언됐다.
<펜타고>는 기존의 오목처럼 선수(先手, 먼저 돌을 두는 차례)가 이길 경우가 더 높다는 게 통계적 수치다. 100판을 겨루는 이번 결승전에서 양팀이 각각 50승을 가져간 것은 자기 팀이 먼저 둘 때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팽팽한 대전이었던 것.
씨름에서 무승부가 나오면 몸무게가 가벼운 선수가 이기듯, 이번 대회에서는 최소 반응속도로 결정했다. 만일 최소반응 속도까지 동일하면 클라이언트 용량이 가벼운 쪽이 이긴다.
무승부 선언 5분 후, 올엠의 이종명 대표가 양팀의 반응속도를 공개했다. “한쪽은 반응속도가 865초가 나왔고 다른 한쪽은 211초입니다. 무려 4배 차이입니다. 우승자는 ‘COM’s’입니다!”
6월 22일 참가접수 시작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8월 28일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67일 간의 대장정이었다.
■ 기대 이상의 참가열기, 꾸준히 개최될 예정
‘버닝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올엠의 ‘제 1회 게임 프로그래밍 대회’ 상금은 총 450만원이다. 1등에게 300만 원, 2등에게 100만 원, 3등에게 50만 원을 준다.
요즘 열린 대학생 경진대회 치고는 상금이 풍족하진 않다. 게다가 ‘프로그래밍’이라는 제한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회여서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엠 측은 이번 대회의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올엠의 최경연 홍보팀장은 “당초 20 팀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참가는 153 팀에 이를 정도로 매우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참여율이 매우 높았던 것은 프로그래밍 전공자에게 동기부여가 잘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생들이 참여하기에 너무 어렵지 않은 <펜타고> 게임을 두는 인공지능(AI)을 제작하는 것이었고,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의 승부욕구도 적당히 자극해 주었다.
올엠이 이번 대회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 미래의 게임 개발자에게 ‘올엠’이라는 브랜드를 미리 알리고,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올엠의 이종명 대표는 “단기간에 쉽게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게임 프로그래밍 대회를 장기간 꾸준하게 열어서 차곡차곡 쌓아 가겠다”고 설명했다.
■ 우승팀 COM’s와 짤막한 일문일답
TIG>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데 이를 사용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로 인해 프로그래밍 대회에 대한 갈증이 오래전부터 생겼다. 학교에 포스터가 붙여 있는 것을 보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TIG> <펜타고>의 AI 대전에 관심이 있었나?
예전에 오목의 AI를 제작했던 적이 있다. 동아리에서 학교 축제 기간에 작품을 전시할 때 선보였다. 그래서 <펜타고> AI에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면 게임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다.
TIG> 대회 참가 전에 예상 순위가 있었다면?
대진운이 아주 나쁘지 않으면 3등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3등까지 상금이 주어진다.)
TIG> 이번 대회 승부에서 전략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비기는 전략을 구상했다. 응답속도에는 자신 있고 용량이 가능했기 때문에 되도록 비기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 대전에서 지는 경우가 등장했다. 그래서 전략을 서둘러 수정했다. 선수(돌을 먼저 두는 것)는 반드시 이기고 후수는 지지 않는 방식을 고민했다.
TIG> 결승전에서는 반응속도로 승패를 결정지었다.
반응속도로 이길 줄은 몰랐다. 한 수를 더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짤 경우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그래서 공격은 3수를, 방어는 2수를 내다보는 방식으로 한 수를 줄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