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가 MMORPG <파이널 판타지 14>(이하 파판 14)의 재정비에 나섰다. 주요 개발자를 교체하고, PS3 버전의 출시를 완성도가 높아질 때까지로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론칭 실패를 인정하고 리뉴얼에 들어간 것이다.
스퀘어에닉스 와다 요이치 대표이사는 10일 <파판 14> 포럼을 통해 유저들에게 ‘중대 발표’를 전했다. 그는 완성도 부족으로 유저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개발팀 개편과 <파판 14>의 방향 재설정, PS3 버전의 발매 연기를 발표했다.
와다 요이치 대표는 “론칭 후 2개월이 넘게 지났다. 우리는 <파이널 판타지> 팬들이 프랜차이즈에 거는 기대만큼 게임(파판 14)이 즐거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한다. 고민 끝에, 개발팀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리더를 정해 <파판 14>의 개선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파판 14> PC 버전은 지난 9월 30일 일본·북미·유럽 등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혹평을 쏟아냈고, 일본 유저들조차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판을 받아 왔다.
중대 발표에 나선 3인. 왼쪽부터 스퀘어에닉스 와다 요이치 대표이사, <파판 14>의 새로운 디렉터 겸 프로듀서가 된 요시다 나오키, <파판 14>의 전임 프로듀서인 타나카 히로미치.
■ <파판 11> 인력 대거 투입, 리더급 개발자 물갈이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파판 14> 개발진 개편이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디렉터와 프로듀서부터 게임디자이너·프로그래머·아티스트·UI디자이너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리더가 바뀌었다. 이제 다른 개발팀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와다 요이치 대표는 “스퀘어에닉스에서 최고 재능을 가진 인력과 리소스를 끌어모았다. 회사 내부의 다른 프로젝트에서 몇 명의 리더를 일일이 뽑아서 (파판 14에)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파판 14>의 새로운 리더급 개발자를 살펴보면 유독 <파판 11> 출신이 많다. 리드 게임 디자이너, 리드 컴뱃 시스템 디자이너, 리드 프로그래머, 리드 아티스트가 모두 <파판 11>을 만들었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파판> 시리즈 첫 MMORPG이자 롱런에 성공한 <파판 11>의 경력자들을 <파판 14> 리뉴얼에 투입한 것이다.
새롭게 배치된 섹션 리더들과 개발 경력
어시스턴트 디렉터: 타마이 신타로 (파판 10, 프론트 미션 5)
리드 게임 디자이너: 코모토 노부아키 (파판 9, 파판 11)
리드 컴뱃 시스템 디자이너: 마츠이 아키히코 (파판 11)
리드 프로그래머: 카스가 히데유키 (파판 11, 더지 오브 켈베로스 -파판 7- )
시니어 컨셉 아티스트: 요시다 아키히코 (파판 12, 베이그란트 스토리)
리드 아티스트: 타카이 히로시 (파판 11, 라스트 램넌트)
리드 UI 디자이너 겸 리드 웹 디자이너: 미나가와 히로시 (파판 12, 베이그란트 스토리)
■ 리뉴얼 작업 돌입, PS3 버전 무기한 연기
와다 요이치 대표는 “달라진 개발진이 <파판 14>의 새로운 방향을 확정하고 탄탄한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기 바란다”고 유저들에게 부탁했다. 새로운 개발 계획이 나올 때까지 <파판 14>의 무료 체험(Free Trial)은 계속 유지된다.
PC 버전이 리뉴얼에 들어가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됐던 PS3 버전의 출시도 연기됐다. 스퀘어에닉스는 ‘완성도가 확실히 올라갈 때’까지 만들겠다는 각오다.
<파판 14>의 새로운 디렉터 겸 프로듀서가 된 요시다 나오키는 “우리는 단순히 PC 버전의 (PS3) 이식을 바라지 않는다. 계획대로 모든 부분이 개선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내년 3월로 예정된 발매 시점을 미루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PS3 버전은 개발진이 확실한 완성도에 도달했다고 자신할 때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 앞으로 <파판 14>는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파판 14>는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될까?
현재 개발팀은 이미 예고해 놓은 업데이트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12월 중에 적용될 예정이며, 12월 말에 추가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이후에는 개발팀의 새로운 리더들이 수립한 개발 방향이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파판 14>의 전임 프로듀서 타나카 히로미치도 이번 발표에서 공식적으로 유저들에게 사과했다. 타나카 히로미치는 “<파판 14> 초기 론칭에서 유저를 만족시키지 못한 우리의 부족함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책임을 지고 프로듀서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유저들이) 게임 요소들의 재작업을 요구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개발팀을 짰다. (나는) 더 이상 프로듀서는 아니지만, 다른 역할로 개발팀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