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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마비노기로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허물다

넥슨, 이색 게임아트 전시회 ‘BORDERLESS’ 개최

다크지니 2012-01-19 21:12:52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시리즈를 모티브로 한 게임아트 전시회가 열린다.

 

넥슨은 자사의 <마비노기> 시리즈와 세계관을 이용한 작품 10여 편을 전시하는 게임아트 기획전을 20일부터 31일까지 연다.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영웅전)의 총괄 디렉터였던 이은석 실장의 주도 아래 김호용, 한아름, 이진훈, 김범, 이근우 넥슨 게임 아티스트 6명이 참여했다. 전시회의 제목은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뜻을 담아 ‘BORDERLESS(경계가 없는)’로 정했다.

 

왼쪽부터 이진훈, 김범, 한아름, 이은석, 김호용, 이근우 작가.

 

이번 전시회에는 <마비노기>와 <영웅전>을 비롯해 개발 중인 <마비노기 2>도 등장한다. <마비노기 2>에 나오는 신화 속의 인물 ‘누아자 아케트라브’ 조각상, <마비노기 2> 콘셉아트, <마비노기 2> 캐릭터 등이 소개됐다. 특히 캐릭터 5종의 영상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more}

 

갤러리 313 아트 프로젝트 1층 전시장의 모습.

 

넥슨 서민 대표는 “게임이 순수예술 못지않은 문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 아티스트들이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고유의 캐릭터를 가진 작품활동을 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넥슨 안에서의 아트를 통해 두 번째, 세 번째의 알찬 행사를 이어 나가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을 총괄한 이은석 작가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상세계의 디지털 아트를 만들고 있는데, 실제와 가상 사이의 경계선, 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선을 없애 보고 싶었다. 이런 모습을 표현하는 것을 이번 전시회의 테마로 삼았다. 이러한 주제의식으로 모든 작품을 만들었다”고 기획취지를 밝혔다.

 

‘BORDERLESS’ 전시회는 넥슨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엔엑스 아트 랩(NX Art Lab)과 313 프로젝트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가 후원한다.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도산공원 인근의 갤러리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월요일(오후 2시~6시), 화요일~토요일(오전 11시~오후 6시)에 관람할 수 있다. 입장은 무료.

 

엔엑스 아트 랩은 넥슨이 신설한 사내 실험 프로젝트의 명칭으로, 이번 기획전을 시작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게임과 예술이 교감하는 다양한 시도를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이색 게임아트 전시회는 앞으로 매년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전시회 시작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에 열린 ‘BORDERLESS’ 작가 6인과의 만남을 취재한 내용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별로 작품을 함께 정리했다.

 


<아바타 미러>(Avatar Mirror)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릿하는 만드는 거울

 

 

<아바타 미러> 시연 영상


 

작가의 말 “키넥트 센서가 자신을 인식하고 분해해서 고전적인 느낌의 픽셀과 복셀로 가공해 아바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영웅전>의 캐릭터들과 함께 시연자의 동작을 따라한다. 나를 닮았으면서도 나를 초월한 아바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은석은 손노리에서 <화이트데이>의 개발 디렉터와 기획을 맡았고, 넥슨 데브캣에 합류해 <마비노기> 아트디렉터를 지냈다. 이후 <영웅전>의 개발을 총괄했다. 지금은 데브캣의 신작 프로젝트 개발을 이끌고 있다.


 

 


<누아자> <마비노기 2> 속 신화의 인물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현실로 끌어내다

 

디지털로 작업한 누이자와 실제 조각상으로 만들어진 누이자가 함께 전시돼 있다. 

 

작가의 말 “프롭(Prop.)은 연극의 소품을 뜻한다. 게임에서도 배경 소품을 프롭이라고 한다. 누아자도 게임 속에 등장하는 프롭이고,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실존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기본적인 프롭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로 제작한 프롭과 실제로 만든 프롭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 김호용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및 피규어 원형사로 활동하다가 엔씨소프트를 거쳐 넥슨 데브캣에 합류했다. <판타지마스터즈>의 일러스트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의 커버 일러스트 등을 그렸다. 현재 <마비노기 2> 개발팀 비주얼파트의 캐릭터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다.

 

 


<챌린지>(Challenge) 오리지널리티에 질문을 던지다

 

 

작가의 말 “<마비노기 2>에서 그렸던 콘셉아트를 실제 유화풍으로 다시 그렸다. 모니터에서 보게 되는 게임아트는 쉽게 소비되고, 쉽게 지나치게 된다. 아무리 쉽게 접하게 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공급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게임아트를 유화로 옮겨 보았다.”

 


작가 한아름은 웹젠에서 <썬>의 일러스트를 맡았고, 이후 넥슨 데브캣에 들어가 뫼비우스팀에서 콘셉아트를 담당했다. 지금은 <마비노기 2> 개발팀 비주얼파트에서 캐릭터 콘셉트와 메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맡고 있다.


 

 


<브릴리언스>(Brilliance) 전통적인 캔버스에 프로젝터로 빛을 더하다

 


작가(한아름)의 말 “원래 그림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반면, 게임에서는 모니터의 빛을 통해 스스로 그림이 빛을 낸다. 그래서 스스로 빛을 내는 실제 그림을 그려 보자는 취지에서 작업했다. <마비노기>에 나왔던 마하라는 캐릭터다.”

 

 


<캠프파이어>(Campfire) 디지털 캐릭터들의 아날로그적 교감

 

 

작가의 말 “<마비노기>의 유저 커뮤니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캐릭터를 하나씩 분리해서 보면 그저 캐릭터일 뿐인데, 아날로그적인 공간에 모아 놓으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을 주게 된다.”

 


작가 이진훈은 넥슨 데브캣에서 <마비노기>의 ‘로나와 판’ 및 프로모션 영상, 컷신, 이펙트를 만들었다. 지금은 <마비노기 2> 개발팀에서 동영상과 이펙트를 맡고 있고, 비주얼파트 매니저도 하고 있다.


 

 


<버추얼 핸드>(Virtual Hand) 가상의 손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

 

 

작가(이진훈)의 말 “한아름 아티스트가 그린 유화를 바탕으로 가상의 손이 실제 그림을 그리는 콘셉트를 담았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각적인 유희를 표현하고 싶었다.”

 

 


<캐시 아이템 01> <캐시 아이템 02>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을 든 이비와 피오나

 

 

작가의 말 “<영웅전>의 이비와 피오나라는 여성 캐릭터를 캔버스에 유화로 표현했다. 판타지적인 아이템과 현대적인 아이템이 섞여서 원래 게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물질주의를 풍자하는 느낌의 바코드를 넣어 보았다.”

 


작가 김범은 <영웅전>의 캐릭터 콘셉트와 일러스트를 그렸다. 군 복무를 마치고 작년 말에 다시 넥슨에 합류해 데브캣 신규 프로젝트의 콘셉아트를 맡고 있다.


 

 


<캠프파이어>(Campfire) <마비노기> 속의 신비로운 노스텔지아

 

 

작가(김범)의 말 “이진호 작가의 설치형 작품 <캠프파이어>와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전시장에서도 같은 곳에 설치해 놓았다. 게임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마비노기>의 캠프파이어는 디지털 세계에서 모닥불이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강조했다.”

 

 


<마비 인 픽셀>(Mabi in pixels) 게임 그래픽의 기초인 픽셀로 순수미술을 표현하다

 

 

작가의 말 “온라인게임의 물리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랜단자를 활용해 <마비노기> 캐릭터를 픽셀 단위로 색분할해 표현했다. 6점의 작품은 나오, 부엉이, 로나, 판, 퍼거스, 거래소돼지의 순서로 배열해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시작해서 점점 진행해 나가는 흐름을 보여주려고 했다.”

 


작가 이근우는 넥슨에서 <어둠의전설> <테일즈위버> <마비노기>의 콘셉아트와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지금은 라이브 개발본부의 파트장으로 <영웅전>의 캐릭터 미술팀에서 원화를 맡고 있다.


 

 


[작가들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이번 기획전에 <마비노기>와 데브캣만 참여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외부의 작가집단 등과 협력해 전시회를 확대할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이은석: 엔엑스씨 김정주 회장이 예술에 관심이 많고, 전시 관련 공부를 하면서 이런 전시회를 해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부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들 하게 됐다. ‘이런 전시회를 하면 좋을 텐데, 어떤 사람들이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마비노기>를 만든 데브캣 아티스트가 참여해서 하면 되겠다고 결정했다. 앞으로 회사 안에서 멤버들을 모집해 2기, 3기 등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따로 참고한 작품이나 전시회가 있었나.

 

이은석: 미술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잘 모른다. 그래서 전통적인 출발점과는 다르게, 시작점부터 경계 밖에 있는 가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시작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유명한 전시회도 많이 다녀 보고 그랬다. 따로 참고했다고 할 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이진훈: 게임아트 쪽에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전시회에서 작품을 전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을 것 같다. 지금까지 창조적인 일을 해오면서 자극을 받기 위해 여러 매체를 봐왔다. 개인적으로 디스플레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하게 돼 좋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캔버스에 유화로 작품을 그리던 제작 당시의 모습. 왼쪽부터 한아름, 김범 작가.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이은석: 평소에는 (하는 작업이) 아트보다는 디자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트 쪽은 보다 독립적인 작업이자 개개인의 작업이고, 디자인에 비해서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일관된 테마를 갖고 각자 자발적으로 만든 작품이 전시되기까지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김범: 게임 개발에서는 프로들이지만, 예술에서 종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시회를 준비하는 게 생소했다. 게임 개발에서 요구하는 그림과 예술에서 요구하는 그림에는 차이가 있더라. 생각을 전환하는 과정이 힘들었고, 유화에서 재료를 다루는 일도 힘들었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김호용: 한동안 회사원에서 아티스트가 됐기 때문에 생활리듬에 차이가 있었다. 물론 회사원보다 자유롭지만, 주말에도 항상 작업을 생각해야 하는 등 생활리듬에 변화가 일어났던 게 힘들었다. 지금 다시 아티스트에서 회사원이 되어야 하는데 힘든 것 같다.

 

이근우 작가(왼쪽)와 김호용 작가(오른쪽)는 랜단자와 아크릴 등의 소재로 작업했다.

 

 

작품을 구입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계획은 어떻게 되나.

 

엔엑스씨 이재교 홍보이사: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반적인 전시회 같으면 작가와 갤러리가 같이 작품의 소유권을 갖는다고 들었다. 이번 기획전의 작품을 개인 작가의 작품으로 볼지, 엔엑스 아트 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지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구매 희망자가 나온 점은)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려고 한다. 엔엑스 아트 랩은 이제 1기고, 매년 한 번씩 전시를 하려고 한다. 곧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 때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더해서 다시 전시할 계획이 있다. 이후의 일정은 논의해 봐야겠다.

 

작업실에서 찍은 단체 사진. 한동안 게임 개발이 아닌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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