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실효성 없이 역기능만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26일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밝히며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셧다운제 전부터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은 미미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전 의원은 여가위 국정감사에서 여성부의 셧다운제 평가 조사자료를 인용하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여성부가 셧다운제 평가를 위해 조사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청소년의 심야(자정 이후) 게임이용은 전체의 0.5%였고, 셧다운제 시행 후에는 감소치가 0.3%에 불과했다. 보고서에도 “실제 심야시간에 게임하는 청소년 수가 적어 셧다운제 시행으로 인한 게임이용 시간대 변화로는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와 있다.
여성부의 셧다운제와 함께 시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선택적 셧다운제를 신청한 사람은 총 8,434명으로 집계됐다.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수가 400~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 “셧다운제, 부작용만 양산한다”
셧다운제 실시 이후 명의를 도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여성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심야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40%가 도용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도용은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지만, 청소년들은 이에 대한 인식 없이 단순히 게임을 하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셧다운제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도 발생했다.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 이승현(15세, 스타테일) 선수는 지난 13일 프랑스에서 열린 ‘아이언스쿼드’ 대회 예선에서 자정 직전 셧다운을 우려해 무리한 진행으로 해당 경기에서 패배했다. 그는 이후 사전에 부모로부터 허락받은 ID로 경기를 이어 갔으나 결국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승현 선수는 지난 20일 열린 핫식스 GSL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승현 선수의 해외 온라인 대회 경기 중 캡처 화면.
한편 셧다운제 시행 이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는 국산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현황’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2012년 상반기 성인용 게임의 비율은 50% 이상 증가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업체가 18세 이상 등급을 받기 위해 심한 욕설을 게임에 넣어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게임이라도 한국 업체와 외국 업체의 셧다운제 적용이 달라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인기 시뮬레이션게임 <문명 5>의 다운로드 판매 서비스를 실시했다. <문명 5>는 12세 이상 이용가 등급이기 때문에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같은 게임 <문명 5>를 다운로드 판매하고 있는 외국의 ‘스팀’ 플랫폼은 이러한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다. 서버와 사업자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차별은 스팀 뿐만 페이스북과 같이 외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에 해당된다.
■ 청소년 “다양한 취미가 게임 과몰입 막는다”
여성부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대부분은 셧다운제와 게임중독이 관계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29%가 “다양한 취미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게임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20%의 청소년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조절하자”고 답해 현행 강제적 셧다운과는 다른 의견을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문화부와 여성부는 지금과 같이 실효성은 없고 국내기업만 역차별하고 이중규제하는 상황을 조속히 해소함과 동시에, 진정 청소년을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함께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부의 조사 중 게임중독의 효과적 예방을 위한 의견수렴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