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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 유통 매출 5% 부담금의 ‘혼란’과 ‘불안’

아리송한 유통 매출의 정의, 문화부의 밀어붙이기

정우철(음마교주) 2013-06-10 21:02:12

지난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성호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놓고 게임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입법 취지만을 놓고 본다면 간단명료하다. 콘텐츠산업에서 자리를 잡은 업체가 신생업체와 산업발전을 위해 기금을 내는 형태다. 문제는 법안의 발의 과정과 정부의 행태다. 특히 유통 매출의 5%로 제안된 부담금 명목과, 부담금 부과기준과 징수율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논점 ① 아리송한 이해관계, 유통 매출?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보면 콘텐츠 사업자는 매년 콘텐츠 유통에서 발생한 매출의 최대 5%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업체 매출의 5%인지, 유통 매출의 5%인지 기준이 모호하다.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까지 하는 업체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간단할 수 있지만,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따로 있는 게임의 경우는 누가 어디까지 기금을 부담해야 할지 애매해진다. 상품(게임)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 ‘유통’이기 때문이다. 

 

PC온라인게임만 놓고 보더라도 직접 서비스, 퍼블리셔를 통한 서비스, 여기에 채널링을 통한 여러 곳의 동시 서비스 등 상황에 따라 경우의 수가 많다.

 

모바일게임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개발사 A가 만든 게임을 퍼블리셔 B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플랫폼에 론칭했을 경우, 개발사 → 퍼블리셔 → 카카오 → 오픈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유통 단계를 거친다.

 

이런 모바일게임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오픈마켓이 떼어 가고, 카카오가 떼어 가고, 퍼블리셔가 떼어 가고, 남는 금액이 개발사에 돌아간다. 이른바 ‘떼고, 떼고, 또 떼고’ 유통 구조다. 이 경우, 유통 매출의 최대 5%를 어떤 단계에서 누구에게 얼마씩 부과할지 아리송해진다.

 

모바일게임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자인 애플과 구글은 외국 사업자다. 이들에게 부담금을 내게 할 수 있을지, 또 게임별 매출을 투명하게 알리도록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적용될 경우 형평성 문제 제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국가별 매출 비중. 한국은 게임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논점 ② 기존 1%에 5% 더? 부담의 가중치

 

유통 매출의 모호한 정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5%라는 수치가 주는 부담감은 적지않다. 여기에 아직 처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게임업계 매출 1% 이하 징수 법안도 있어 부담은 가중된다.

 

지난 1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외 17명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는 게임업체 연매출의 1% 이하 범위에서 치유부담금을 부과, 징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만일 위에서 나온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고, 유통 매출을 일반적인 게임업체 연매출로 인식할 경우 최대 1%+5%, 6%의 부담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한 해 매출액 7,535억 원, 영업이익 1,513억 원을 기록했다. 만일 매출의 6%를 부담금 명목으로 낼 경우 약 452억 원에 이른다. 이 경우 이익률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화부에서는 공청회를 통해 부담금을 걷을 대상업체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납득할 만한 기준이 제시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산업발전기금 중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서 업계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다.

 

이 경우 방송광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KBS2.94%, MBCSBS4.4%를 분담금으로 내고 있으며, 홈쇼핑 방송은 결산영업이익을 기준으로 13%의 분담금을 낸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처럼 비교적 영세한 경우 매출액의 25억 원 이하는 1%, 200억 원 초과는 2.8% 등으로 차등 부담하고 있다.

 

상당히 높은 분담금 비율이지만 방송업계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산업의 경우 국가 기간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산업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미 최대 5%의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는 다른 산업의 사례일뿐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 기준과 부담 비율.

 

 

논점 ③ 교감 없는 법안 추진, 커지는 불안감

 

게임업계의 가장 큰 불안감은 업계와 교감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여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치유부담금 1% 징수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문화부가 주도적으로 나선 만큼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실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데다,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에 법안 통과에 특히 애쓰고 있다.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이 바뀌긴 하겠지만, 사업자의 매출액으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틀 자체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박성호 의원실 관계자)

 

앞으로 국회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치며 법안의 세부조항이 만들어지고, 방송통신발전기금처럼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지만, 부담금 징수라는 형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고 기금조성을 위한 분담금을 내게 될 경우 게임업계에서 거둬들인 기금이 게임업계 진흥을 위해서 온전히 쓰일지도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기금 조성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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