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기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프리-프로덕션(사전제작) 단계인 <워크래프트> 영화의 감독 던칸 존스, <워크래프트>의 모든 세계관과 스토리를 관리하는 크리스 멧젠, 특수효과를 담당할 빌 웨스튼호퍼(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블리자드, 그리고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거의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팬이라는 점이다.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은, 그리고 개봉까지 2년이나 남은 <워크래프트> 영화지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과연 <워크래프트>는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까? 간단하게나마 답하자면 ‘오크와 휴먼의 장엄한 스토리’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10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3 <워크래프트> 영화 세션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안두인 로서와 듀로탄, 렉사르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이야기
전임 감독(샘 레이미)이 빠지면서 갑작스레 <워크래프트> 영화의 감독을 맡은 던칸 존스. 우리는 그를 <소스 코드>와 <문>의 감독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광적인 팬이다. 이미 <워크래프트> 3부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심지어 <로스트 바이킹>도 플레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을 가진 던칸 존스가 감독을 맡으면서 <워크래프트> 영화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영화 제작 초기에는 휴먼과 얼라이언스의 이야기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던칸 존스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모두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크리스 멧젠.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크리스 멧젠을 처음 만난 날, 던칸 존스는 영화의 스토리에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밸런스를 강하게 요구했고, 얼라이언스의 영웅들을 보면서 느끼는 동정심과 명예, 그리고 감정을 오크의 영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스토리의 큰 줄기가 결정됐다. 안두인 로서와 듀로탄, 렉사르를 중심으로 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립이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게 된다.
<워크래프트> 영화 패널 세션은 랍팔도가 질문하고 나머지 참석자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실제와 같은 <워크래프트>의 등장인물을 만든다
영화 제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난관은 있었다. 오크와 같은 종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특수효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화의 캐릭터를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으로 구현하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는 작업이었고, 이를 위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실제와 같은 CG를 구현한 황금 콤파스의 빌 웨스턴호퍼 특수효과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빌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90레벨 캐릭터를 보유한 팬이다. 그리고 특수효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루카스필름의 ILM(Industrial Light & Magic)도 오크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모션캡처를 비롯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한계까지 끌어내 오크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래프트> 영화의 특수효과 감독을 맡은 빌 웨스턴호퍼.
그리고 <혹성탈출>과 <아바타>를 제작한 팀이 투입됐다.
<워크래프트> 영화의 등장인물을 실제와 같이 만들기 위해서 영화 제작팀은 코스튬 디자인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게임에 있는 복장과 복식이 실제로 어떤 느낌을 줄지 알기 위해서 직접 만들어 어떻게 동작하게 되는지 하나씩 살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제작에 참여한 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던칸 존스 감독은 “<워크래프트> 영화는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 것이지만, 게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더 볼 것이 많은 영화가 되도록 제작할 것이다. 크리스 멧젠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린 영화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하나의 목표를 갖고 이를 달성하고자 힘을 합치고 있다”고 밝혔다.
<워크래프트> 영화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방대한 세계관
아이러니하게도 <워크래프트> 영화의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방대한 세계관이었다. 크리스 멧젠 역시 몇 년 동안 어떤 스토리를 다룰지 고민했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고 어떤 장소를 보여줘야 할지도 고민의 대상이었다.
던칸 존스 감독은 <워크래프트> 영화의 콘셉트 아트를 보여주며 이런 고민을 어떻게 풀어왔는지 설명했다. 그는 드레노어, 달라란, 아이언포지, 그리고 스톰윈드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 장소는 지금까지 게이머들이 직접 플레이하면서 경험했던 곳이다.
영화 스태프들은 이 장소를 실제로 존재하듯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크리스 멧젠은 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영화 속 도시를 생각하고 있고, 다양한 오브젝트의 위치를 고려해 체험적인 측면에서 더 광대한 장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이들 장소의 실제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장소는 다양한 프로듀서에 의해 준비되고 있는데, 특히 아이언 포지 제작에는 <스타워즈> 영화의 배경을 담당한 스태프가 투입돼 있다.
크리스 멧젠은 “게임에 있는 거대한 배경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멋진 일이다.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워크래프트> 세계 그 자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면서 이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워크래프트>를 아는 사람이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워즈> 배경팀이 만들고 있는 아이언 포지의 콘셉트 아트.
이제부터 시작. 준비한 모든 것을 하나로!
던칸 존스 감독은 <워크래프트> 영화 제작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을 꼽았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특성 상 대부분의 촬영은 블루스크린 앞에서 이뤄지고, 여기에 특수효과를 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영화의 스케일이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는 없지만, 하나의 프레임에 영화를 어떻게 담아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던칸 존스 감독과 크리스 멧젠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오크와 휴먼’의 스토리 안에서 렉사르와 듀로탄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렉사르는 충성심이 강하며 평화를 원하고, 오크 최고의 수장 중 하나인 듀로탄과 그의 가족과 부족이 어둠의 저주에 맞서는 모습을 보게 될 예정이다. 다만, 지금은 듀로탄의 이미지와 잘 맞는 배우를 찾기 힘들어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무대에서 크리스 멧젠은 던칸 존스 감독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워크래프트>의 스토리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중 어느 한쪽이 승리하고 필연적으로 다른 한쪽은 패배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는 의문이었다.
던칸 존스 감독은 “전쟁을 다루는 영화 중에 지금까지 양쪽을 공평하게 다룬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영화에서는 이런 룰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그는 <워크래프트> 영화의 스케일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은 엄청난 영화였고, 판타지 영화라면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을 떠올린다. 그가 판타지 영화의 기준을 세웠다면, <워크래프트> 영화는 판타지 장르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고
말하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워크래프트>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블리즈컨 현장에 모인 인파만 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