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카이스트 전길남 명예교수가 NDC의 막을 올렸다. 전길남 교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인터넷을 연결하는데 공헌한 인물이자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시 넥슨 김정주 창업주와 엘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를 길러낸 스승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를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온라인게임이라는 손자를 둔 셈이기도 하다. 그가 NDC 14 기조연설에 나선 것도 넥슨 김정주 회장과의 인연이다. 그가 없었다면 아마 <바람의 나라>도 넥슨도 10년 이상 뒤에야 나왔을 테고, 한국은 온라인게임의 주도권도 놓쳤을 것이다.
27일 개막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14에서 전길남 교수는 ‘인터넷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기조 강연을 통해 인터넷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게임 개발자들에게 미래를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은사를 소개하고 싶어 나왔습니다” 김정주 대표 깜짝 등장
전길남 교수의 강연에 앞서 넥슨 김정주 창업주가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은사를 소개하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전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꿈을 좇아 넥슨을 설립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든 스승이기 때문이다.
김정주 창업주는 “전길남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굉장히 많은 기업이 배출됐다. 연구실에서 많은 기업이 나온다는 건 이례적인 일인데, 전길남 교수님이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응원해주었기에 가능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는 연구실이었지만, 연구원들이 꿈을 찾아 그만두는 것을 지원해줬다”며 그를 소개했다.
전길남 교수, 세계 2번째로 인터넷을 연결시키다
1960년 후반, 전길남 교수는 UCLA로 갔다. 그게 전길남 교수가 인터넷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슈퍼컴퓨터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UCLA와 매사추세츠의 MIT에만 있었다. 서로 자료를 교환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먼 거리였고, 네트워크 통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바로 연구 목적으로 개발한 알파넷의 시작이다.
전길남 교수는 79년 한국으로 돌아와 제품용 컴퓨터 개발과 네트워크 연구에 몰두했다. 당시 전길남 교수는 한국의 컴퓨터 산업 특성화를 위해 정부로부터 초청받았고, 컴퓨터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학생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연구가 결실을 이뤄 82년에 세계 두 번째로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고, 전길남 교수는 그 공로를 97년에야 인정받아 국민훈장을 수여 받았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왜 대단한 지 몰랐기에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전길남 교수는 국산 컴퓨터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업화 노선은 실패했다. 세계에 몇 명 없는 OS(운영체제) 전문가가 한국에 없었기에 컴퓨터의 성능이 떨어졌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서 만족해야 만 했다. 대신, 그는 자국 기술로 만든 컴퓨터로 인터넷을 연결시킨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했다.
“미래에는 스마트폰이 인터넷을 보급시킬 것,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전 교수는 인터넷 역사를 되돌아본 뒤, 미래의 인터넷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그는 현재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전 세계인이 인터넷을 쓰는 세상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15억대가 보급된 스마트폰은 해마다 10억 대씩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휴대폰은 68억 대가 보급되어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휴대폰을 쓸 정도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 세계 인터넷 보급을 이룰 것이다”고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미래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보급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후진국에서는 저렴한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발달한 한국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졌다”며 한국이 세계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가졌다”
전길남 교수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높이 평가하며 개발자들에게 앞으로도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한국의 하드웨어 산업은 최고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아니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온라인게임이다. 유저 인터페이스, 서버, 컴퓨터 아키텍처가 결합해 컴퓨터 산업을 이끌어가는 게 온라인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그는 “<단군의 땅> <바람의 나라> <리니지>도 앞길을 모르는 상태에서 탐험하고 연구해서 개척해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1등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2등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과거 한국이 만든 온라인 게임의 의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게임의 갈 길은 아직 멀었다며 개발자들에게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온라인게임 2시간과 디즈니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2시간을 비교하면 아직은 영화의 만족감이 높다. 온라인게임의 역사는 고작 20~30년일 뿐이고, 영화는 10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쉽게 경쟁할 수 없겠지만, 온라인게임은 앞으로도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