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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게임업계가 뽑기 아이템만 만들어 자초했다”

‘게임은 정치다’ 세미나 패널들의 말말말

송예원(꼼신) 2015-03-27 20:03:57

지난 9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으로 게임업계가 시끌시끌합니다. 게임사는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기를 들었고, 유저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정부의 게임 규제에 함께 싸웠던 것과는 달리, 업계와 유저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죠. 

 

27일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게임은 정치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업계와 유저의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 협회장,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김정태 게임인연대 대표, 김성완 인디게임개발자 모임대표,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이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각계 인사들과 게임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토론회 주요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 방청객: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게임업계가 뽑기 아이템만 만들어 자초했다” 


자신을 전 게임 개발자로 소개한 방청객의 발언입니다. 그는 정우택 의원의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한 수익구조가 만든 법안이라며 쓴 소리를 냈습니다. 현재 국내 게임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데요, 유저에게 박탈감을 제공함으로써 수십 수백만 원의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이러한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방청객은 국내 게임과 비교 대상으로 최근까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를 달렸던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을 언급했습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과금을 한 유저에게 빠른 성장을 제공해 상위 유저와 싸울 수 있게는 해주지만 밸런스 자체를 저해하지 않아 만족감이 크다는 주장이었죠. 반면, 국내 게임의 경우 수십만 원을 투자해 뽑기를 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어 속상했던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 “게임사, 왜 다른 비즈니스 모델 연구를 안 하나?”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만 내세우는 현 게임 업계를 비판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이 흥하자 다른 고민 없이 모두 그쪽으로만 쏠렸다는 지적이죠. 게임사업은 연 10조 원 매출을 바라볼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조차 없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게임 업계가 내세우는 자율규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습니다. 자율규제는 지난 2008년부터 논의돼 왔지만, 7년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니 말이죠.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 

 

 

■ “지금 법적 규제하면 해외 업체만 이득, 자율규제 기다려 달라”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 협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된 국내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문제라는 점도 동의했죠. 다만, 이를 대체할 대안 없이 무조건 없애는 건 답이 아니라는 게 황 대표의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라는 거죠. 이에 오는 4월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게임 업계의 자율규제를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황 대표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시기상조로 보는 구체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제 적용대상은 국내 게임사에 국한됩니다. 따라서 해외 업체가 반사익을 얻음으로써 국내 게임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는 해외 진출 시 장애요소가 될 위험을 꼽았습니다. 최근 많은 모바일게임사가 해외진출에서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내세우 있는데요, 황 대표는 확률 고시 시스템을 모든 빌드에 적용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빌드를 나눈다면 2중 개발이라는 부담도 있을 수 있고요.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 협회장

 

 

■ “‘모든​ 확률 공개는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김성완 인디게임개발자 모임 대표는 정우택 의원 개정안이 규제 대상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뿐만 아니라, 게임 내 모든 결과물의 확률을 공시하도록 돼있는데요, 비즈니스 모델 외에도 게임 내 모든 돈이나 아이템 등에 대한 확률까지 공개된다면 게임 자체의 재미가 저해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했죠. 

 

물론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대표가 인디게임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 대표는 “수익만 추구하며 무리하게 확률형 아이템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완 인디게임개발자 모임 대표

 

 

 “게임업계 왜 따로 노나? 연대해서 인식부터 바꿔라”


업계 외부인(?)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이런 중대한 사항에 게임 업계가 뭉치지 않는 것에 의아해 했습니다. 진 교수가 보기엔 사회 전체가 업계에 굉장히 불리하게 되어있습니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새마을운동’ 시절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게임 산업 자체의 가치를 평가 절하합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업계가 힘을 합쳐 게임이라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끌어 올려야 하죠.

 

하지만 외부인인 진 교수의 눈에는 이러한 ‘연대’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 업체가 제각각 자기 먹고 살 길을 찾느라 바쁘죠.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진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꼬집으며 “업계가 연대해 업체 개개, 게이머, 나아가 사회 전체에 게임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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