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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샐리의 법칙'을 통해 깨달은 5가지 개발 법칙

아이디어에서 출시까지 '샐리의 법칙' 포스트모템

김지현(너부) 2017-04-27 21:47:34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유저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인디게임 <샐리의 법칙>. 그리고 이를 통해 유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인디게임 개발사 '나날이 스튜디오'. 그들 역시 보통의 작은 개발사들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개발 자금이 떨어지면서, 외주를 통해 전전긍긍하며 보내던 그들에게 '샐리'가 찾아 오기 전까지 말이다. 

 

독특한 게임성과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샐리의 법칙>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아이디어부터 출시 이후까지의 시행착오와 그들이 <샐리의 법칙>을 통해 깨달은 5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날이 스튜디오의 박재환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디스이즈게임이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나날이 스튜디오 박재환 프로듀서


# 자금 부족, 계약파기. 팀 붕괴 위기를 맞다

애플 앱스토어가 막 오픈했을 당시, 2년 동안 1등을 고수했던 게임이 있다. 바로 <앵그리버드>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머천다이저 산업, 영화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 <앵그리버드>는 내가 어렸을 때 꿈꿔온 회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임'의 가능성을 본 나는 바로 게임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가지 게임을 개발했다. 하나는 지구를 침공하는 과일들을 막는 게임 <후르츠어택> 또 하하는 자유를 갈망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타임피쉬>이다. ​두 게임 모두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두 게임 모두 애플 피처드를 받았다. <후르츠어택>은 139개국, <타임피쉬>는 149개국에.

불행하게도 경제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버 불안과 퍼블리셔 계약파기 등의 문제가 함께 발생했다. 그나마 있던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자금마저 바닥났고, 결국 팀은 붕괴의 위기를 맞았다.






# 어느 날, 우리에게 '샐리'가 찾아왔다

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해 근근이 외주를 하던 중, 한 대학생이 우리 회사로 인턴십을 오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심적인 여유가 없어 인턴을 쓸 생각이 없었으나 그는 단호했다. "임금은 필요 없다. 현장실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자기는 꼭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실제로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몇 번 대화를 해보니 개발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 인턴십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팀원 전체가 외주로 바쁘고, 시킬만한 일이 없어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일주일 후, 그는 기획서 하나를 가져왔다. 두 개의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게임, 바로 <샐리의 법칙>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다.

게임은 간단했다. 화면 상단에 있는 동그라미, '가디언'이 점프와 같은 액션을 통해 하단에 있는 동그라미인 '러너'가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멈추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다다르게 하는 게임이다. 굉장히 맘에 들었다. 

그는 게임의 제목도 함께 제안했다.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벌어진다는 뜻을 가진 '머피의 법칙'과 반대로 , 어떤 일이든 잘 풀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샐리의 법칙'. ​게임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제목을 가져온 것이다. ​



우리는 지금까지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고, 아트워크도 괜찮은 회사니 함께 게임을 만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도 1년간 개발한 게임을 출시하지 못한 경험이 있던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의기투합해서 <샐리의 법칙>을 완성하기로 다짐했다.

<샐리의 법칙>의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그는 프로토타입과 함께 스토리의 기본 플롯도 함께 제시했다. '아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떠나는 자식과 자식을 돕는 아버지의 영혼'.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생각됐다. 

여기에 약간의 살을 붙였다. 자식은 딸로, 딸의 이름은 '샐리'. 기본 플롯에 이 두 가지를 더해 <샐리의 법칙> 스토리가 완성됐다. 






# 프로토타입부터 베타타입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들

 

<샐리의 법칙> 프로토타입에 대한 팀원들의 리뷰는 '답답한 세로뷰 화면', '상대적으로 지루한 샐리의 플레이' 등​ 부정적인 이야기로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4가지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샐리의 법칙> 프로토타입이 개선할 4가지


1. 샐리의 플레이가 아빠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자.

2. 아빠에게 퍼즐 요소를 집중시키자.
3. 샐리의 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지루하니 속도를 올리자.
4. 화면을 세로뷰가 아닌 가로뷰로 바꾸자 

 





프로토타입을 개선하면서 아트에 대한 부분도 함께 진행됐다. <샐리의 법칙> 아트 컨셉의 첫 번째 키워드는 원형이다. 원형에 캐릭터를 입히면 아트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 하나의 컨셉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미니멀리즘이다. 처음 시도하는 아트 컨셉이지만, 개발 당시 미니멀리즘이 대세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아트를 진행할수록 부족함이 느껴졌고, 적당한 미니멀리즘에 우리의 색채와 스타일을 넣어 아트 컨셉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동화'같은 느낌의 컨셉으로 방향성이 결정됐다.

 

게임의 배경 역시 컨셉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샐리의 고향인 '숲 속 마을'에는 따뜻하고 밝은색과 동그란 원형을 주로 사용한 반면, '도시'에는 어둡고 칙칙한 색채와 각진 도형을 사용해 갑갑하고 빼곡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컨셉을 잡았다.

 

 


 

 

 # 5개월로 연장된 프로젝트, 개발 중단 위기가 찾아오다

 

프로토타입에서 개선해야 할 4가지 부분을 개선하고 아트를 적용해 알파 타입을 만들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3개월로 잡았던 프로젝트가 5개월로 늘어났다. "베타버전에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이 대부분이라면 진행이 힘들 수 있다."는 대표의 말과 함께 프로젝트가 중단 위기가 맞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서정적인 게임 컨셉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샐리의 속도를 낮추고, 캐릭터가 지나가는 위치에 스토리 텍스트를 추가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는 것 외에 다른 기믹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샐리의 법칙> 베타버전이 개선 해야 할 5가지


1. 게임 속도는 늦추고 난이도는 하향하자.

2. 스토리 텍스트를 띄워보자.

3. 문을 여는 것 외에 아빠가 샐리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요소를 추가하자.

4. 아빠 캐릭터로 진행할 때 빨리 감기 기능을 추가해보자.

5. 레벨 디자인 요소를 고민해보자.

 



 

 

작업에 앞서 스토리와 레벨디자인을 기믹별로 5챕터에 걸쳐 나열했다. 

 

그리고 스테이지별로 난이도, 복잡성, 스토리 세 가지 파트로 점수를 나눴다. 난도가 낮은 스테이지에서는 스토리를 많이 노출해 유저가 스토리를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도록,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은 게임의 레벨디자인을 즐길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

 

스토리 텍스트의 경우 우리의 예상보다 더 좋았다. 동화책을 읽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두 캐릭터의 스토리를 함께 볼 수 있어 서로의 갈등을 교차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새롭게 추가한 기믹들은 게임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튕기거나, 장애물을 지우거나, 스프링을 통해 방향을 바꾸는 등 다양한 기믹이 더해져 퍼즐 플레이의 재미가 더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에서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마어마한 혜택에 기대를 품고, 우리는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다. 

 




 

 

# 샐리의 법칙을 통해 깨달은 5가지 개발 법칙

 

놀랍게도 <샐리의 법칙>은 300개의 개발사 중 TOP 3에 선정됐다. 구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현장에서 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따뜻한 격려로 인해 출시까지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누적 다운로드는 3만, 게임 가격이 저렴해 수익도 적을 수밖에 없다. 게임과 회사는 알렸지만, 국내 유료게임 시장의 척박한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퍼블리셔에 의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현재 닌텐도 3DS와 스위치 발매도 협의 중이다. 게임명 처럼 어떤 일이든 잘 풀린 '샐리의 법칙'처럼.

 

<샐리의 법칙>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를 통해 우리는 게임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임이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식과 부모의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아마 이런 게임은 <샐리의 법칙>이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샐리의 법칙>을 통해 깨달은 5가지를 정리하고 강연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샐리의 법칙>을 통해 깨달은 5가지 개발 법칙

1. 게임을 핵심을 잡았다면 빠르게 피드백을 수집하자.

2. 게임의 핵심을 지키며 피드백을 반영, 계속 반복하자.

3. 인디게임 대회를 홍보와 의욕충전의 계기를 삼자.

4. 데드라인은 필수다.​

5. 끝까지 포기하지말고 애정하고 게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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