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땅'이 윤곽을 드러냈다. 넥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론칭 프리뷰 행사를 열고 게임 소개와 더불어 출시일, 기획 의도와 개발 비화를 밝혔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원시 세계로 워프한 현대인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며 살아남는 모습을 그리는 모바일 MMORPG다. 넥슨 왓스튜디오의 '파파랑' 이은석이 디렉터를 맡아 큰 기대를 모았으며, 개발 기간 5년 반, 4차례의 베타 테스트 끝에 2018년 1월 25일 출시를 확정했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는 지금까지 나왔던 게임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개발 비화를 밝히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환영사에는 개발 총괄 정상원 부사장이 발표에 나서 넥슨이 <듀랑고>에 거는 기대를 보여줬다.
정상원 부사장은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듀랑고>로 새해 첫 인사를 드리게 됐다"면서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 보니 4년이 훌쩍 지났다. 요즘의 조류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개발자들이 느끼는 창작의 재미와 플레이어의 재미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끈기를 갖고 게임을 개선해왔으며 개발팀이 정말로 잘 해왔다"고 밝혔다.
넥슨 정상원 부사장
이어 이은석 디렉터가 게임의 특징과 기획 의도, 개발 방향을 설명하는 발표가 진행됐다. 5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개발이 진행된 만큼 게임의 피상적인 특징을 설명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개발 성과,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밝히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디렉터가 꼽은 <듀랑고>의 가장 큰 특징은 공룡 시대 '개척'이다. 대부분의 게임처럼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공룡 세계와 현대의 파편이 공존하는 기묘한 세계에서 문명 지식을 갖춘 유저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MMORPG'라는 것. 이 디렉터는 "개발자가 놀이기구를 만들고 관람객이 경로를 따라 즐기는 것이 기존의 게임이었다면, <듀랑고>는 개발자가 흙이나 돌, 공, 인형 등 재료를 주면 유저들이 직접 조합해 자신만의 경험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생활 콘텐츠'를 꼽았다. 모두가 전투를 메인 직업으로 삼은 상태에서 생산 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과 도구, 가공, 요리 등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장벽 없이 거대한 MMO 세계에서 경계선이 없는 자신만의 땅, 공동체의 마을을 꾸려갈 수 있다. 또한 유저들의 수요와 움직임에 따라 수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섬을 탐험하고 여행하는 등 '개척'의 재미도 살렸다고 밝혔다.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
# "듀랑고, 장르 자체를 밑바닥부터 새로 쌓은 게임"
발표 후에는 사회를 맡은 성승헌 캐스터와 이 디렉터가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개발 뒷이야기를 밝혔다.
<듀랑고>는 로망을 앞세운 게임이 현대 사회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게임이다. 이 디렉터가 판단한 현대 사회는 놀 거리가 굉장히 많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개인의 취향과 로망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해졌고, <듀랑고>는 현대 문명 세계에서 소실된 '야생의 풍취와 개척'이라는 로망을 앞세웠다.
여기에 장르 자체를 새로 쌓고 유저의 행동이 메인이 돼 '복제가 힘든 게임'을 만들고자 한 이 디렉터의 결정이 들어갔다. 장르가 특정되지 않는 샌드박스 MMORPG에 '공룡'과 '현대인'이라는 콘셉트가 담겼다. 문명의 지식을 갖췄지만 <듀랑고>의 현대인은 원시인에서 다를 바가 없다. 결과적으로 <듀랑고>는 가상 사회에서 원시적 본능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때문에 <듀랑고>는 자연스럽게 개개인이 사회에서 가지는 역할이 발생하고, 부족, 이웃 등 커뮤니티가 발생한다.
일례로 베타 테스트 당시 유저들이 편의상 나눈 여러 직업군 중에는 ‘건축가’가 있다. 마을에 필요한 생산 시설과 건축물을 짓고 보수하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재료를 모아다주는 사람이나 생산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마을의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없다. 타인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자신의 필요를 채우고 도우며 때로는 경쟁하는 인연이 만들어진다.
강력한 커뮤니티성이 무기인 만큼 <듀랑고>는 몇 해에 걸친 테스트로 국내외 많은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수집했다. 지난해 7월부터 반 년 동안 진행한 4차 베타 테스트는 14개 국가, 152개국 유저가 테스트에 참여했고 280만 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유저들이 정착할 수 있는 ‘안정섬’ 외에 탐험의 대상이 되고 일정 시간 동안 자동 생성되어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안정섬’은 테스트 기간 동안 22만 개가 발생했다. 생성됐던 섬의 면적을 합하면 대한민국 면적의 3분의 2 크기에 달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레벨에 도달한 유저들은 ‘도시섬’이라고 불리는 곳에 모여 준 도시국가에 준하는 사회를 만들어냈고, 여러 재미있는 일화나 유용한 팁 등을 공유하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정섬이 유저들로 인해 개척되고 변화하는 모습은 구글 지도처럼 듀랑고 세계를 표현한 웹사이트 ‘듀랑고맵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국내 정식 서비스에서도 듀랑고맵스가 지원될 예정이다.
“<듀랑고>는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성이 발생하는 게임이에요. 거친 야생을 테마로 하지만 베타 테스트 경험상 유저 성비의 편향이 적습니다. <마비노기>처럼 <듀랑고>에서도 유저들 간 좋은 인연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게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설명이다.
<듀랑고>가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받는 것은 게임 자체의 독특성 뿐 아니라 외부에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한 점도 컸다. 지질학, 고생물학 박사 과정 출신의 게임 디자이너가 자동으로 발생하고 파괴되며 복구되는 생태계를 게임에 구현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NDC 15의 히트 강연 중 하나다. 또 다양한 아이템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던 내용을 담은 NDC 14 강연은 본격적으로 <듀랑고>의 이름을 알린 강연이 됐다.
※ 관련기사:
[NDC14] 야생의 땅: 듀랑고, 가죽장화까지 먹게 만드는 시스템의 비결 (☞ 바로가기)
[NDC 15] 완벽한 생태계 구축! 야생의 땅: 듀랑고의 생태계 시뮬레이터 개발기 (☞ 바로가기)
연구 뿐 아니라 사운드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사운드 메이킹 영상에서는 동물원에 방문해 소리를 녹음하고, 짚더미 위에서 실제로 액션을 취하거나 생닭을 찢는 등 생생한 소리를 위해 노력한 모습을 담았다.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이는 동안 개발 기간은 5년 반, 대통령은 두 번 바뀌었다. 이 디렉터는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참고할 수 있는 모델과 전례가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없었다. 테스트와 수정을 반복했고 더 나은 게임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 1월 25일 출시일 확정! 운영은?
정식 서비스 후의 운영과 관리 역시 중요한 요소다. 특히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3차 베타 테스트에서는 초반부터 수많은 서버 오류가 발생해 유저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에 이 디렉터는 가존 사무용 PC 2만 5천대 분량의 성능을 발휘하는 ‘브론토 서버 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자원을 감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단일서버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이후 순차적으로 전세계에 서비스를 열 예정이다. 한동안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지역별로 차이를 두고 서버를 분리하나 모든 국가에 게임을 론칭하면 차츰 격차를 줄이고 통합해 글로벌 유저들이 장벽 없이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베타 테스트는 오는 19일 종료되며 별도의 데이터 인계는 없다.
행사 내내 넥슨이 강조하던 것은 개발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디렉터 역시 매출보다는 신규 IP의 브랜드화, 오래 운영되는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수익 모델 역시 게임의 장기적인 수명을 해칠 수 있는 모델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품은 밝히지 않았으나 편의성과 시간 단축, 외형 치장 위주로 수익 모델을 구성할 예정이다.
“성능보다 감성적인 만족감으로 과금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익보다는 전세계에서 성공하고 오래 가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고요. 최소 10년 이상 서비스를 목표로,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듀랑고>는 오는 1월 25일 국내 양대 마켓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