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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앤썸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바이오웨어, 논쟁에 휘말리다

“바이오웨어 여러분, 언론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준호(마루노래) 2019-04-04 17:54:10

<앤썸>의 개발사 바이오웨어가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특정 언론이 자사를 비판(공격)한 것에 대해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강하게 반박했기 때문입니다.

 

논쟁의 시작은 현지 시간으로 4월 2일 공개된 미국 매체 코타쿠(kotaku)의 기사, “<앤썸>은 어떻게 망가졌는가”(How Bioware’s Anthem Went Wrong)였습니다. 기사 작성자는 <피, 땀, 픽셀>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진 제이슨 슈라이어(Jason Schreier​). 그가 쓴 이 장문의 기사는, <앤썸> 개발팀의 원대한 계획이 마주했던 기술적 어려움, 리더십의 부재와 그 때문에 일어난 총체적 난국 등을 내부 관계자의 증언과 본인의 취재를 묶어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문제는 바이오웨어의 반응이었습니다. 바이오웨어는 기사가 나온지 15분 만에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기사에 대해 자신들은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우회적으로 신랄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유력 매체인 폴리곤(Polygon) 등 다른 게임 매체들이 가세해 큰 논란에 휩싸인 모양새입니다.


<앤썸>은 어떤 게임?

 

 

<앤썸>은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등 유명 RPG 시리즈를 제작한 바이오웨어의 신규 IP로, 멀티플레이어 삼인칭 슈터 액션 게임입니다. <디비전>이나 <데스티니> 시리즈처럼 ‘장비 파밍’이 핵심입니다. ‘루트 슈터’(loot shooter)라고도 합니다.

 

<앤썸>은 2019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정작 출시된 게임은 잦은 로딩, 엉성한 스토리, 여러 치명적인 버그 등이 맞물려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슈라이어의 기사는 그 제목처럼, 도대체 왜", "<앤썸>은 이렇게 망가졌을까?”를 다루고 있습니다. 

 

코타쿠가 말하길: “<앤썸>은 리더십의 부족으로 인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코타쿠의 기사 원문 캡처.


“<앤썸>의 개발 기간이 6~7년이었다고 말하죠. 하지만 사실 핵심 게임플레이, 스토리, 임무 등은 마지막 12~16개월 사이에 만든 겁니다. 팀에 비전이 없었고, 리더십도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 익명의 <앤썸> 개발자

 

슈라이어는 도대체 <앤썸>은 왜 이렇게 망가진 게임으로 출시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앤썸>의 개발자들을 여럿 인터뷰하면서 심층취재했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 최초의 프로젝트 명칭은 '딜런'(Dylan). 게임계의 '밥 딜런'이 되고 싶었음.

-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 적대적인 외계 행성에서 생존하는 내용. 이 단계에서는 <다크 소울>, <다키스트 던전>, <완다와 거상> 같은 게임과 자주 비교됐음.

- 그러나 팀의 리더였던 케이시 허드슨(Casey Hudson)이 떠나면서 혼란이 시작. 이후 팀은 리더를 잃고 프로젝트가 표류하기 시작.

-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은 팀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EA의 지원은 불충분.

- 비행 시스템이 생겼다 없어졌다 했고, 그럴 때마다 지형을 매번 갈아 엎음.

- 스토리도 계속 바뀜. 예정에 없었던 <드래곤 에이지>의 작가가 합류하면서 <드래곤 에이지>식 판타지에 가까워짐

- 바이오웨어 내 스튜디오 사이 서열 갈등이 있었고, <앤썸>을 개발하던 에드먼튼 스튜디오의 일부는 <스타워즈 구공화국>등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오스틴 스튜디오를 깔봄. 회사 내 노하우와 관련해서도 협력이 힘든 상태.

- 계속해서 인원이 바뀌면서 진행은 지지부진. 애초의 기한인 2018년 가을까지는 절대 완성할 수 없었음. 하지만 EA는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9년 3월을 마지노선으로 잡음.

- 캠페인도 너무 짧았음. 악명높은 '군단병의 도전' 퀘스트가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이 시기에 만들어짐. 등등.

 

기사를 통해 지적된 사항을 종합해보면, 결국 <앤썸>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 어려움과 리더십의 부재였습니다. 어느 개발자는 “우리도 게임의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 게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코타쿠 기사 원문 ▶ //kotaku.com/how-biowares-anthem-went-wrong-1833731964

 

그래서 바이오웨어가 ‘15분 만에’ 반박하기를: “가치가 없다.”

 

바이오웨어의 성명문 캡처.

바이오웨어는 코타쿠에 기사가 올라온 지 약 15분 만에 “<앤썸>의 게임 개발”(Anthem Game Development)이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냈습니다. 코타쿠의 기사에 응답하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는 마지막 줄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그 작품을 폄훼하는 일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내용의 기사가 우리 산업과 제품을 더 낫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We don’t see the value in tearing down one another, or one another’s work. We don’t believe articles that do that are making our industry and craft better.)

 

다소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코타쿠의 기사에 대해서 “가치가 없다”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타쿠를 포함한 게임 매체 전반을 비판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비판하는 기사 써봐야 누구한테도 도움도 안 된다”는 뜻이죠.

 

바이오웨어 성명문 보러가기 ▶ //blog.bioware.com/2019/04/02/anthem-game-development/

 

그래서 화난 다른 매체 폴리곤이 반박하길: “15분? 읽기는 하셨어요?”

 

폴리곤의 비판 기사 캡처.

 

바이오웨어의 반박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엉뚱하게도(?) 또 다른 유력 게임 매체인 폴리곤이었습니다. 폴리곤은 “언론은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바이오웨어.” (The press is not your enemy, BioWare)라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발표했습니다.

 

폴리곤은 바이오웨어의 빠른 대응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15분은 기사를 다 읽고 성명문을 작성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바이오웨어의 성명문은 코타쿠 기사가 지적한 <앤썸>의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폴리곤의 추측대로라면, 바이오웨어는 코타쿠의 기사는 읽지도 않고 그저 자신들을 공격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한 후에 기계적으로 대응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폴리곤은 바이오웨어의 성명문에서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재밌는 것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우릴 공격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전개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과문에서 ’열정’이라는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헛소리 알람(bullshit alarm)이 울린다.”

 - 폴리곤의 바이오웨어 비판 기사 원문 중에서.

 

폴리곤은 뒤이어 “언론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중제를 달고, 바이오웨어가 합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긴커녕 거꾸로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폴리곤 기사 원문 ▶ //www.polygon.com/2019/4/2/18292304/bioware-press-response-anthem​ 

 

그밖에...

 

제이슨 슈라이어의 트위터 캡처.

모든 문제의 시작이 된 코타쿠 기사의 저자 제이슨 슈라이어는, 사건 이후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바이오웨어의 직원들이 '언론에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라'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상반기 많은 유저들의 기대작이었던 <앤썸>. 실제로 나온 게임이 실망스러워 안타까웠던 분들도 많이 계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바이오웨어의 대응은 실망한 팬들의 분노에 불을 지핀 꼴이 됐습니다. 추가 소식이 나오면 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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