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퀼 (전승목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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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때문에 피해자가 패널티? ‘검은사막’ PK 버그

<검은사막> 정당방위 시스템 버그 문제

‘시민 A는 자신을 덮친 살인 강도에게서 재산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격투를 벌였다. 그런데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아 폭행죄로 처벌을 받았다’

뉴스를 보다 보면 이따금 접할 수 있는 소식입니다. 자신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려는 가해자에게 저항하는 행위, ‘정당방위’를 법이 잘 인정해주지 않아 생기는 일이죠.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법이 피해자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현실의 씁쓸함을 비꼬곤 합니다.

헌데 이것을 아시나요? 이 씁쓸함을 맛볼 수 있는 게임이 존재합니다. 다름아닌 <검은사막>입니다. 다른 유저를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붉은색 아이디의 유저, 소위 ‘막피 유저’에게 선제 공격을 받았을 때 잘못 반격했다가는 되려 피해자가 PK 패널티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이것은 명확한 시스템 아래 일어난 일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버그 때문이라 피해갈 방법도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자신은 물론 길드원까지 피해를 받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는 어떤 손해를 받게 되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편집자 주: 이 기사는 2015년 1월 5일 출고되었던 ‘능력’ 없으면 피해자가 처벌받는 현실, 검은사막 PK 시스템의 문제 기사의 수정∙보충 버전입니다. 최초 기사는 유저의 제보와 다음게임의 관련 시스템 확인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개발사 펄어비스에서 일부 시스템 설명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에 명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잠시 기사 노출이 중단되었었습니다. 읽는데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해자를 처치했는데 길드 전체가 PK 패널티를 받는다?


먼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이것은 필자가 직접 제보 받은 사연 중 하나이며, 다른 길드가 똑같은 상황을 겪는 걸 눈으로도 확인했습니다.

레벨 50을 달성한 유저 A, 그는 15~30분에 경험치 1%씩 오르는 극악한 상황을 버텨가며 꿋꿋이 사냥을 계속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물약을 사고 사냥터로 가는 도중에 PK를 일삼는 붉은색 아이디의 유저를 만났다.

 

A는 상대에게 선제 공격을 맞은 뒤 반격에 나섰다. 다행히 A는 원거리 클래스인 레인저였기 때문에 거리를 벌려가며 피해 없이 가해자를 죽일 수 있었다. 허나 가해자를 죽이고 난 뒤 살펴보니 자기 길드명이 옅은 붉은빛으로 변해 있었다. 당시 A는 ‘PVP 모드’를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순간, 길드 마스터에게서 ‘갑자기 길드 성향치가 20만 포인트나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막피 유저에게 정당한 반격을 가했을 뿐인데 길드가 불량 단체로 낙인 찍힌 것이다.

 

길드명이 옅은 붉은빛으로 변하자 문제가 터졌다. 모든 길드원들이 PK 유저들에게 적용되는 패널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망할 때마다 100% 패널티를 받아 무기 강화 차수가 쭉쭉 떨어지거나 인벤토리 안에 보관하고 있던 악세서리를 떨어뜨리는 등 피해가 극심하기 짝이 없었다.

 

A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길드를 탈퇴하려 했으나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검은사막>의 길드 시스템 상 길드원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길드 탈퇴를 하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허나 사망 패널티 때문에 극심한 경제적 손실을 겪은 A는 위약금을 당장 지불하지 못했다.

 

이에 길드 마스터는 어쩔 수 없겠다고 판단해 A를 길드에서 추방하였다. 이 경우에는 길드 마스터가 계약을 파기한 것인지라 길드 마스터가 A에게 위약금을 전달해야만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A의 불행뿐만 아니라 A가 속한 길드의 자산 손실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온 셈이다.

 

그러나 A를 추방한 뒤에도 길드의 성향치는 전혀 회복이 되지 않았고 남아있는 길드 유저는 계속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A의 길드 마스터는 길드 성향치를 도로 채울 방법을 모색했지만 답이 없었다. 깎여나간 길드 성향치를 도로 채우려면 길드 의뢰를 수백 번 이상 반복 완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길드 레벨이 최대치까지 올라가서 100명 단위 유저를 동원할 수 있다면 모를까, 길드를 이제 막 만들어 인원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결국 A의 길드 마스터는 애써 창설한 길드를 해체하고 새로 길드를 만들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길드를 창설하는 데에 드는 은화 30만 냥, 그리고 길드원을 모으는 데에 투자한 시간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제보의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치했을 때 정당방위나 PVP 시스템의 문제로 도리어 PK 유저로 낙인찍힐 수 있다.

둘째, 피해자가 길드에 속해 있다면 길드 성향치가 떨어지고 길드 유저들이 PK 유저와 같은 사망 패널티를 받게 된다.

셋째, 길드 성향치를 떨어뜨린 유저가 탈퇴해도 그 길드의 성향치는 회복되지 않는다.


버그 발생? 정당방위 시스템 설명과 다른 사례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현재로써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지난 5일, 개발사 펄어비스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정당방위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당방위 상태는 상대에게 공격을 받을 때마다 30초씩 유지된다. (1월 5일 기준)

 

(2) 만약 정당방위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가해자를 죽이면 죽은 유저가 PK 패널티를 받는다.

 

(3) 단, PVP 모드를 활성화하지 않은 유저는 정당방위 상태가 해제 시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4) PK 패널티는 붉은색 아이디 유저를 죽였을 때 발생하지 않는다.



펄어비스가 전달한 정방방위 시스템 검증 영상 (1월 5일 버전). 마지막으로 공격 받은 후 30초가 지나면 ​PVP 모드를 활성화 시켜야만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이러면 제보 받은 사연과 펄어비스가 설명한 정당방위 시스템이 서로 모순됩니다. 일단 붉은색 아이디 유저를 죽였음에도 PK 패널티를 받은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을 차치하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설령 상대가 완전한(?) 붉은색 아이디가 아니더라도, 이를 만약 정당방위 상태에서 죽였다면 PK 패널티를 받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당방위 상태가 끝난 상태에서 죽였다고 하기엔 제보자가 ‘PVP 모드’가 아니었던 것이 걸립니다. 버그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유저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갈까?


그렇다면 이 버그가 유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유저 성향 별로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길드에 들지 않은 유저: 버그 때문에 복수조차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PK 유저에게 죽으면 경험치 손해와 시간 손해, 그렇다고 상대를 죽이자니 혹시라도 버그 때문에 PK 패널티를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죠. 만에 하나 자신을 습격한 PK 유저가 버그 발동 상황을 알고 있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겠죠.

여담이지만 버그와 별개로, 정당방위 시간이 마지막 공격을 받은 후 30초로 제한된 것도 부담입니다. 서로 공평하게(?) 공격을 주고 받는다면 상관 없지만, 상대가 간간히 유저를 공격해 신경을 건들이거나 원거리 클래스가 먼 거리에서 띄엄띄엄 강력한 기술만 쏘고 도망가길 반복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거든요.


(2) 길드에 가입해 활동하는 유저: 자기는 PK 유저를 만난 적도 없는데 다른 길드원이 정당방위 버그로 PK 유저를 잡는다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사건 현장에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길드 성향이 떨어져 길드 이름이 옅은 붉은색으로 변하는 순간 사망 패널티가 급증합니다. 죽지 않으면 피해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죽는다면 아끼는 무기의 강화 단계, 인벤토리에 보관한 반지와 무역품이 줄줄이 떨어질 겁니다.

길드 성향 때문에 피해를 받은 유저가 손해를 막으려면 길드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검은사막>은 길드 마스터와 길드원이 계약관계를 맺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길드원이 계약 기간이 다 지나기 전에 탈퇴를 하면 길드 마스터에게 위약금을 물어주는 시스템을 채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탈퇴를 하려면 길드에게 위약금을 지불하고 나가야 합니다. 가뜩이나 길드 성향치가 떨어져 불이익을 받는 것도 서러운데, 탈퇴 비용까지 내야 한다니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죠.




(3) 이제 갓 길드를 차린 길드 마스터: 가장 큰 피해를 입습니다. 한 명의 길드원이라도 버그로 PK 패널티를 받게 될 경우, 길드 성향치가 20만 포인트 깎이고 길드원 전원이 바로 PK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설령 성향치를 떨어뜨린 유저를 내보내도 길드 성향치가 전혀 회복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길드 의뢰를 처리하며 성향치를 올릴 수는 있는데 길드를 막 차린 상태에서는 소수의 인원만 동원해 길드 의뢰를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은 인원수로 의뢰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길드 의뢰를 많이 완수할 수 없으니 20만 포인트를 벌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 때문에 피해를 받은 신입 길드 마스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길드를 해체하는 처지에 몰리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되면 길드 창설 비용 은화 30만 냥과, 길드원을 끌어 모으느라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맙니다.


(4) 길드 크기를 충분히 키운 중견 길드 마스터: 큰 피해를 입긴 하지만 그래도 신생 길드만큼 치명타를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일단 길드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보유하고 있는 성향치도 높아지기 마련이거든요. 성향치가 일정 이상을 넘기면 한 명이 다른 유저를 PK했다 해서 모든 길드 유저가 바로 PK 유저와 같은 패널티를 받지는 않게 됩니다.

복구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특히 길드인원이 100명이나 된다면, 머릿수를 앞세워 길드 의뢰를 고속으로 완수하며 성향치를 재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당하면 길드를 해체해야 할 수 있는 소규모 길드 마스터보다는 나은 편이죠.

한편 이를 두고 다른 우려를 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길드 간 성을 두고 격돌하는 콘텐츠 ‘점령전’에 관심을 보이는 유저들이죠. 특히 이들은 ‘PK범이 발생하면 길드 성향치가 깎이는 것을 이용해 특정 길드가 다른 길드의 점령전 준비 작업을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버그 발동 조건을 파악한 유저가 조직적으로 경쟁 길드에 PK를 한다면 싸우기도 전에 길드의 전투력을 허비하고 말 테니까요.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검은사막>이 내세우는 굵직한 길드 콘텐츠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유저들은 다음게임과 펄어비스의 발 빠른 대응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검은사막>은 1월 6일 정기점검을 통해 정당방위 상태 유지 시간을 마지막 공격을 받은 이후 30초에서 3분으로 늘렸습니다. 이와 함께 기사에서 제기한 길드 성향치 문제도 현재 시스템 개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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