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던파 페스티벌'에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겨울 업데이트가 발표됐다. 새 캐릭터 '여성 프리스트', 길드 대전과 90레벨 던전 추가, 85레벨 이하 아이템의 확률 상승까지. 하지만 업데이트 발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윤명진 디렉터는 메인 무대에서 토크쇼의 형식을 빌어 개발 비화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업데이트 방향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여프리'는 왜 흑발이 됐을까? 2017년 던파는 어떤 게임이 될까? 성승헌 캐스터, 윤명진 디렉터가 진행한 '윤디토크쇼'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왜 여프리는 금발에서 흑발이 됐나요?
먼저, 던파 페스티벌 2016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신규 캐릭터 '여성 프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공개되었던 콘셉트와 달라진 이유를 묻자, 윤명진 디렉터는 '기획 중 바뀌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전에 공개한 일러스트는 금발에,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소녀였죠. 그런데 기획하다보니 성격이 변했습니다. 어두운 과거를 신앙으로 극복하기 위해 여러 선택을 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다시 디자인했습니다."
내부에서도 새 캐릭터보다 나이트 전직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성 프리스트는 오랫동안 유저들이 요구했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한 발 앞서 선보이게 됐다. 나이트 추가 전직은 개발 중이며, 처음에 공개했던대로 '팔라딘'과 '드래곤나이트'가 2017년 여름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2015년 던파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마창사'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당시 유저들의 요청이 많았던 남법사 전직보다 마창사가 먼저 나왔던 이유는 개발 진척도의 문제였다. 윤 디렉터는 "캐릭터마다 다른 조작과 스킬로 몬스터를 잡는 것이 던파의 재미 중 하나인데, 남법사는 당시 콘셉트를 잘 잡지 못했다" 라고 밝혔다.
당시 디멘션 워커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있었는데, 스위프트 마스터와 블러드 메이지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또한, <던파>에는 많은 무기가 있으나 창을 쓰는 캐릭터는 없었다. 마창사가 <던파>에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시간이 필요한 남법사 전직 대신 마창사가 더 빨리 업데이트된 것.
"실망하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개발자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한 캐릭터를 보여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저희가 알렸던 내용이 변하면 변한 이유에 대해서, 할 수 없게 되면 어떤 이유로 못하게 됐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뭘 하고 있나요?
캐릭터 밸런스는 <던파>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윤 디렉터는 성승헌 캐스터가 밸런스에 대한 주제를 꺼내자 "뭘 만들어도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기 때문에 조금 서글프기도 합니다." 라며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밸런스 이슈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파티플레이를 꼽았다.
솔로플레이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내 캐릭터가 이 콘텐츠를 클리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파티플레이가 권장되면서 자신과 타인의 캐릭터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딜링이 최상위권에 있지 않은 캐릭터는 게임 하는 시간보다 파티 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됐다. 같은 장비, 같은 정성을 들였는데 어떤 캐릭터는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슈가 시작됐다는 것이 윤 디렉터의 분석이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밸런스 맞추는 것도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캐릭터가 안톤 레이드를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나름 효과를 보고 있어요. 이제는 레이드를 못 가는 캐릭터는 없다고 봅니다."
이어 윤 디렉터는 네오플 내부에서 분석한 표를 제시했다. 밸런스를 보기 위해 모은 데이터로, 어떤 요인이 캐릭터의 딜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지 정리한 것이다. 6월에는 전직, 즉 캐릭터에 따라 딜량이 크게 차이가 났다. 유저들이 지적한대로 캐릭터 직업 간 밸런스가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기준으로 전직이 5위로 내려가고 장비 아이템이 딜량을 좌우하게 됐다. 수치상으로 캐릭터의 직업보다는 장비를 잘 갖춘 캐릭터가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밸런스를 훨씬 더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완벽한 게임이 되고 싶다면 1위에 장비가 아니라 컨트롤이 들어가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저 순위에서 전직을 밀어내야죠. 앞으로도 꾸준히 밸런스 작업을 할 겁니다."
그 노력 중의 하나가 '만렙 확장'과 '루크 레이드'의 등장이다. 다양한 패턴을 가진 루크 레이드가 들어오면서 딜을 넣는 패턴이 달라졌다. 밸런스는 캐릭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던전, 아이템까지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메타가 되는 던전이 바뀌면 순식간에 사용할 수 없는 캐릭터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윤 디렉터는 캐릭터만 보면 완벽한 밸런스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루세이더가 난감한 경우다. 만약, 크루세이더를 하향한다면 지금의 5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캐릭터를 키운 유저에게는 잘못이 없으니까. 단순 수치 조절이나 리뉴얼이 아니라 근본적인 환경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딜러가 갈 수 있도록 직업 제한을 걸든가, 많은 사람이 들어가는 식이라든가. 방법은 어딘가 있습니다. 모든 몬스터가 약점이 중첩되지 않는다든지 힐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캐릭터 밸런스를 조절하는 영역입니다. 스탯 수치 조절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정확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밸런스 구조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 새로운 플레이 패턴, 그리고 아이템 파밍
캐릭터가 늘어나면서 게임 내에서 유저가 쓸 수 있는 스킬이 늘었다. 평타, 캔슬, 연계, 회피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액션 그 자체를 좋아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손쉽게 스킬을 사용하는 현재 스타일을 좋아하는 유저도 많다.
양쪽 모두 가치 있는 재미인데, 한 곳만 건드리면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는 유저가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는 등 밸런스에 영향을 주게 된다. 윤 디렉터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이지만, 새로운 플레이 패턴을 추가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아이템 파밍'은 <던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레벨에 맞는 단계적인 파밍이 중요하기에 콘텐츠가 확장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거나 효력을 다한 옛 콘텐츠는 리뉴얼을 하거나 획득 기간을 단축시킨다. 고대던전 85제 레전더리가 바뀐 이유다.
파밍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윤 디렉터는 "고던은 재료를 모아 만드는 식인데, 랜덤드랍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했지만 답답한 부분도 있더라고요. 20일이 지나야 한 부분을 만들 수 있으니까. 하다보면 좀 멍해져요. 게임이 아니라 숙제하는 느낌도 들고. 게다가 한 번 장비를 맞추면 그 던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갈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90제 퀘전더리는 다른 방식을 취하게 된다. 던전을 플레이할 때 기대감이 높고, 장비를 획득하고 나서도 강해질 방법을 넣어서 지속적으로 던전을 플레이하도록 기획했다. 동시에 에픽 파밍이 강제되는 현 구조에 대한 개선책으로, 90제 레전더리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최대치로 업그레이드하면 80제 에픽보다는 강하고 85제 에픽보다는 약한 정도의 능력을 갖게 된다. 동렙 에픽보다는 강하지 않지만, 레전더리 기준으로는 상당한 효용성을 갖추게 된다.
아이템 추가 옵션 부여 시스템으로 투입하려 했던 '오드 시스템'은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장비를 등급으로 구분하는 현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에픽 아이템이 강해졌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오드 시스템은 이 부정적인 면을 완화해보고자 했던 시도다. 효율적인 장비, 스킬까지 명확하게 짜여져서 사용자간 개성이 없어진된 메타에서 좀 더 개인화된 옵션을 추가하려 했다.
"개발까지 완료가 됐죠. 그런데 막상 퍼스트 서버에 업데이트 준비를 하다보니 완성도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재미가 없다고 느껴서 개발을 취소했습니다. 대신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재기, 매크로 제재 안해요?
"최근에, 다들 아시죠. 장사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디렉터는 최근에 등장한 장사꾼 유저의 행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바로 4만 골드까지 가격이 오른 도전장 거래가 때문이다. 90제가 업데이트됐으니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너무 오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조나단'이라는 NPC인데, 완성도가 낮았고 내부에서도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예상을 못 했다.
대부분 장사꾼의 행동은 전부 사들여 더 비싸게 파는 되팔이였다. 조나단을 등장시킨 뒤에는 다소 안정화되었으나, 윤 디렉터는 이 과정에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토로했다. 소수의 유저가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다수의 유저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그래서 경제 안정화를 위한 제재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결정된 정책으로는 '구매가 기록'이다. 경매장에서 구매한 가격을 시스템이 기록해서, 너무 큰 폭리를 취하려 하면 수수료로 패널티를 부과한다. 일반 유저의 피해가 없도록 주1회만 해당 패널티가 적용된다거나 직접 드랍한 아이템을 팔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특정 유저는 관리 대상으로 집중 감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조나단을 더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핵심 아이템만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세에 따라 거래량이 급변한 재료나 소모템을 조나단이 공급해 특정 몇 명의 사재기가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식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경매장 아이템 우편 보관 기한을 6개월로 조정한다. 사재기한 유저의 기록을 보니 우편이 너무 많아 몇 만 개나 쌓이기도 했다. 일반 유저는 겪기 어려운 일인 만큼, 재화 순환을 위해 조정을 가한다.
비정상적인 플레이 행태를 보이는 계정 제재도 강화한다. 매크로와 비정상 골드 거래 계정 등을 우선 제재한다. 또 일반 플레이어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게임 내 콘텐츠 악용으로 간주해 제재를 강화하고 관련 약관도 변경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행위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예정입니다. 너무 늦게 관리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앞으로는 제대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스토리, 시나리오 개편 예고
RPG에서 스토리는 아주 중요한 요소. 왜 내가 이 곳에 있는지, 왜 이 적과 싸우고 강해져야 하는지 명분이 있고 목표가 스토리를 통해 제시된다.
"<던파> 역시 좋은 세계관과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퀘스트와 설정을 보완했지만, 더 쉽고 직관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2015년 여름부터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들리는 던전이 나름의 시나리오를 가진 던전으로 바뀌었다. 2017년 여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전면적인 스토리 개편을 시작한다. 내부에서 부르는 시나리오 개편 프로젝트의 코드네임은 '대격변'과 '재전이'. 윤 디렉터는 <던파>의 핵심 설정인 '다중차원' 개념을 이용해 '대전이' 이전과 이후로 나뉜 스토리를 연결하고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모든 던전을 새롭게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처음 퀘스트인 '세리아 구출', 귀검사가 각성하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새로운 시나리오 전투 영상을 공개했다. 세리아를 구출하는 장소는 다시 엘븐가드로 바뀐다. 귀검사는 내면의 어둠과 싸우며 새로운 힘을 각성한다. 이처럼 달라지고 추가되는 시나리오 던전은 핵심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이 바뀌고, 일부 던전에는 플레이 중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알 수 있도록 짧은 대화와 씬 연출을 추가한다.
1레벨부터 만렙까지 캐릭터를 키우는 육성 구간이 단순 '만렙찍기'가 아니라,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패턴과 시나리오가 들어갈 예정이다. 시나리오 개편은 2017년 여름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다.
스토리 개편 예고를 마지막으로 윤 디렉터는 "더 좋은 게임, 약속을 지키는 게임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계속 함께해주시는 던파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는 인사를 전하고 토크쇼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