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sOs, 웅진 소속)이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글로벌 파이널’ 결승전에서 이제동(Jaedong, EG 소속)에게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김유진은 지난 ‘2013 아시안 실내 무도’ 결승전에서 이영호를 꺾고 우승한 지 약 4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블리즈컨 2013 현장에서 우승 직후 만난 김유진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김유진(sOs, 웅진 소속)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김유진: 일단 우승하면 많은 말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말이 나올 것 같긴한데 힘들어서 말을 다 못하겠다. 우승하고 조금 전에 머리를 털었는데 은색 가루가 계속 떨어지더라. 계속 그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다.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빨리 들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부스를 나오자마자 원래 손 내미는 관중들 맞장구도 쳐주고 하려고 했는데, 그런 거 없이 트로피로 바쁘게 걸어갔다. 가서 곧바로 들고.
이번 글로벌 파이널에서 본인의 성적을 예상했었나?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다들 이변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주변에서 몇 명이 내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그 분들 덕분에 자신감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그냥 자신이 있었던 듯하다.
이제동 선수를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었나?
같은 팀이었는데, 개인리그에서는 한 번도 안 붙어 봤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몇 번 붙어 봤다. 모든 종족전 같은 경우에 내가 상대방에 맞추지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최대한 즐기면서 해서 부담은 전혀 없다. 제동이 형이 예전에 비해 프로토스 전이 정말 많이 늘었다. 기세가 정말 좋았던 백동준 선수를 꺾는 걸 보고 붙어 보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다.
블리즈컨 현장에 이제동 선수 팬들이 정말 많았는데, 어떤 생각이 들던가?
딱히 어떤 생각은 안 들었다. ‘아. 팬 많다.’ 정도? 이렇게 팬들이 많은 곳에서 게임을 하는 게 너무 좋았다. 정말로.
일방적으로 이제동 선수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걸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다면?
부스 안에 있으면 ‘우와~’ 이 소리밖에 안 들린다. 방음이 잘 돼 있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들 <스타크래프트 2>를 보러 온 것이지 않나. 다들 팬이구나 하고 그냥 재미있게 게임 한 것 같다.
기는 안 죽었다고 했는데 2인용 맵에서는 전부 광자포 러시를 했다. 이유가 있었나?
결승전인데도 불구하고 긴장이 하나도 안 되더라. 그래서 즉흥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하게 됐다.
결승전을 앞두고 따로 전략을 연습하거나 한 것이 있나?
글로벌 파이널은 단기간에 끝나는 대회라 필살기보다는 지난 한 달 동안 게임을 정말 많이 했는데 기본의 최적화에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상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
저축해서 빨리 부자 되고 싶다. 상금도 좋지만 일단 우승하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이 트로피 들고 세리머니를 하는 걸 보니까 멋있더라. 그래서 나도 하고 싶었다. 상금은 나중에 어떻게 쓸지 생각해 봐야겠다.
출사표에 저그 상대로 강하다고 썼는데 결승 상대 종족이 저그였다. 수월했나?
제동이 형은 다른 저그와 달리 상대를 귀찮게도 잘하고 되게 잘한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 틀리게 부담감이 하나도 없었고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긴 것 같다.
우승까지 오는 동안 누가 제일 힘들었나?
전체적으로 다 피곤했었는데, 모든 경기에서 1세트에 잔실수가 엄청 나왔다. 그래서 좀 슬펐다.
블리즈컨 현장의 팬들과 경기장 분위기가 국내와 어떻게 달랐나?
애너하임 와서 팬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장난이 아니더라. 한국은 응원하는 선수만 죽어라 응원하는데 여기는 응원하는 선수가 있어도 다른 선수가 경기에서 이기면 그 사람만 아이디콜을 계속해준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웃음)
대회를 치르면서 건의하고 싶은 점 등이 있다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주고 밥도 다 주고 그래서 그냥 편했다. 우승도 했으니까. WCS에 대한 거라면 시즌 파이널보다 지역 파이널 상금을 높게 책정했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는데 한국은 개인리그가 있으면 죽어라 한다. 예전에 비해 우승상금이 거의 반으로 줄었는데 우승자들이 다 그 이야기를 하더라. 그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지역 파이널 이후 다시 시즌 파이널이 열리는데 불편함은 없었나?
시즌2와 시즌3 때는 ‘광탈’(광속 탈락)해서 피곤함을 못 느꼈다.(웃음)
글로벌 챔피언이 됐는데 지역을 바꿔서 북미나 유럽에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아무 생각 없이 글로벌 파이널만 준비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생각은 하나도 없다. 이 분위기를 즐기다가 정해야 할 것 같다. 상황이 그렇다면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쯤 우승하겠다는 확신이 들던가?
1세트부터 게임을 편하게 하다가 돌개바람 맵에서 졌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안 나쁘더라. 거기서 와 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민철이 형이 와서 조언도 해주고 “네가 이길 것 같다”고 했다. 그 전에도 즐기면서 해서 자신감이 좋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더 좋더라. 그래서 쉽게 이긴 것 같다.
WCS에서 한 선수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적다. 앞으로 어떨 것 같나?
글로벌 파이널 전에는 글로벌 파이널이 목표였다. 명색이 챔피언인데 앞으로 지면 창피하지 않겠나. 이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다음 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꼽자면?
항상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신형 선수와 김민철 선수가 개인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