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08을 통해 인기 게임으로 부상한 게임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성 유저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말이죠. 행사가 끝나도 관람객들이 시연대를 떠날 줄 몰랐던 그 게임, 바로 <허스키 익스프레스>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총괄하는 최문영 디렉터를 만나 지스타 버전의 진실, 그리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데브캣 스튜디오 <허스키 익스프레스> 총괄 최문영 디렉터.
TIG> 먼저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어떤 게임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최문영 디렉터: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개썰매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개썰매 팀을 키우는 롤플레잉 게임으로 멋진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세계관을 비롯해 개와의 교감, 교역 등 여러 가지 부분이 매력 포인트다.
TIG> 이번 지스타 2008에서 폭발적 인기를 예상했나?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좋은 반응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팀원들 전원이 많이 기뻐했고, 사기도 많이 올라갔다.
TIG> 지스타 현장에서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허스키 익스프레스> 팀원 전부 지스타에 가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돕고, 현장 스탭으로 일을 하며 지켜봤다. 가장 놀랐던 것은 ‘강아지가 귀엽다’는 반응을 속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지른다는 거였다. 사실 한국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치 않고 힘든 일인데 스스럼없이 표현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의도한 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반면에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약점 또한 알게 됐다.
이거 하나로 지스타의 관람객들이 탄성을 질렀다는 얘기.
TIG>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프로젝트가 구상된 건 2005년 말 정도였고, 개발팀을 구성하고 개발을 시작한 건 2006년 상반기 정도다. 처음에는 나와 원화가 2명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기획에 대한 틀을 잡고 스탭을 늘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차츰차츰 늘려갔다. 지금은 22명 정도 되는데, RPG 치고는 적은 편이다.
TIG>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데브캣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다르고 만드는 사람이 다른 식이다.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탄생에는 두 가지의 아이디어가 영향을 주었다.
처음에는 기마 민족이 말을 타고 왕래하며 교역으로 생활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것과 별개로 김동건 본부장이 ‘개썰매로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소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무슨 장르에 어떤 식이든 만들어보자는 의견인 것이다. 결국 그 두 개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것이 <허스키 익스프레스>다.
TIG> <허스키 익스프레스>가 <프로젝트 HR>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표됐을 때는 개썰매 레이싱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보니 완연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다.
사실 처음부터 레이싱 게임으로 개발된 게 아니었는데 오해를 많이 받았다. 지금의 기획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프로젝트 HR>은 사실 ‘허스키 레이싱’의 약자다. 제목이 그러니 진짜 레이싱 게임인 줄 알더라. 그래서 아예 이름을 <허스키 익스프레스>로 변경하게 됐다.
게임 내에서도 본격적인 레이싱은 없다. 게임 속 이벤트로 간단하게 주행 경쟁을 하는 것은 있어도 빠른 조작으로 촌각을 다투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TIG>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나만의 썰매 팀을 잘 성장시키는 게 핵심이다. 썰매 팀은 개들로 구성되는데 자동차 튜닝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즉, 차의 엔진이나 휠 등을 바꾸는 느낌이 아니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지도 않다. 썰매 개들을 데리고 팀을 이끄는 것이니 개들은 동료에 가깝고, 개들이 나와 가까워지면 기특하고 영특한 짓을 하는 등 인간적인 면도 느꼈으면 한다.
TIG> MMORPG는 자신의 과시도 중요하다. 즉, 자신의 썰매 팀도 그래야 할텐데?
돈이 많다고 해서 최고의 썰매 팀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팀의 관리자가 많은 라이선스를 따고 경영을 잘 해야 한다.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탈 수 있는 썰매의 종류가 많아서 썰매 퀄리티를 과시할 수 있고 캐릭터도 여러 가지를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명성은 유저가 게임 시스템에서 성장하는 요소일 뿐이다. 경쟁 요소로서의 명성은 도입을 고려 중일 뿐이다. 상위권 유저에게만 만족감을 주고 나머지 유저는 소외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승리감을 맛볼 수 있게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TIG> 한 팀이 보유할 수 있는 개의 수는?
물론 많아야 한다. 이는 전략적인 팀 구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최대 6마리로 계획하고 있는데, 더 늘어나면 팀이 커져버리고 조작이 어려워져서 그 정도로만 보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나중에 서비스가 시작되고 커지면 보유 수가 늘어날 순 있을 것이다.
TIG> <허스키 익스프레스>에 등장하는 개의 종류는?
현재는 시베리안 허스키, 그린란드 독, 말라뮤트, 사모예드 등 4종류로 털의 무늬, 패턴, 컬러, 그리고 눈 색깔을 다양하게 조합할 것이다. 실제로 썰매 개로 쓰이는 개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치와와가 썰매를 끌 순 없지 않나.(웃음) 물론 현재는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면 희귀성으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썰매개에 따라 무늬와 패턴, 색깔이 모두 다르다.
TIG> 시연버전을 보면 달리는 게 느려 보이고 단조롭다. 광활한 맵에서 달리는 것도 심심하다.
잘 알고 있고 계속 보완할 부분이다. 우리는 주행에 많은 시간을 쓰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개가 성장하면 유저가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이동한다는 식이랄까. 그 사이에 유저는 인벤토리를 정리하거나 다른 유저와 대화도 나누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등으로 진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저가 직접 장애물을 넘게 하자는 의견도 많았는데 간편하고 신경쓰지 않게 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물론 직접 점프를 원하는 유저도 많아서 그 소리를 듣고 참고할 생각이다.
참고로 이번 시연 버전의 썰매 속도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달리는 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개가 많아지면 더 빨라진다.
TIG> 이번 프롤로그는 미니게임 모음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의도적인가?
프롤로그는 게임의 시작이다.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기 전 환경에 적응하고 개와 첫 만남을 갖는 부분에 주력했다. 성장시키는 부분을 보여주려 하다가 보니 그런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도 이것들이 강조되긴 하겠지만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얻은 개를 키울 때마다 그런 놀이를 하게 하진 않고, 한번 경험했고 원하지 않으면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번 놀이를 강요할 순 없다.
지스타 현장에서 만난 남성 유저들은 미니게임에 보상이나 기능을 많이 넣어달라고 얘기했지만, 여성 유저들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고 그저 개가 예쁘고 귀여우면 충분히 만족하더라. 개인적으로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TIG> 지스타 버전을 플레이 해봤을 때 개와의 교감은 프롤로그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작 게임에 들어가면 개는 상점에서 팔고 스킬을 가진 도구로 느껴져서 교감이 부족한 듯 하다.
그런 느낌은 우리가 제일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개를 상점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지스타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본 게임에서는 개를 상점에서 물건처럼 사도록 하진 않을 것이고 획득이나 유저간 교환, 교배를 통한 육성으로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만약에 개를 상점에서 팔게 되더라도 그냥 사고파는 형식이 되지 않게 하려고 고민 중이다.
TIG> 지스타 시연 버전은 개를 키우는 부분을 체험하기엔 부족했다. <허스키 익스프레스>에서 말하는 개의 육성은 무엇인가? 그렇게 육성된 개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나?
개마다 기본적으로 힘, 팀 구성, 점프 등 각자 고유한 능력이 있는데 개들이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잘 쓰고 성능 좋게 성장시키는 부분이 육성의 주된 목표다.
개들도 나이를 먹고 성장하는데 <마비노기> 펫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유저가 원하는 경우 능력을 키워서 성장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늙기는 하겠지만 죽는 건 피하려고 한다. 늙어서 요양소에 보내 편히 쉬게 하는 건 할 수 있겠지만 개가 죽었다고 나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나이와 기간에 따라 개들의 교배가 가능하며 부모의 스킬이나 능력들이 교배를 통해 태어나는 강아지에게 새롭게 부여될 수도 있다.
TIG> 유저는 썰매 개들을 어떻게 유지하나?
개들은 HP는 없고 오직 스태미너 수치만을 갖고 있다. 마을을 나와서 유저가 썰매를 타고 맵을 이동할 때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게임이 추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폭설이 몰아치거나 어두운 밤이면 개들이 더 빨리 지친다. 이때 개들은 가만히 쉬면 스태미너를 회복하고, 빨리 회복시키려면 음식을 주어야 한다.
TIG> 퀘스트는 다른 MMORPG와 비슷해 보이는데, 퀘스트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기본적 퀘스트의 진행은 NPC에게 부탁을 받는 식으로, 기존의 MMORPG에서 익숙했던 형태로 흘러간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해서 업무를 보며 승진을 하고 물류회사 대표까지 성장하는 것을 주된 플레이로 하는 퀘스트도 들어간다. 즉, 부탁형 퀘스트와 직원형 퀘스트가 공존하는 스타일로 가게 된다.
가격을 본다, 따진다, 산다, 이동한다, 따진다, 판다… 의 연속이 될지도?
TIG> 교역소의 내용을 보는 순간 과거에 즐겼던 어떤 게임이 떠올랐다.
교역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대항해시대>는 물론 <엘리트>나 <프리랜서> 등의 게임에서도 비슷한 교역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기본이긴 한데, 민감하게 변하는 시세를 판단해서 민첩하게 거래하는 식의 복잡한 교역을 하고 싶진 않다. 더 단순하게 ‘이걸 사면 좋을 것 같아 샀는데 썰매를 타고 가다보니 비싸게 팔리길래 팔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할 것이다.
물품의 재고량이 정해져 있어서 이것이 줄어들면 수치가 아닌 화면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연출에 집중하려고 한다. 교역 자체는 숫자가 많은 것에 민감한 사람이나 교역을 못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 것이다. 교역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본격 교역 게임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TIG> 유저들의 교역이 게임에 어떻게 반영되나? 혹시나 이를 악용해 물가를 조종하는 유저가 나오지 않을까?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유저는 항상 있다. 그 자체도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유저들에게 피해를 안 주면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피해가 가거나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면 보완할 것이다.
교역 물품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설원에서 삶을 살아가는데 그 한 부분이 교역이니까 게임에 있는 것이지 이것이 중심은 아니다. 개썰매 팀을 이끌고 설원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TIG> 이번 지스타 시연버전에서 채광하는 모습을 본 유저들은 <마비노기> 제련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한다.
채집도 부가적인 요소로 존재하지만 <마비노기>처럼 중요하게 여겨지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담으로 이번에 시연버전의 채광 사운드는 <마비노기>의 것을 그대로 갖다 썼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TIG> 마지막으로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요새 보면 MMORPG는 너무 어렵고 시간을 많이 들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캐주얼 게임은 내용이 뻔하거나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시시하다 생각하거나 자신의 나이 때문에 접하지 못 하는 유저들이 많다.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썰매를 타고 다양한 개들을 구경하고 왔다갔다 하면 익숙해지는, 자연스럽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RPG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