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진화 1차 업데이트로 길드전이 추가됐다. 기존처럼 파티 단위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길드 단위의 대규모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유저들은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름 아닌 길드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 왜 유저들이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디스이즈게임 순귀
길드전에 대한 업데이트 내역이 공개됐을 때, 일부 유저들이 바란 길드전의 모습은 분쟁 해결이다. 하지만 업데이트된 길드전은 GvG 콘텐츠가 아닌 PvP의 확장일 뿐이다. 전쟁 선포 후 4시간이라는 전쟁 유지 시간 때문에 제대로 된 전쟁을 하지 못한 채 종결돼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 선포만큼 손쉬운 항복 선언. 아이템 구입만으로 항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GvG. 즉, 전쟁 콘텐츠로서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게다가 분쟁 해결보다는 새로운 분쟁을 만들어버려 유저 간 갈등만 생겨날 뿐이었다.
결투나 전장과 달리 대규모 전쟁인 길드전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하지만 <테라>의 길드전은 불필요한 ‘제한’을 가지면서 그 의의를 상실했다. 결국 <테라>의 길드전은 많은 인원이 모여 싸우는 ‘전쟁’이 아닌 ‘싸움’에 불과하다. 필자는 전쟁에는 승리와 패배에 따른 이득과 손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드전은 길드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리와 패배에 따른 이득과 손해가 존재할 때, 길드 간 ‘정치’가 발생한다. 그리고 정치가 길드전에 무게감을 실어주며, 결국 이로 인해 길드전과 길드의 명예, 그리고 길드 간 정치가 순환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타 게임을 예로 들어보겠다.
PvP로 유명한 L모 게임에도 길드전이 존재한다. 이 게임의 길드전은 시간제한이 없다. 게다가 일방적인 항복 선언으로 전쟁이 종결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전쟁할 때는 길드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싸운다.
물론, 모든 유저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PvP를 싫어하거나, 전투에 지친 이들은 길드를 탈퇴해서 개인의 전쟁은 종결한다. 이는 해당 길드가 받는 페널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길드전 이후 재가입은 가능하지만, 길드전 중에 탈퇴한 이는 ‘비겁한 자’라는 인식이 있다. 설사 그런 인식을 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게임상에서 길드전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탈퇴 유저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시간제한 없이 전쟁을 진행하고 상대 길드가 항복해도 거절한 채 공격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너무 무거워 접근성이 낮아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에 무게감이 실려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길드전이 진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길드전에 ‘제한’이 없는 대신 전쟁의 무게감을 유저 스스로가 잘 느끼고 있고, 따라서 길드 간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길드전은 현실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정치의 가장 마지막 수단이다. <테라>의 길드전도 분쟁 해결을 꿈꿔왔던 만큼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진행하는 길드전도 전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쟁에 대한 무게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진행한다면 즐기거나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새로운 분쟁을 더 많이 만들 뿐이다. 전쟁을 진행하는 만큼 유저 스스로가 전쟁에 대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길드전에 한해서는 현재 길드전 시스템으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분쟁 해결과 콘텐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한’이 있으면 안 된다. 물론, 힘있는 거대 길드만이 즐거워지는 ‘제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유지 시간 ‘제한’이 없어져야 한다.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에 시간제한이 있다면 제대로 된 분쟁 해결을 얻을 수 없다. 시간제한으로 인해 전투를 통한 분쟁 해결이 불가능하고, 이는 전쟁에 대한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차라리 시간 제한을 없애고 상대 길드가 항복하거나 선포 길드의 전쟁 철회, 길드 간 합의에 따른 휴전을 통해 전쟁이 종결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다음은 일방적인 항복 선언 시스템이다. 전쟁 중 쉽게 항복 선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불리해도 항복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전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전쟁에 대한 무게감이 가벼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게감이 없는 전쟁은 무의미한 전쟁을 만들어 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쟁 중 항복을 원하는 길드가 항복을 선언했을 때, 전쟁 종결을 선택하는 것은 항복하는 길드가 아닌 항복을 받는 길드여야 한다. 시간 제한이 없더라도 일방적인 항복을 통해 전쟁이 종결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승패에 따른 보상과 패널티다. 전쟁을 통해 얻거나 잃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볍게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쟁을 진행하면 승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대신 전쟁을 쉽게 선포하고 종결하고 있다.
쉬운 선포와 종결은 또 다른 분쟁만 낳을 뿐, 분쟁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이전과 다름없이 게시판이나 또 다른 싸움으로 번져 버린다. 승패에 따라 강력한 보상과 패널티를 부여한다면 전쟁에 대한 무게감을 더해 안정적인 길드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이둔 서버의 한 유저는 길드전을 통해 제대로 된 GvG를 즐길 수 있도록 세세한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유지 기간 확장과 길드전 중 길드 가입 및 탈퇴, 해체, 추방 등 기본적인 진행방식부터 전쟁 및 항복 방식까지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유저 외에도 많은 유저가 올린 다양한 보완책을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유저가 바라고 있는 만큼 길드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