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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투자자들 괜찮을까?" 온페이스게임즈의 수상한 나스닥 상장

부풀린 다운로드, 어셋 활용, '고추대차' 한의사까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2-05-13 18:01:49

 

# 들어가며: 나스닥, 스팩, 성공적?

나스닥(NASDAQ),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거래소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이 나스닥에서 거래 중입니다. 

 

나스닥에는 한국의 IT·게임 기업이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웹젠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나스닥에서 거래됐고, 그라비티는 (대주주는 겅호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스닥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쿠팡도 나스닥에서 거래 중이며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도 2021년 나스닥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니 한국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라는 뜻입니다. 타 기업의 인수합병, 즉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스팩을 "유망한 비상장기업들이 주식시장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적기에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하면서 상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합니다. 2021년 동남아시아의 그랩이 스팩을 통해서 미국에 상장을 했습니다.

 

이렇듯 상장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직접 IPO(기업공개)를 하는 경우가 있고, 미국 예탁증권(ADR)에 국내 주식을 담보로 하고 상장하는 경우가 있으며, 스팩 인수 후 우회상장도 있습니다. 2007년, 당시 <거상>을 서비스하던 조이온이 자회사 '조이토토'를 나스닥 장외시장(OTC BB)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용한 방법은 주식 상호 교환을 통한 우회상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엔 기업의 해외 상장을 돕는 곳들이 있습니다. 미국연합상업협회(AGBA)는 스팩 상장에 적합한 기업을 뽑아 나스닥 상장 업무를 지원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홍콩IPO캐피탈그룹 박찬윤 대표가 한국지부 총재를 맡아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인데, 보안 기술기업 CAT, 바이오 기업 네오맥스가 MOU를 맺었습니다.

 

한국의 게임 기업이 AGBA라는 곳과 함께 나스닥에 스팩 상장을 합니다. 대상 기업은 온페이스게임즈, 2018년 7월 설립되어 활동 중인 신생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스마일게이트 FPS <크로스파이어> 제작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되었다고 소개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50명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레드닷: 프론트라인>(중국명 방선저격, 防线狙击)이 있는데, <레드닷>은 중국에서 2억 5천 다운로드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13일, 온페이스게임즈는 AGBA와 나스닥 상장 MOU를 맺었습니다. 이것저것 뜯어봤더니 수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온페이스게임즈 기업 정보

 

MOU를 체결하는 AGBA와 온페이스게임즈

(1) <레드닷> 다운로드 수 부풀려진 것 아닌가?

 

온페이스게임즈는 회사 성과를 소개하며 <레드닷>이 2억 5천 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다운로드된 게임을 모르고 있었다니, 기자는 의문스러웠습니다. 솔직히 게임 전문기자로서 그렇게 인기를 얻은 한국산 게임을 '들어보지도 못한'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 13일, 호기심이 동해 한국에서 갤럭시 노트 20으로 <레드닷>에 접속해봤습니다만, 튜토리얼을 제외한 정상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레드닷> 로딩 화면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가장 많이 플레이한 모바일 게임 목록'이 등재되어 편집자들에 의해 계속 갱신 중입니다. 이 자리에 <레드닷> 또는 <방선저격>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레드닷>이 100만 다운로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억 5천회와는 갭이 큽니다.

 

중국에서 <防线狙击> 이름으로 나온 게임의 수치가 반영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바이두에서 검색되는 <防线狙击>의 다운로드 수(下載量)은 13.7만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현지의 대형 다운로드 마켓 중 한 곳인 탭탭에서도 <防线狙击> 다운로드 수는 높지 않았습니다.

 

바이두에서 <방선저격>은 13.7만 다운로드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탭탭에서 <방선저격> 다운로드 또한 2만 다운로드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온페이스게임즈는 어떤 근거로 2억 5천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걸까요? 기자가 받은 프레스킷과 현장 발표 PPT에서는 제시된 데이터의 출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센서타워, data.ai, 그리고 모바일인덱스에서 <레드닷> 또는 <防线狙击>은 제대로 검색되지 않았거나, 2억 다운로드에 준하는 수치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온페이스게임즈는 작년 하반기 실시한 회계법인 가치평가에서 약 1조 1,000억 원 (주당 20,950원)의 가치평가를 받았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킬러 타이틀의 다운로드 지표가 흔들리다 보니, 이 가치평가 또한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단순 비교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최근 상장을 철회한 원스토어의 밸류에이션이 9,139억~ 1조 1,111억원 수준으로 예상됐습니다.

 

 

(2) <온버스> 기존 언리얼 어셋 아닌가?

<레드닷> 이외에 온페이스게임즈는 ▲ 용을 소재로 한 P2E MMORPG <로드>(LOD) ▲ 글로벌 메타버스 '온버스'를 출시합니다. 

 

<로드>는 "중국인의 정서상 큰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MMORPG로 그 근거는 "용을 주제로 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이 용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용이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인의 게임을 보는 눈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로드>라는 게임은 P2E 게임 방식을 지원하며 아이템의 NFT 사업도 본격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P2E가 들어간 게임은 한국에서는 서비스될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P2E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판호 발급 계획은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는 가상자산 투자, P2E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날리고 있죠.

 

중국에서 P2E가 안 되고 있는데 어떻게 판호를 받고 2023년 서비스를 할 건지 제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2022년 4분기 론칭 예정이라는 <로드>의 사업성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간담회 현장에서는 별도의 질의응답 세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온페이스게임즈는 개발 파트너로 '37게임즈'를 이야기했습니다. 2019년 3월, 두 회사는 중화권 합작 개발 서비스를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37게임즈의 대표작으로는 <히어로즈 테일즈>, <내가 왕이라면> 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메타버스라는 <온버스>는 데모 영상을 공개하기로 하였으나, 행사장에서 트레일러가 재생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같은 실사판 영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베타 버전을 개발 중"이라고 나와있는데, 얼마나 영화 같은지 막상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온페이스게임즈 유튜브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요. 기자가 언리얼 엔진 전문가는 결코 아닙니다만, 구부정하고 뚝뚝 끊기는 캐릭터 랜더링은 분명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온버스> 첫 화면에서부터 '언리얼엔진 에셋'이라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되었는데, 기자가 과거 한 컨퍼런스에서 저 어셋을 활용한 빛 효과 강의를 들은 적 있기 때문입니다. 

 

행사장에서 <온버스>는 온페이스게임즈의 기술력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소개되었는데 말입니다. 영상 속 공간은 언리얼 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하는 다운타운 웨스트 모둘형 팩 어셋입니다. 그러므로 해당 영상 속 <온버스>는 온페이스게임즈의 자체 기술이 아니라 언리얼엔진의 것을 자신들의 것인양 둔갑했다는 혐의가 제기됩니다.

 

<온버스> 트레일러 캡처
NDC21, "환경세팅과 라이팅으로 그래픽 퀄리티를 올려보자'

 

(3) 온페이스게임즈에는 어떤 얼굴들이 있나?

기업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이름값, 다시 말해 크레딧일 것입니다. OOO 사단, <OOO> 개발자 출신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온페이스게임즈에는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반대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단상에 나서 기업을 소개한 강성천 부사장은 게임 업계에서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찾아봤더니, 강성천 부사장은 고추의 줄기를 우려내면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에 좋다는 주장을 폈던 한의사와 동일인물이었습니다. 물론 메신저의 과거 이력을 근거로 그 메시지까지 비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사장의 메시지 자체가 수상함을 증폭시켰습니다. "반기 매출 300억은 큰 문제가 없다"라고 장담한 강 부사장은 <로드>를 설명하며 "최초의 MMORPG NFT를 도입한다"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거짓에 가깝습니다. 위메이드 <미르4>에서 NFT가 버젓이 거래 중이거든요. 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타버스 개발 분야"를 회사의 강점으로 설명했는데, 특별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포털사이트에 '코로나19 고추대차'를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현장에서는 '중국에 런칭한 한국 게임 매출 사례'가 등장했는데 <리니지W>,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게임들이 대거 포함되어있었습니다. 대만에서의 결과를 구분 없이 합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역시 데이터 출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김민석 대표는 온페이스, 온페이스에스디씨, 소템모바일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데요. 최근 화제가 된 '디즈니월드 경북 유치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는 현재 '디즈니유치단'을 이끌고 있는데 "경북에 디즈니월드 조성이 확정되면 한류문화 콘텐츠 인기를 기반으로 상해디즈니월드와 한국디즈니월드는 연간 회원권 연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광객을 상호 유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경상북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온페이스게임즈 김민석 대표

(4) 3년 연속 영업 적자, 나스닥 갈 수 있나?

온페이스게임즈는 온페이스의 자회사로 존재하며, 지분 42.63%를 모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회사는 3년 연속 영업 적자 누적 상태입니다.

 

온페이스게임즈는 2018년 말 영업손실 27억 8,000만 원, 당기순손실 27억 8,4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9년에는 매출 200만 원, 영업손실 53억 2,000만 원, 당기순손실 50억 9,700만 원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매출액 2,500만 원, 영업손실 41억 4,300만 원, 당기순손실 41억 4,300만 원으로 누적손실은 120억 원이 넘게 됩니다.

 

회사는 스팩 대상 기업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IGTA를 선정했는데요. IGTA의 시가총액은 1.28억 달러입니다. 온페이스게임즈는 앞으로 상장을 위한 실질 심사 등을 거치게 됩니다. 이 회사는 나스닥 캐피털 마켓으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에서 스팩 상장을 하려면 글로벌 셀렉트, 글로벌, 캐피털 세 곳이 가능한데 그 중 가장 입성이 쉬운 쪽을 골랐습니다.

 

나스닥 캐피털 마켓 입성 조건으로는 ▲ 자본금 400만 달러 ▲ 최소거래단위 보유 주주 300명 ▲ 유통 주식 100만 주 ▲ 시가총액 5,000만 달러가 있습니다. 오늘 발표를 통해서 온페이스게임즈가 나스닥 상장을 위한 일차적인 조건은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 승승장구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상의 지점들을 살펴봤을 때 온페이스게임즈의 도전이 기록된 것처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큽니다. 더구나 현재 시장에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전쟁, 메타버스 쇼크 등이 겹쳐있어 기업의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조건이기도 합니다.

 

오늘 MOU 직후, 온페이스게임즈의 장외 주식은 9.43% 상승했습니다. 

 

온페이스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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