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퀼 (전승목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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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는데 PvP에서 제 몫하기는 어렵다, 검은사막 무사

키우는 재미는 쏠쏠, 원거리 캐릭터 킬러로는 불합격

 

지난 2월 28일, <검은사막>에는 여섯번째 캐릭터 '무사'가 추가됐습니다. 업데이트 전 개발사가 '원거리 캐릭터 킬러가 될 것이다' '단일 표적을 대상으로 최고의 화력을 쏟아붓는 캐릭터가 될 것이다'라고 발표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었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어땠을까요? 화려하고 재빠른 연속기로 적을 몰아붙이는 손맛은 각별했습니다. 공격 범위가 좁은 것치고는 사냥도 잘하는 편이었고요. 레벨 50까지 키우는 동안은 즐겁게 갖고 놀 수 있을 겁니다.

 

단, PvP에서는 개발사가 말한 컨셉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플레이어 상대로는 치명타를 가할 수 없어 딜러로서 활약하기 어렵고, 돌진기가 부실해서 원거리 캐릭터 킬러 역할을 할 수 없거든요. 도리어 무사가 레인저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더군요. 

 

만약 개발사의 캐릭터 소개와 인터뷰를 참조해 무사를 선택했다면 괴리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체험기를 통해 살펴보시죠. /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띄우기 스킬, 변화무쌍한 베기 동작, 캔슬기로 액션성을 살린 캐릭터

 

무사는 유려한 검술을 구사하는 동방 검사입니다. 어느 한 방향으로만 검을 휘두르기보다, 적의 약점을 후벼파듯 다양한 경로로 도검을 휘두르는 액션을 구사하죠.

 

실제로 워리어의 검술과 무사의 검술을 비교해보면, 똑같이 검을 다루는 캐릭터인데도 확연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워리어는 내려치기면 내려치기, 찌르기면 찌르기, 이런식으로 어떤 스킬을 쓰면 일관된 방향으로 검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무사는 다릅니다. 연속기를 사용하면 상하좌우 대각선 가리지 않고 검을 휘두릅니다. 찌르기 동작도 제법 화려합니다. 곧게 팔을 뻗어 찌르는 기본 동작은 물론, 적을 등진 채 칼을 깊숙이 꽂는 동작도 취하거든요.

 


상하좌우 대각선 베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무사. 꽤나 화려한 액션을 자랑합니다.
 

또한 '장님 찌르기'라는 스킬을 중간 중간 섞어주면 쓸모없는 동작을 취소하고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몬스터를 쉴새없이 몰아치는 손맛을 맛봤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주로 다운 판정 기술을 쓰는데, 무사는 유독 띄우기 판정 기술을 많이 쓴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공중 콤보라고 부를만한 경지는 아니었지만, 농구공 드리블하듯(!) 소형 몬스터를 통통 튕겨주며 처치할 수는 있었습니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공격 방식, 유달리 띄우기 판정이 많은 스킬 성향 덕분일까요. 무사의 액션은 기존 캐릭터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키우는 내내 즐겁게 사냥할 수 있었고요.

 


띄우기 판정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무사, 다운 판정 기술을 쓰는 다른 캐릭터를 조작할 때보다는 역동적인 감각으로 사냥할 수 있습니다.
 

 

 

공격 범위는 가장 좁지만, 의외로 쾌적한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캐릭터

 

무사는 역대 캐릭터 중에서 가장 공격 범위가 협소한 캐릭터입니다. 이 때문에 사냥 능력이 떨어져서 육성 과정이 답답하게 와닿지 않을까 우려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요, 안심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의외로 사냥 능력이 좋거든요.

 

앞서 말했지만 무사는 띄우기 판정 스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소형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는 마음껏 띄우기 스킬을 난사한 뒤 각개 격파를 하면 됩니다.

 

몰이 사냥을 하는 데에 아주 적합한 스킬도 갖췄고요. 용오름-선풍참 스킬을 사용하면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고, 생명력 흡수 기능이 붙어있는 '극: 옹추 가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물약을 아껴가며 몰이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몰이사냥하면서 사냥 속도, 물약값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극: 옹추 가르기로 생명력을 회복하고 용오름-선풍참으로 휩쓸면 몰이 사냥 끝~ 호쾌합니다.
 

레이드 보스를 상대하는 능력도 괜찮은 편이에요. 후방 대쉬 스킬(S+우클릭)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레이드 보스의 등 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후방 대쉬를 사용할 때는 적을 통과할 수 있거든요. 근접전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쉽게 백어택 콤보를 구사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숙련된 무사 유저는 순간 이동 스킬을 구사하는 소서러 못지 않게 백어택 콤보를 쓸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손에 익기 시작하면 무시무시한 기세로 레이드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등짝, 등짝을 보자! 후방 대쉬를 사용해 신명나게 백어택 콤보를 꽂아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PvP 상황에서는 화력이 반감되는 무사

 

단, PvE를 주로 하다 PvP를 시작하면 혼란과 실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발사가 당당히 발표했던 컨셉과는 너무 차이가 나거든요. PvE에서는 분명 단일 표적 대상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캐릭터인데, PvP에서는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주기 힘든 캐릭터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자의 발표와 달리 '원거리 캐릭터 킬러'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고요.

 

일단 PvP에서 화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사가 위력이 낮은 공격을 연속으로 날려서 대미지를 뽑아내는 스킬을 주로 쓰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미지 100을 경감하는 적을 상대한다고 칩시다. 이때 다른 캐릭터들은 500의 위력을 지닌 공격을 2번 가할 수 있는데, 무사는 200의 위력을 지닌 공격을 5번 가하는 식으로 싸운다 치고요.

이 경우, 다른 캐릭터는 (500-100)*2=800의 대미지를 뽑을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는 (200-100)*5=500의 대미지밖에 못 뽑고요. 강화를 충분히 하지 못한 무사로 방어력 높은 플레이어를 상대한다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공격 속도는 빠른데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약한 유닛으로 방어력 높은 울트라리스크를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면 됩니다.


대미지 배율이 100~300% 연속기가 대부분. 방어력 높은 유저에게 큰 타격을 주기 어렵습니다. 

둘째,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 화력을 집중할 기회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띄우기 판정 스킬로 넘어뜨린 뒤 화력을 집중해야 할 텐데,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는 띄우기 판정이 잘 빗나가거든요. 안 그래도 사거리가 짧아서 맞추기도 어려운데, 잘 빗나가기까지 하니 무사로 다른 캐릭터를 마음껏 공격할 기회를 잡기 참 까다롭습니다.

또한 몇몇 연속기 스킬이 시전 도중 방향 전환이 안된다든지, 원거리 견제 스킬의 발동 속도가 느리다든지 등등의 문제점도 있고요. 어지간히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동급의 다른 캐릭터를 무사로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무사 유저들에게 "어느 캐릭터가 가장 잡기 쉬운가?"라고 물어보니,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소서러는 그나마 잡을만한데, 잡기 스킬을 가진 워리어와 자이언트에게는 역공을 당하기 쉬워 이기기 어렵다. 레인저에게는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라고요.


띄우기 판정은 있지만 플레이어에게는 정말 안 박히는 기술, 각수.

 

원거리 캐릭터 킬러로는 불합격, 단체전에서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졌다

 

단일 표적 대상으로 최강의 캐릭터라는데 1:1 PvP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지만, 개발사가 '원거리 캐릭터 킬러'라고 소개한 캐릭터인데도 레인저를 견제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사의 돌진기와 이동 스킬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개발사는 무사의 회피기 '추격'을 사용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지만, 무적 판정도 짧고 돌진 거리가 짧아서 레인저의 화살비를 뚫기 어렵습니다.

추격 말고도 '이리오너라'라는 이동기도 있지만, 너무 느려서 써먹기 어렵습니다. (1) 화살을 쏘고 (2) 화살이 박힌 지점을 향해 밧줄을 던지고 (3) 밧줄을 당겨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다 이동 속도 자체도 시원찮거든요.


이동 기술이라고는 하는데.... 이거 쓰느니 뛰어가는 편이 빠르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특편전을 날려서 상대를 넘어뜨리고 돌진하는 수가 있지만, 특편전 발동시간이 비교적 느려서 상대가 보고 피할 위험이 있습니다. 어지간히 실력이 좋지 않은 이상, 무사로는 원거리 캐릭터에게 접근조차 못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설령 무사 유저가 실력이 좋아 레인저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들, 워리어 부대보다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워리어는 질주 베기와 전진 베기 스킬을 이용해 단숨에 레인저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근접 스킬 중에서는 사정 거리가 상당히 긴 편에 속하는 '깊이 찌르기'로 레인저를 위협할 수 있거든요.

반면 무사는 접근한다 해도 사거리가 너무 짧아서, 현란하게 회피 스탭을 밟는 레인저를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동속도 5단계를 맞춘 레인저를 상대해야 한다면 골치 아파져요. 한 유저는 '젓가락으로 파리 잡는 심정'이라며 고개를 젓더군요.


원거리 캐릭터를 못 잡으면 근접전 캐릭터라도 잡아야 하는데... 잡기 기술+절명 콤보를 가진 워리어, 자이언트를 상대하기는 버겁습니다.

원거리 킬러 역할을 못한다면 근접전 캐릭터를 잡거나 막아내는 역할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워리어나 자이언트는 달려드는 무사를 잡기 기술로 넘어뜨린 뒤 절명 콤보를 날릴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적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헤집는 역할을 하자니, 그 역할은 금수랑이 훨씬 더 잘 한다는 문제가 있고요. 금수랑이 적 한 가운데에 들어가 흑랑과 함께 공간 벼락을 시전하면, 주변에 있는 적 캐릭터들이 경직에 빠지거든요.

 

현재로서는 단체전에서 무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거점 방어와 레인저 처치에는 워리어, 돌격에는 자이언트, 버프와 적 진영 교란은 금수랑, 원거리 견제는 레인저, 화력 지원은 소서러, 이런 식으로 무사도 고유의 역할을 부여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연구를 해도 답이 안 나온다면... 무사는 만년 포병 신세를 지겠죠" 어느 무사 유저의 한탄.​​
 

 

로망으로 그치는 사인검이 아쉽다

 

PvE 능력에 비해 PvP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지만, 몇몇 화려한 스킬이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는 문제도 마음에 걸립니다. 대표적인 예로 무사의 로망이라 불리는 스킬 '사인검'을 꼽을 수 있겠네요.

 

'사인검'을 사용하면 진검을 오른손에, 검기를 왼손에 쥐고 쌍검술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 말고는 딱히 쓸 데가 없습니다. 패널티가 너무 커서요.

 

일단 사인검을 발동한 동안에는 투지를 단번에 회복하는 스킬 '무사의 정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스킬을 못 쓰면 상대 유저를 때려서 투지를 회복하는 방법밖에 못 씁니다.

 

문제는 투지량이 곧 무사의 목숨과 직결된다는 것이죠. 회피기 '추격'을 사용할 때마다 투지가 소모되니까요. 그렇다면 무사 유저가 사인검을 소환했는데, 적이 도망만 다녀서 한 대도 못 때리는 사태가 터졌다면? 그 무사 유저는 투지가 바닥 나서 회피기를 못 쓰게 됩니다.

 


멋지긴 한데, 사인검을 쓰는 순간 주력 스킬, 견제기, 투지 회복 스킬을 못 쓰게 된다는 게 함정.

덤으로 사인검을 사용하면 유용한 기술을 못 쓰게 됩니다. 장님 찌르기→극:옹추 가르기, 용오름→선풍참 콤보가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이 기술들은 띄우기 판정이 붙어있는 스킬인데다, 비교적 맞추기 쉬운 스킬이기도 하거든요.

 

이 때문에 유저들은 "사인검을 든 무사는 무조건 피하라고 개발자가 말했는데,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만만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무사의 로망인데, 사냥할 때 말고는 쓰임새가 없어서 아깝다. PvP에서도 쓸 일이 있으면 무사의 부족한 화력을 보강하고 조작하는 재미도 배로 늘릴 수 있을 텐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요.

 

PvE를 주로 한다면 쓸만한데... PvP 성능 재조정이 필요한 캐릭터

 

정리하자면, 무사는 PvE 상황에 강한 캐릭터고 조작감이 탁월한 캐릭터지만, PvP에서는 마땅히 제 역할을 못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상태 이상 유발 스킬이 잘 맞지 않으니 PvP에서 공격 기회를 잡기 어렵고, 돌진 거리가 짧은 이동 기술만 가지고 있어서 본래 무사가 맡아야 했던 '원거리 캐릭터 킬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죠.

 

PvE를 주로 즐기는 유저라면 큰 불만 없이 재미있게 다룰 수 있을 겁니다. 허나 PvP에 도전하는 순간, 혹은 본의 아니게 PvP 상황에 휘말리는 순간에는 실망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점은 좀 아쉽네요. <검은사막>은 PvP 컨텐츠도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이잖아요. 무사의 PvP 능력도 어느 정도 괜찮았다면, PvE와 PvP 컨텐츠 어느 쪽이든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캐릭터로 거듭났을 텐데 말입니다. 업데이트를 통해 무사의 PvP 능력이 보완되길 바라며, 체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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