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롱 (김승현 기자) [쪽지]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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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후기] 사라진 주제, 미흡한 토론. 새누리당 크레이지 파티 2회

이해할 수 없는 진행과 깊이 없는 토론으로 끝난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2회

11일 방송된 ‘새누리당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2회’가 주제 중 하나인 게임사업자 매출 1% 징수(일명 ‘손인춘법’)를 어떠한 안내도 없이 빠트렸다. 제대로 진행된 ‘강제적 셧다운제’ 토론도 깊이가 부족했다.

새누리당은 11일, 인터넷을 통해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2회를 방영했다. 크레이지 파티는 새누리당이 주요 정책 현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토론과 투표를 통해 실제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일에 공지된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2회의 주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사업자 매출 1% 징수법’이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논할 사람으로 새누리당의 강은희∙강석훈∙김상민 의원과 온게임넷의 이동진 캐스터, 서울예술대학의 강한섭 교수, 한국미디어교육학회 이상훈 이사, 그리고 성우 서유리를 선정했다.

새누리당은 이외에도 손인춘법 찬성 패널로 두레마을 오승대 사무국장과 한국중독가협회 조현섭 협회장을 섭외할 예정이었다. 이 요청에 두 인사는 출연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새누리당은 11일 오후 언론을 통해 “생중계 토론은 국민과의 약속이기에 찬성 패널이 없더라도 정시에 토론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사실상 토론이라는 형식이 무너졌다.


언급도 없이 사라진 손인춘법 토론


결국, 약속은 처음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당초 예고했던 시간보다 30여 분이 지난 다음에야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정식 방송 전에는 담당 작가가 출연자에게 “시작이 늦어도 정시에 끝날 것이다”라고 답한 것이 송출돼, 시청자들에게 토론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안겼다. 참고로 크레이지 파티는 지난 1회에서도 30분 넘게 방송을 지연한 상태에서 정시에 방송을 끝냈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또 다른 불안이 시청자들을 엄습했다. 당초 새누리당이 밝혔던 주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손인춘법.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로 시작된 토론은 방송 1시간이 넘어가도록 주제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방송에서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손인춘법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제는 주제 하나가 삭제되었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방송과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방송에서는 사회자나 패널, 자막 그 어떤 것을 통해서도 손인춘법이 주제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안내되지 않았다. 

심지어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공식 홈페이지에는 방송 중 사전에 고지되었던 행사 주제가 어느새 강제적 셧다운제 하나로 변경되어 있었다. 물론 손인춘법 지지 패널이 참석하지 않은 만큼, 원활한 토론을 위해 주제를 제외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 직전까지 외부에 알렸던 행사 계획을 갑자기 바꾸고, 이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순 없다. 더군다나 손인춘법은 중독법과 함께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법안. 새누리당은 이런 주제를 언급도 없이 빠트리고, 사전에 공지했던 행사 안내 문구까지 방송 중 급히 바꾼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행사 2시간 전 크레이지 파티 트위터로 안내되었던 행사 내용(위)과, 방송 후 내용이 바뀐 크레이지 파티 홈페이지의 방송 안내문(아래). 게임사업자 매출 1% 징수법(손인춘법)이 사라졌다.



합헌 논의도, 선택적 셧다운제도 없었다. 깊이 부족한 토론회


그나마 강제적 셧다운제 토론은 최신 이슈에 대한 반영 없이 단순히 일부 계층의 의견만 주고받았다.

크레이지 파티 라이브 2회에 참석한 패널은 크게 이동진 캐스터와 서유리 성우가 속하는 게임 관련 인사, 강한섭 교수와 이상훈 이사가 포함되는 문화계 인사, 그리고 강제적 셧다운제에 부정적 의견을 표한 새누리당 의원 3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의 패널들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간접적인 연관은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사는 아니다. 여성가족부나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문화연대 등 평소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1회 방송이 중독법 일선에서 싸우는 신의진 의원, 이해국 교수, 김종득 대표를 패널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왼쪽부터 강한섭 교수, 강은희 의원, 이동진 캐스터, 강용석 변호사, 서유리 성우, 김상민 의원, 강석훈 의원, 이승훈 이사.

패널 구성이 이렇다 보니 실제 토론에서도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찾아볼 순 없었다. 일례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가장 최근 이슈인 ‘합헌 판결’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패널들은 대신 “실효성 없이 권리만 침해한다”, “게임에 몰두하는 현상 대신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봐야 한다”, “무작정 강제적 셧다운제를 반대하기보다는 적합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같은 이슈 초기부터 언급된 원론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러한 깊이 부족은 방송 후반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안 논의’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안을 묻는 질문에 패널 대부분은 “부모와 아이가 합의해서 게임 플레이 시간이나 접속 시간을 제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 게임을 플레이하면 게임이 경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이 말한 대안은 이미 시행 중이다. 주요 게임사들은 유저의 플레이 시간을 체크하고 시간 단위로 이를 화면에 표시해 지나친 게임 이용을 경고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청소년과 친권자가 게임 접속 제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일명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게임시간 선택제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론자 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패널들은 이 시스템이 어떤 연유로 힘을 못 쓰는지 논하는 대신, 이런 시스템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을 이런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주제도 사라지고, 그나마 진행된 토론도 전문성이 결여된 토크쇼 수준이었다는 것이 이번 크레이지 파티 2회를 시청한 사람들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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