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씨의 일본 모바일게임 미리보기’란?] 피처폰 시절부터 탄탄한 모바일게임 시장을 형성해온 일본은 스마트폰 게임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밀리언아서>나 <퍼즐앤드래곤>의 뒤를 이어 많은 게임이 상륙하고 있죠. 디스이즈게임은 국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거나 현지에서 주목할 만한 게임을 미리 플레이해보고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살펴볼 게임은 아카츠키가 개발한 <사우전드 메모리즈>입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호화 성우진으로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상위권에 랭크됐고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신작 RPG, <사우전드 메모리즈>를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장르: RPG | 제작: 아카츠키 | 플랫폼: iOS(일본) | 가격: 무료 | 출시일: 11월 22일
<사우전드 메모리즈> 트레일러 영상
‘캐러링크’ RPG? 캐러링크가 뭐예요?
<사우전드 메모리즈>가 표방하고 있는 장르는 ‘캐러링크 RPG’입니다. 캐러링크는 캐릭터와 링크를 합친 일본식 조어인데, 이 게임의 전투 방식을 보면 의미를 알 수 있죠. 일단 전투에선 8등신의 늘씬한 미소년·미소녀들이 앙증맞은 SD캐릭터로 변해서 싸웁니다.
그리고 파티는 리더1, 부하2로 구성된 유닛을 3개, 총 9명까지 짤 수 있는데요, 저마다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중 한 가지 색깔의 마법진(발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같은 색깔을 지닌 병사를 한붓그리기 방식으로 연결하면 적을 공격합니다. 한 번에 많은 아군을 연결할수록 콤보가 적용돼 대미지도 상승하죠. 9명 전원을 한 번에 연결하면 ‘링크 스매시’라는 초필살기가 발동되기도 합니다.
<테트리스>에서 다음에 나올 블록을 미리 보여주듯 다음 턴에 투입되는 아군이 어떤 발판을 지니고 있는지 아군 진영 위쪽에 표시도 해줍니다. 이번 턴 아군의 발판 색과 투입될 발판의 색을 고려하면 전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죠. 설명만으론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아래 동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일본에서 호평받고 있는 스토리와 호화 성우진
아직 정의가 살아 있던 500년 전, 전설의 기사 ‘시드’는 마왕 ‘바디아’와의 전투에서 천 자루의 무기, ‘사우전드 메모리즈’와 함께 싸워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한 동료의 배신 때문에 패배하고 맙니다. 시드는 죽으면서 동료들에게 “우리가 환생해서 다시 만난다면, 그때야말로 마왕에게 승리하겠다”는 유언을 남기죠.
이 약속이 500년 후 환생한 시드(주인공)의 주위로 사우전드 메모리즈가 다시 모여들면서 침공을 재개한 마왕의 군대에 맞선다는 내용이 메인 스토리입니다. 500년 전 배신한 동료는 누구였는지, 시드의 약속은 지켜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죠. 전형적인 ‘왕도 RPG’입니다. 일본 게이머들에게 평이 좋더군요.
이 스토리는 <루팡 3세> 미네 후지코 역의 사와시로 미유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아케미 호무라 역의 사이토 치와, <짱구는 못말려> 노하라 히로시(짱구 아빠) 역의 후지와라 케이지 등 호화 성우진으로 모든 대사가 음성 더빙돼 있어 비주얼 노블을 즐기듯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투에서 캐릭터들이 외치는 기합, 스킬명에도 적용됐죠. 분위기에 맞는 BGM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 귀가 즐겁습니다.
독특한 캐릭터 성장 방식
최근 모바일 RPG에서는 한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에게 먹여(!) 성장시키는 방식이 익숙한데요, <사우전드 메모리즈>는 조금 다릅니다. 각 캐릭터의 레벨은 캐릭터 강화 포인트인 ‘FP’를 소비해서 1씩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공격력과 체력, 회복력이 모두 함께 올라가죠. FP는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획득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에겐 레벨 외에 ‘특수 능력’을 하나씩 갖추고 있는데요, 특수 능력은 캐릭터마다 지닌 일반 스킬과 다른, 파티 전원에게 적용되는 스킬입니다. <퍼즐앤드래곤>의 리더 스킬과 비슷한 개념이죠. 이를테면 파티의 체력이 10% 상승한다거나, 4콤보 이상 발동하면 공격력이 상승하는 것 등입니다.
특수능력은 캐릭터를 처음 입수했을 땐 하나밖에 없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두 번째 특수 능력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보스를 처치하면 때때로 ‘반짝임(閃き)’이 발생하면서 특수 능력 하나를 무작위로 습득하게 됩니다. 이 보스들은 현재 탐험에서 기간 한정으로 만나볼 수 있죠.
수집/성장/진화가 없다고는 안 했다
캐릭터 본체는 FP를 소비해 레벨업한다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지만, 수집·강화·합성·진화 요소는 빠지지 않습니다. 바로 캐릭터들이 장착할 무기, ‘사우전드 메모리즈’죠. 캐릭터는 저마다 성장 레벨에 한계가 있어서 더 강한 장비를 장착해야만 훗날 어려운 던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무기는 모험에서 보상으로 얻거나, 무료 뽑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무기는 다른 무기를 먹여서 레벨을 올릴 수 있고요. 최대 레벨까지 성장시킨 다음엔 지정된 소재를 준비하면 다음 단계로 진화시켜 한계 레벨 제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진화 소재는 요일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무기는 탐색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사람 말을 하는 ‘개냥이(개+고양이)’ 토토를 숲 속으로 보내면 혼자 숲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 환생한 주인공의 동료나 무기를 구해 옵니다. 한 번의 탐색엔 약 4시간이 걸리고요. 캐시 아이템을 소비해서 즉시 완료할 수도 있습니다.
토토는 하루종일 부려 먹어야 제맛이죠.
장르의 배합이 적절한 미드코어 RPG
전투 방식은 퍼즐게임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블록(캐릭터) 수도 적고, 염두에 둬야 할 변수도 적어서 전투 자체는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퍼즐 실력보다 캐릭터와 무기의 등급, 레벨이 더 중요하죠. 꼭 뽑기를 통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강력한 파티를 갖출 수 있어서 결제 요구가 심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플레이하면 금세 게임오버 화면을 만나게 되니 최소한의 전략은 필요합니다. 매우 어려운 던전을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파티를 갖춰도 퍼즐을 잘 풀어야 하는 <퍼즐앤드래곤>과 자동전투로 던전을 쉽게 휙휙 돌파하는 <몬스터 길들이기>의 딱 중간 지점이라고 느껴집니다.
앞서 설명했듯 캐릭터 레벨 성장, 스킬 성장, 무기 레벨 성장 및 진화 등 수집과 성장에 관련된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모바일 RPG 캐릭터들이 주로 직선형 성장 방식을 보여줬다면, <사우전드 메모리즈>의 캐릭터들은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입니다. 같은 캐릭터를 뽑더라도 저마다 다르게 육성할 수 있죠.
수집과 성장을 좋아하면서 색다른 방식의 모바일 RPG를 찾는 유저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물론 언어 장벽이 상당하긴 합니다. 제작사 아카츠키의 전작인 <신데렐라 나인>과 <신데렐라 일레븐>이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전례가 있어서 <사우전드 메모리즈>도 기다려볼 여지가 있긴 하지만, 언어 장벽을 이겨내고 한발 먼저 즐겨 볼 만합니다. 모으고, 키우고, 싸우는 맛은 일본어를 잘 몰라도 확실히 쏠쏠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