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해외 서비스는 충분한 콘텐츠를 갖춘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판타지 스타 온라인 2>(이하 판스온 2)의 개발을 총괄하는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의 이야기다.
세가의 <판스온 2>가 연일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일본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등록계정이 100만 개를 넘었고 세 차례의 대규모 업데이트도 진행했다. 최근에는 인기에 힘입어 오프라인 행사도 개최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일본에서는 경이로운 성적이다.
그만큼 해외 진출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진행한다. 먼저 일본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충분한 완성도와 콘텐츠를 쌓은 후 해외 시장을 노리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콘텐츠 소비가 빠른 한국 서비스는 더욱 조심스럽게 진행할 계획이다. 지스타 2012에서 만난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충분한 경쟁력과 완성도를 갖추고 해외에 나가겠다”
사카이 프로듀서는 먼저 <판스온 2>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표정은 밝았지만 일정은 바빠도 너무 바쁘다.
<판스온 2>는 최근 ‘대격변’을 맞는 중이다. 세가는 당초 <판스온 2>를 라이트 유저에 맞춰 개발했다. 그 결과, 서비스 3개월 이후 절반에 가까운 유저가 최고 레벨에 도달했다.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성장속도였다. 특히 헤비 유저들의 플레이 타임은 세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유저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그래서 세가는 지난 10월 10일 헤비 유저들을 겨냥한 레벨 40 이후 콘텐츠를 업데이트했다. 최고 레벨인 50까지 필요한 경험치를 수 십 배로 늘리고, 서브 클래스와 베리 하드 난이도를 추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게임이 너무 무거워졌다. 높은 필요 경험치에 대한 불만이 치솟았고, 결국 다시 경험치를 보정했다.
다행히 경험치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됐고 지금은 최고 레벨 지역과 최고 레벨 이후에도 경험치를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모으는 엑스큐브 등을 업데이트했다. 올해 겨울에는 스마트폰 버전을, 내년 봄에는 PS Vita 버전이 각각 나올 예정이다.
듣기만 해도 바쁜 일정이다. 그래서 사카이 프로듀서에게 한국 서비스는 ‘아직은 먼 이야기’다. 바쁜 일정 속에서 무리하게 해외 서비스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고, 해외에 맞는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다.
사카이 프로듀서는 “일본 내에서도 너무 많은 이슈가 불거지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과 완성도를 갖추기 전에는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판스온 2>를 기다리는 한국 유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완벽한 모습을 갖출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 “한국에서 인정받는 온라인게임이 되고 싶다”
세가는 지스타 2012 B2B관에 참가해 다른 업체들과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의 일정도 빼곡했다. 대부분 파트너를 찾기 위한 만남이었다. 한국 시장에서도 <판스온 2>를 가장 잘 챙겨줄 곳을 찾고 있다.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은 없지만 반드시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인정받는 일본산 온라인게임이 되고 싶어서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직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한국 서비스를 매번 강조하는 것도 언젠가 꼭 한국 서비스를 하겠다는, 같은 이유 때문이다.
11월 업데이트 ‘역사를 부수는 것’에서 추가되는 지역과 몬스터.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한국을 위해 더 많은 콘텐츠가 확보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한국 퍼블리셔를 찾은 다음에는 한국에 맞춘 인터페이스나 시스템, 콘텐츠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가에 따라 게임 유저의 성향과 이해도가 다른 만큼 일본과 같은 콘텐츠와 시스템만 고집하다가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판스온 2> 일본 서버에서는 많은 한국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최근 부정행위를 한 해외 IP를 막는 과정에서 한국 유저 중 일부가 접속이 불가능해졌지만 우회 프로그램까지 사용해서 플레이를 이어 가고 있다. <판스온 2>의 한국 흥행에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다.
사카이 프로듀서는 “정책으로는 위반되는 일인데, 사실 우리 게임을 그렇게까지 사랑해주는 유저들이 굉장히 고맙기도 하다. 보다 좋은 한국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 “일본 성적은 미라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판스온 2>는 현재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으로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비스 시작 후 동시접속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유저 이탈도 굉장히 적다. 세가 내부에서도 ‘미라클 히트’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사카이 프로듀서는 ‘아직 만족할 수 없다’고 말을 이었다. 상업적인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지만 정작 게임의 완성도에서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초기에 내세웠던 ‘무한의 모험’이다.
초창기부터 <판스온 2>는 ‘무한의 모험’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매번 다른 던전에서 늘 다른 상황과 만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서비스가 몇 달 동안 이어지면서 패턴은 정형화됐고 바뀌지 않는 지역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의 양이 아닌 ‘종류’도 제한됐다.
그래서 <판스온 2>는 이후 업데이트에서 단순히 행성을 탐험하고 적을 처치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외의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직은 부족한 최고 레벨 이후의 즐길 거리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게임 내의 부정행위 제한과 1장의 스토리가 끝난 이후의 새로운 이야기도 남은 과제다.
사카이 프로듀서는 “당초 말했던 목표들을 더욱 완벽하게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한층 더 좋은 모습의 게임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