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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퀼리페르 (전승목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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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NDC 2012: 퍼블리셔 발목 잡는 외산게임의 문제들

해외 게임을 국내 서비스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이미 완성된 게임이니까 3개월이면 충분할까? 게임 안의 언어를 한글로 바꿔야 하니 6개월 정도 소요될까? 넥슨 퍼블리싱 본부의 송진수 팀장은 “1년 정도는 걸린다”고 답했다.

 

얼핏 생각해서는 완성된 게임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1년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송진수 팀장은 퍼블리싱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퍼블리싱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치 못했던 사소한 문제가 퍼블리셔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NDC 2012에서 ‘게임을 퍼블리싱하자’ 강연을 발표한 송진수 팀장.

 

 

■ “환불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사소한 결제 문제

 

유저가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뒤 7일 이내로 환불을 요구할 경우, 한국 실정법상 게임업체는 유저에게 환불해줘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해외 게임은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는 기능, 혹은 게임사가 환불 요청을 받아 아이템을 회수하고 게임 캐시를 되돌려주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송진수 팀장은 “<불멸 온라인>을 국내에 서비스하려니 환불 기능들이 지원되지 않았다. 중국어로 한국의 실정법을 설명하고 프로그램에서 수정할 부분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아 1년 넘게 환불 기능을 추가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골치 아픈 결제 문제는 환불만이 아니다. 한국 게임업체는 PC방 업주에게 계약금을 받는 대신 PC방에 유저들이 많이 찾아오도록 PC방 전용 아이템, PC방 보너스 경험치 등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어느 유저가 PC방에서 접속했는지 알 수 있게 가맹 PC방의 IP를 구분하는 기능이 게임 클라이언트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PC방이 대중적이지 않은 국가에서 개발한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은 가맹 PC방 IP를 구분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게임들을 국내에 서비스하려면, PC방 업주가 “결제했는데 가맹 PC방 혜택이 오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일이 없도록 클라이언트를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퍼블리싱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뷁’을 입력할 수가 없어요!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글자 깨짐

 

중국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중국어 단어가 번역되지 않은 채 그대로 출력되거나 글자가 깨지니 고쳐 달라.”, “뷁뛟쉛꿻과 같은 겹모음 글자가 입력되지 않으니 고쳐 달라”고 종종 호소한다. 이는 클라이언트가 한글 입력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퍼블리셔가 게임 매니저를 만들어 개발사가 제공하지 않은 기능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퀘스트 정보를 나타내는 문장이 깨져서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일어났다. 송진수 팀장은 이를 “유니코드를 모르는 해외 개발자가 게임을 개발했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코드는 컴퓨터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하는 국제적인 문자 코드 규약이다. 만약 유니코드를 지원하지 않으면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해도 글자가 다 깨져서 출력되므로 한국에 서비스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결론.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을 대가로 지불해야

 

위에서 소개한 사소한 문제 말고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한국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가 얼마인지 나타내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데, 해외 게임은 동시접속자수를 나타내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기능을 추가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게임의 실적을 보고하려 해도 동시접속자 수를 파악할 수 없어 보고하지 못 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송진수 팀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가 생기면 개발사에게 분명하고 간결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자가 깨지면 번역 툴을 요구하고, 통계를 측정하는 기능이 없으면 그 기능을 넣어달라고 개발사에게 확실히 용건을 전하라는 것이다. 또한 기술과 관련된 이야기나 법적인 이야기처럼 전문용어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한다면 해외 개발사가 잘못 들을 수도 있으니 전달이 잘 됐는지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물론 개발사가 퍼블리셔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이미 다 퇴근한 뒤라 당장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개발사가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개발사가 게임 클라이언트를 퍼블리셔의 요구에 따라 수정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송진수 팀장이 퍼블리싱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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