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다는 말이 대부분입니다. 왜 재미있냐고 물으면 타격감이 좋고 여자 캐릭터가 예뻐서 그렇다는 표면적인 이유만 늘어놓습니다. 과연 그게 게임하는 이유일까요?”
강연 소개 영상에서 위와 같은 의문을 던진 넥슨 기획조정실 박범진 팀장은 23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를 통해 답변을 던졌다. 그 답은 바로 “게임을 하는 이유는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왜 그러한 답을 제시했는지는 박범진 팀장의 강연 ‘나는 왜 게임을 하는가: 심리적 보상의 매커니즘’ 강연을 통해 알아보자.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나는 왜 게임을 하는가’ 강연을 맡은 박범진 팀장.
■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
박범진 팀장은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은 어떤 공통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본 미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연구에 앞서 ‘게임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인간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성취하거나 과시하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데서 가장 게임의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게임에 몰입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길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게임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을 즐겼다는 것이다.
박범진 팀장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두고 “성취와 경쟁의 관계를 맺으려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만 충족해도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범진 팀장은 페이스북을 예로 들며 “온라인에 글을 써서 상대에게 나를 알리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게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즐겨 쓴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기업 가치 100조 원을 달성했다”며 유저의 심리적 욕구를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설명했다.
사람들은 게임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다.
■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 다른 요소보다 심리적 욕구를 충족한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박범진 팀장은 우선 모바일게임 <트리플래닛>을 예로 들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트리플래닛>은 가상 나무를 심으면 사회봉사단체가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게임이다. 얼핏 봐서는 스마트폰을 터치해 가상 나무에 물과 비료를 주고 어디에 심을지 정하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게임을 다운로드해서 즐기는 사용자는 총 26만 명, 게임을 통해 키운 가상 나무는 총 5만1,500 그루에 달한다.
이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자신이 가상 나무를 키워 숲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성취감을 얻고, 자신이 <트리플래닛>으로 나무를 키운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남들에게 인정받는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취감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부족한 게임성을 상쇄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의 일부 비주얼 노벨은 성인들을 위한 스토리와 그림만 강조하고 스토리 전개가 유치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막장 전개’를 일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일부 비주얼 노벨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주얼 노벨을 기꺼이 플레이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재미로 26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트리플래닛>.
게임성이 별로라도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면 어느 정도의 판매량은 보증된다.
■ 껍데기보다 핵심에 집중하자
게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사냥을 강조하는 게임도 있고, 퍼즐을 강조하는 게임도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특성에 머무른 콘텐츠를 아무리 강조하고 꾸준히 업데이트해도 유저들의 마음을 이끌지 못할 수 있다. 콘텐츠가 처음 업데이트될 때는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만 계속 업데이트되면 사람들이 새 콘텐츠가 주는 재미에 점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느라 이 일 저 일 벌이느니 사람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한다는 핵심적인 목표 하나만 달성하는 편이 더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콘텐츠를 갖춘 게임보다 어떤 만족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