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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적극적 소통, 누적된 밸런스 이슈...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의 명과 암

'영원회귀'는 배틀로얄 게임 시장의 강력한 소수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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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5-20 13:53:44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은 쿼터뷰 시점의 생존 배틀로얄 게임. 전작 <블랙 서바이벌>의 배틀로얄 요소와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MOBA 장르의 특성을 합친 것이 특징이다.​ 시즌 1과 프리 시즌을 거쳐 4월 28일에는 시즌 2를 시작했다.

 

<영원회귀>는 최대 동시 접속자 수 5만 명, 카카오게임즈와의 공동사업 계약까지 체결하며 인기 게임 자리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콘솔버전 개발까지 예정한 상태. 다만 현재는 동시 접속자 수 1만 명 정도까지 하락하며 흥행세가 한풀 꺾였다.

 

<영원회귀>가 현재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길래 동시 접속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을까? <영원회귀>가 가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들여다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밝은 면 : 마지막 금지 구역 문제 해결, 적극적 소통 앞세우다.

<영원회귀>가 시즌 1 당시 앓았던 가장 큰 문제는 '티밍' 이었다.

 

티밍은 팀이 허용되지 않은 게임에서, 개개인이 서로 싸우지 않고 연합하는 행위​. 배틀 로얄 게임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AOS 기반 배틀 로얄인 <영원회귀>는 플레이어 처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타 배틀로얄 게임보다 길어 문제가 컸다. 공식 솔로 대회가 티밍 문제로 임시 중단될 정도였다.

 

티밍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 금지구역 때문이다. <영원회귀>에서 플레이어는 마지막 금지구역에 모여 최종 생존자를 가린다. 하지만 좁은 금지구역에 사람이 몰리는 특성상 먼저 공격하는 플레이어가 불리했다. 먼저 교전을 했다가 스킬, 체력 손해를 보면 자연스럽게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

 

덕분에 마지막 금지 구역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공격하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는 행위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눈치 싸움에서 밀려난 플레이어부터 순차적으로 집중 공격을 받아 제거됐다. 단순히 상대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중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개발사 측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 밝혔을 정도로 해당 문제는 심각했다.

 

이런 식으로 모여 있다가, 정치 싸움에서 밀려난 플레이어부터 제거되는 행위가 흔했다. 유저들은 이를 <어몽어스>와 <블랙 서바이벌>을 합친 '블몽어스'라 표현했다. 시즌 1 시절 유저 이탈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는 시즌 1이 마무리되고, 3월 31일 업데이트에 진행한 '임시 안전지대' 업데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제 마지막 지역이 금지구역 예정지가 되면 임시 안전지대가 두 곳 예고된다. 임시 안전지대는 한 명만 머무를 수 있다. 

 

플레이어가 두 명 이상 진입하면 안전지대가 비활성화된다. 비활성화된 안전지대에선 금지구역 카운트가 계속해서 줄어든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홀로 임시 안전지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전해야 한다. 이전처럼 눈치만 보다간 금지구역 카운트가 줄어들어 결국 사망하게 된다.


임시 안전지대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홀로 버텨야 한다. 티밍이 끼여들 여지가 적다

 

유저들에게 게임이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영원회귀>는 공식 트렐로(링크)를 통해 향후 업데이트 예정 사항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트렐로를 통해 유저는 어떤 날짜에 어떤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는지, 현재 진행되는 장기 계획은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사 측에서도 새로운 업데이트 내역이 추가될 때마다 즉시 해당 내용을 작성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

 

<영원회귀> 로드맵

 

비정기적으로 공개되는 '개발자 편지'도 호평이다. <영원회귀>는 개발자 편지를 통해 유저 문의 사항에 대해 개발사 측에서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갈 예정인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유저 요구가 큰 스킨과 치장 아이템 추가에도 힘쓰고 있다. 본래 캐릭터 스킨은 뒷순위로 계획돼 있었다. 동시 접속자수가 늘어나며 스킨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급히 일정을 당겨 만들어졌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 스킨 퀄리티에 대해선 호평이다. 최근 패치에서는 신규 이모티콘도 추가하는 등 유저 수요가 많은 치장 아이템을 하나하나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나치게 스트리머 위주 대회만 진행한다"는 의견을 수렴해, 공식 채널을 통해 송출하는 영상 콘텐츠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1주일마다 공식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유저 대회, 아마추어 고수 초청 프로그램, 캐릭터 최강자전, 코스프레 경연대회 등 다양하다. 6월 17일에는 첫 <영원회귀> 국제 대회 'ERWI 2021'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원회귀>의 캐릭터 스킨

 

6월 진행 예정인 글로벌 <영원회귀> 대회 'ERWI'

 

 

# 어두운 면 : 망가진 밸런스와 높아지는 신규 유저 진입장벽

 

현재 <영원회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캐릭터 간 밸런스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영원회귀>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밸런스적으로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영원회귀>는 같은 캐릭터라도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 덕분에 캐릭터 간 밸런스 수정이 쉽지 않다. 

 

 # 밸런스 패치 예

 

1. '쌍검'을 사용하는 A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력하다.

 

2. A라는 캐릭터는 쌍검 외에도 단검, 양손검, 도끼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무기는 평범하다는 평가.

 

3. 지나치게 강력한 쌍검 A를 막기 위해 A 캐릭터를 너프한다.

 

4. A를 너프하면 단검, 양손검, 도끼 유저가 간접 너프를 받는다.

 

5. 쌍검을 너프하면 같이 쌍검을 사용하는 B 캐릭터가 간접 너프된다.

 

6. 쌍검 A가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너프하면 오히려 다른 캐릭터와 무기군이 손해를 본다.

 

너프 대상은 쌍검 A였지만, 이를 위해 A를 너프하면 오히려 다른 무기군을 사용하는 A 유저나, 같은 쌍검을 사용하는 B 캐릭터 유저가 피해를 받는다.

 

여기에 <영원회귀>만의 시스템을 더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자신이 사용하는 캐릭터나 선택한 무기에 따라 운영법과 교전 양상이 크게 갈려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한 캐릭터나 무기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데, 실 성능이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간접 너프를 받으면 불합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같은 캐릭터를 사용해도 어떤 무기를 사용하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크게 바뀐다

 

개발사가 인지하는 밸런스와, 유저가 체감하는 밸런스의 괴리도 지적받고 있다. <영원회귀>에서는 월요일마다 공개하는 공식 통계를 통해 캐릭터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다. 다만 통계 위주로 캐릭터 밸런스 패치를 하다 보니, 실제 게임에서 강력한 캐릭터가 너프를 피해 가는 경우도 발생해 불만을 샀다.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됐던 시기는 5월 12일 진행된 32.0 패치였다. 당시 프리 시즌 동안 약 1달간 큰 업데이트가 없었던 데다가, 캐릭터 밸런스를 수정하는 메이저 패치가 1주 간격에서 2주 간격으로 바뀌어 유저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문제 덕분에 오히려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가 적게 너프되고, 약한 모습을 보이던 실험체가 간접 너프로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유저 항의가 빗발쳤다. 불만은 추가 조정이 진행되고 나서야 다소 누그러들었다.

 

32.0 패치를 통해 밸런스 패치 체계에 대해서 공개했지만,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이 있다

운에 의지하는 파밍 구조도 문제다. 

 

<영원회귀>가 가진 특징 중 하나는 지역별로 등장하는 재료 아이템을 모아 직접 장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교전 컨트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원회귀>에선 최적 루트 개발, 트랩 제작, 상황에 맞는 장비 사용 등의 전략적 요소도 중요하다. 문제는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짜더라도 운에 일정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장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를 모아야 한다. 재료는 전 맵에 흩어져 있는 상자에 있다. 재료 아이템은 지역마다 개수 제한이 있다. 자신이 짠 동선에서 원하는 아이템이 뜨지 않거나, 다른 캐릭터가 재료를 모아 숨겨두는 소위 '통제' 플레이를 당하면 파밍이 말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 스킬이 없는 캐릭터는 순수하게 걸어 다니며 재료를 모아야 한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재료 아이템도 문제다. 가령 '기본 공격 추가 피해' 장비를 사용하는 캐릭터는 성당 지역을 무조건적으로 방문해야 해 이런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개발사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속적인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 : 님블뉴런)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라면 맵 이곳저곳을 누비며 부족한 재료를 모을 수 있지만, 이미 최적 루트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성장력이 떨어져 최후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는 밀려났다는 이야기.

 

장비 아이템이 부족하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파밍을 빨리 끝낸 상대로부터 도망만 다니다 패배하거나, 단순히 무기를 먼저 만든 캐릭터와 마주쳤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유저는 "실력이 부족했다"기보단 "운이 없었다"며 불쾌함을 느낀다. 특히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파밍이 느린 신규 유저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힘들어진다.

 

 

# '플레이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게임다운 게임'으로 나아가길

<영원회귀>는 MOBA와 AOS, 원작 게임 <블랙 서바이벌>의 요소를 한데 섞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배틀로얄' 게임 열풍이 사그라지는 와중, 순수한 입소문만으로 현재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유저 불만을 하나하나 인지하고 이를 개발사 측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상세히 밝혔다. 적극적 소통과 빠른 업데이트는 아직 '앞서 해보기' 단계 게임에 충성 유저를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기엔 <영원회귀>가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 겪고 있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밸런스 문제부터 신규 유저 장벽 문제까지. 현재 상황에 안주했다간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상태. 

 

<영원회귀>가 플레이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게임다운 게임'이 되기 위해선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냐에 달렸다.

 

개발자 편지 '프리시즌 및 시즌 2 안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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