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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차이나조이 2023 결산①] 신작이 안보인 '중국 최대 규모' 게임쇼

'따거 앤 따거'도 없었다

현남일(깨쓰통) 2023-08-01 18:58:09
(할) 게임 없는 게임쇼.

차이나조이 2023에 방문해 하루 만에 얻은 인상은 명확했다. '게임 없는 게임쇼'. 엄밀하게 따지면 '게임 플레이'가 없는 게임쇼였다. 현장은 넓고, 주요 게임사의 부스는 으리으리하게 차려졌다. 하지만 트레일러가 상영되고, 쇼걸이나 코스플레이어가 올라가 포즈를 잡기만 하는 무대가 체감상 절반 이상이었다.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 역시 생각보다 할 게임이 적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자국 관람객을 위한 '쇼' 중심의 행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차이나조이는 유독 게임의 수가 적은 것이 눈에 띄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차이나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망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차이나조이 2023은 SNIEC 11개 전시관을 사용한 큰 행사다. 그만큼 관람객은 많이 찾았지만, 정작 주인공인 '게임'이...

 

 

# 글로벌 시장을 노린 대작? 서브컬처 기대작? 그런 거 없었다 

 

차이나조이 2023에서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공간은 상당히 적었다. 놀랄 만한 '신작 게임'도 거의 없었다. 으리으리한 대형 게임사의 부스인데 체험존에는 컴퓨터나 태블릿, 핸드폰 몇 개가 놓인 것이 전부였다. 체험을 위해 게이밍 노트북이 발열에 시달린 나머지 게임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더 나쁜 경우에는 SNS 이벤트와 관련한 팻말이 있을 뿐. 부스 안에서는 코스플레이어만 덩그러니 남아 포즈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 

지스타 2022에서 다양한 업체가 규모의 신작 체험 부스를 연이어 깔아 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스타가 더 좋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게임쇼'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일 수도 있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았고, 게임 체험보다는 무대에서 하는 각종 행사 굿즈, 쇼걸, 코스플레이어에 더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게임 시연대로 갔더니, 테이블 절반은 아무 것도 없는 경우까지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 게임업계는 '콘솔', '글로벌', '서브컬처'(중국 현지에서는 '2차원 게임' 이라고 부른다), '크로스 플레이' 등에 힘을 쏟는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많이 퍼졌다. 하지만 정작 차이나조이에서는 이에 대한 인상을 받을 곳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SIE의 부스가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자국 콘솔 게임 신작들을 시연한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이었다. 그 외 다른 게임사의 부스에서 콘솔 게임이나 명확하게 '글로벌 시장'을 타겟팅한 신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부스들은 '중국 내수용' 게임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스가 누가 봐도 '중국 내수용' 게임들 관련 전시와 이벤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게임과 조금도 관련 없는(...) 디제잉 이벤트가 펼쳐지는 부스도 있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소녀전선 2>나 <명일방주: 엔드필드> 같은 서브컬처 기대작을 생각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몇몇 기대작의 상황을 묻자, 관계자들은 아직 개발하기도 바빠 보인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계자들은 서브컬처 문화가 집약된 행사 '빌리빌리 월드'가 차이나조이 2023이 개막하기 직전인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는 점이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빌리빌리 월드는 연간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규모 서브컬처 행사로 알려져 있으며, 개최지 역시 차이나조이와 같은 상해다. 대표적으로 8월 3일에 중국 정식 출시되는 <블루 아카이브>가 있다. 이들은 출시를 앞두고 차이나조이 대신 빌리빌리 월드를 택했다. 

최근 '중국의 대표 게임사'로 떠오른 호요버스 또한 차이나조이 2023에 자사 이름으로 부스를 내지 않았다. 대신 <붕괴 스타레일>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내고, 코스플레이어와 간단한 이벤트를 배치하는 선에 그쳤다. 
 

<블루 아카이브>는 빌리빌리 월드에 대규모 부스를 내고, 차이나조이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출처: 요스타)

  

 

# '따거 앤 따거', 아니 신작 그 자체가 가뭄이었다.
 
차이나조이는 중국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다양한 '깜짝 신작'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많은 행사다. 아니, 정정해야 한다. 많은 행사 '였다'.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중소 게임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다, 그 어느 쪽도 무언가 '깜짝 신작' 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거의 선보이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반 쯤 농담으로,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를 표절하거나 따라한 게임이 차이나조이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마침 <다크 앤 다커>가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스팀에서 퇴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따거 앤 따거'(大兄, 큰형님)가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현장에 <따거 앤 따거>는 없었다. 그 정도로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신작' 그 자체가 가뭄이었다.
 
그렇다면 '인디 게임' 쪽은 어떠할까? 이에 대해 덧붙이자면, 인디 게임 부스는 B2C에는 아예 출품조차 하지 못했고, B2B관. 그것도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극소수만 발견할 수 있었다. 관심도 떨어져서 괜찮은 인디 게임 부스에는 개발자 대신 퍼블리셔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현장은 한가했다. 여전히 차이나조이는 인디 게임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뭄에 콩나듯 있는 신작들 중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타이틀은 <페르소나5 팬텀X> 정도였다는 것이 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인디 게임 부스는 B2B관 맨 앞에 있었다.
즉, 일반인 관람객은 못 본다는 이야기

   

# 왜 그랬을까?

  

'코로나 시국' 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년간, 중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렇기 때문에 출장을 간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3년간 성장한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기대에 어긋났다. 

 

아무래도 지난 몇 년 간 정부 당국의 역대급 규제 속에서 중국 게임사는 많은 부침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시 경제의 영향으로 여러 면에서 감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업계처럼, 중국 게임사에서도 수많은 감원이 있었다는 소식이 관계자의 입에서 전해졌다. 청소년은 주말에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제로 인해, 청소년 게이머들에 대한 매출이 급감했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신작이 없다보니 '이미 나온 게임'들이 다수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나온 게임에 관람객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시장은 중국 내수 시장만 바라보는 게임사들이 점점 버티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게임사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해석하기 따라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작품들은 '빌리빌리 월드'나 차라리 조만간 개최될 '게임스컴' 같은 행사를 더 중요하게 보지 않을까? 결국 차이나조이는 내수용 게임들이 많이 올 수 밖에 없는데, 그 내수용 게임 자체가 부진하니, 외부의 시선에서는 무언가 눈에 띄는 모습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두 관계자의 말이 100% 맞다고 신뢰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의 경향은 확인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대형 게임쇼를 멀리하고, 자사의 쇼케이스에 집중하는 해외 게임 업계의 흐름과 비슷한 모습이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포착되기도 했다. 넷이즈는 차이나조이 3개월 전에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넷이즈 커넥트 2023' 행사를 통해 자사에서 준비 중인 여러 게임을 공개했다. 퀄리티 높은 트레일러로 주목을 받았던 중국의 콘솔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은 8월 20일 항저우에서 별도로 시연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레벨 인피니트(텐센트)의 게임스컴 쇼케이스 공지(출처: 레벨 인피니트)

 

 

# 그래도 다음 행사는 모른다

 

B2C 관점에서 이번 차이나조이는 철저히 자국민을 위한 행사라고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기자가 중국 현지인이거나,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이어서 행사를 순수하게 놀러 갔다면 분명 재미있게 즐겼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끌벅적하고, 굿즈도 많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입장에서는 아쉬운 행사였다. 취재가 재미 없던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기대와 달랐다.

물론, 중국은 알다시피 정부의 힘이 강한 국가다. 올해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 느껴졌지만, 혹시라도 중국 정부 당국의 논조가 바뀌는 순간, 수많은 중국 게임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1년 만에 차이나조이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게임 쇼'로 탈바꿈시켜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차이나조이가 아쉬웠다고 해서 내년의 차이나조이까지 반드시 아쉬우리라 속단 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다.

 

올해 차이나조이 2023에서는 약 33만 8천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2022년 지스타(약 18만 명)의 2배에 달한다.
행사 자체의 잠재성과 경쟁력은 여전히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차이나조이 현장 취재팀, 현남일/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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