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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심포지엄에 모인 세계 석학들, 흉기난동 사건 '게임 탓'에 우려

"게임 탓은 사건의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것"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신동하(그리던) 2023-08-17 16:05:59
'게임 탓'이 다시 시작된 지금,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작금의 '게임 탓'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은 17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제2회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석학이 모여 의료, 예술, 스포츠,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의 영향에 관해 강의했다. 포럼은 18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다. 

포럼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WHO 게임이용장애 진단기준의 문제점,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중독'이 지목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 등이 나왔다.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김재석 기자




Q. 디스이즈게임: (게임이용장애) 진단 관련 이슈에 관한 최근 연구를 주제로 발표하는데, 실제 WHO의 진단 기준을 적용했을 때, 잘못 진단될 가능성은 없는지?

A. 브라단 스타서빅 교수(시드니대학교 정신의학):
 알다시피 논란의 여지가 많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 기준이 아직 정확하지 않다. 이 진단 기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 진단 기준이 얼마나 정확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과진단이나 오진단의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게임이용장애로 구분되지 않을 만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Q. 최근 검찰이 게임중독을 흉기난동 사건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게임중독이 살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나?

A. 한덕현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사와 사건을 봤다. 정말 게임중독을 직접적으로 지목한 게 맞냐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사건의 본질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게임을 흉내내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정신보건법과 관련 인식이 허술해서 일어난 일이다. 

사람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대로 된 평가나 진단이 이루어지는 과정 없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사건의 본질이다. 그 사람이 과거에 게임을 했다는 조그만 팩터가 침소봉대 되고 있어 정신과 의사로서 상당히 아쉽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보호받고 무서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흉내내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정신보건법과 관련 인식이 허술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는 한덕현 교수(가운데)

Q. 러시아 이민자 아동을 위한 학습에 게임을 활용했다. 게임에 대한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였을 것 같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나?

A. 김정수 교사 (원곡초등학교):
 기능성 게임을 이용해서 어떻게 학습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연구하고 있다. 이런 결과들이 계속 누적된다면, 학부모들과 다른 교사들의 인식이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연구해본 결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능성 게임이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연구를 통해서 교수학습 모델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Q. 유럽에서는 게임이용장애 분류에 대해서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나?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A. 에스펜 올세트 교수 (코펜하겐IT대학교 게임학과): 유럽이라고 하더라도 (나라마다) 모두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답변은 어렵다. 내가 속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쪽은 이 같은 문제에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 게임과 사회 문제의 연관성이 사실 적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사회적인 사건들의 원인을 게임으로 보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일종의 문화와 즐길 거리로 활용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정신과 의사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두 분의 환자를 보고 계셨다.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었는데 사회적 관계나 소통으로부터 그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였다. 그분들이 즐겨 하던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 당시 의사가 이 환자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 사람들이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요소가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게임중독을 사건사고와 연관짓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는 에스펜 올세트 교수

Q. 게임은 어떤 속성 때문에 예술로 구분되는가?

A. 쥬노 킴 교수 (왕립덴마크예술학교 시각예술학과): 예술은 창의성이 강조되는 분야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분야도 예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요리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나는 시각 예술가로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예술로 보고 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비판적 사고이다. 이는 곧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구조적인 환경과 규칙에 질문을 던진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분해 두고 싶은 것은 게임 예술과 예술로서의 게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드리자면, 게임이 어떻게 사회에 배포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고다 생각한다. 경제적인 기준과 사회적인 상황을 보고 어떻게 게임이 배포되는지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여타 스포츠는 소유권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e스포츠는 종목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히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패치에 따라서 게임이 계속 변화해 공정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김기한 교수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e스포츠가 스포츠냐 아니냐를 많이 질문하는데 둘이 100% 같다면 e스포츠라는 용어를 달리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e스포츠에 스포츠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있고, 또 100년 넘게 발달해 왔던 스포츠의 시스템을 가지고 와서 게임에서 스포츠를 하는 것이 e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차이가 있고, 그 중 가장 큰 차이가 바로 IP가 있다는 것이다.

e스포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스포츠처럼 연맹이 IP홀더와 함께 주도적으로 경기와 대회를 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IP홀더의 존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e스포츠라는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주이다. 이것이 e스포츠 생태계의 본질이다.  

공정성 문제를 보면, 표준화된 룰이 있어야 하고, 동일한 룰을 모든 경기자들이 함께 적용을 받아서 결과에 양측이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그때, 그때마다 룰이 바뀌어서 경기가 끝난 다음에 진 사람도 내가 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긴 사람도 자기가 잃은 것에 대해서 떳떳하지 못할 때이다. 

단순히 패치가 많이 된다고 해서 공정성 시비가 있다기 보다는 그 패치가 얼만큼 공정성 있게 양측 선수들에게 균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Q.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등록에 관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A. 조현래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콘진원에서 코흐트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게임과몰입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어떤 사건이 생길 때 희생양을 만들기는 쉽지만, 어떤 것이 원인이고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게임 문화와 관련해서 다양한 포럼을 진행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Q. 신림동 살인사건 이후 검찰 발표에 대해, 외국에서는 이러한 발표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A. 브라단 스타서빅 교수: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살인 사건이나, 자살, 끔찍한 사고의 원인을 게임이용장애나 게임 중독과 결부시키는 것은 (사건을) 일반화해서 간결한 답변을 찾으려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분명히 끔찍한 행위의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뉴스를 보았고, 실제로 연구를 한 적도 있는데, 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사건에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사고의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쉽게 단순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A. 에스펜 올세트 교수: 조금 덧붙이자면,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일반적인 행위다. 이제는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대다.

게임과 폭력성 사이에서 여러가지 연구와 비교연구 결과가 있는데, 특히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서 조사했을 때, 몇몇 이들은 게임을 즐겼지만 반대로 몇몇은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총기 난사 사건을 자행한) 이들 중 글을 쓰거나 시를 짓거나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문학이 나쁜 것으로 분류된 적은 없다. 

A. 쥬노 킴 교수: 스웨덴에서는 중등 교육에서 게임을 교육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공부와 게임을 동시에 하고 있다. 게임이 사회적 문제였다면, 그런 교육적 장치를 마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건의 가해자가 되는 청년들을 조사해봤을 때, 사회적인 여건 자체를 만족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만족감을 찾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쪽의 원인을 함께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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