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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마블 영화는 덜 봐도 '마블 스냅'은 합니다, 어떤 매력 때문에?

심플하지만 치밀하다! 시스템 안에 숨겨진 확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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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10-18 18:18:04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영화를 더 이상 안 본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게임 시장에서도 <유희왕>, <매직 더 개더링>, <하스스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이하 룬테라) 등 유명한 TCG가 이미 충분히 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블 스냅>은 지난 1년 동안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과시했다.


정확히 1년 전인 2022년 10월 18일, <하스스톤> 디렉터 출신의 개발자 벤 브로드는 <마블 스냅>을 세상에 내놓았다. 6턴이 종료될 때까지 3개의 구역 중 2곳 이상에서 승리하는 심플한 룰 안에서도 촘촘한 전략을 보여주며 TGA 최고의 모바일 게임상을 비롯한 수상 경력을 기록했다. 단순히 한 판이 짧고, 가벼워서 많은 사람들이 즐긴 것일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5분이면 끝나는 한 판 안에서도 TCG 팬들이 원하는 로망을 '불쾌하지 않게' 담아낸 것이 가장 유효했다. 이번 분석 기사에서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이하 슬더스)처럼 PvP가 아닌 카드게임들도 함께 언급할 예정이다.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해온 카드게임 애호가로서, <마블 스냅>의 지난 1년을 돌아보려 한다.


<마블 스냅>이 벌써 1주년을 맞이했다. 단순해보이는 룰 안에는 어떤 차별성이 있었을까? 아직 부족한 점은 또 무엇이 있을까?


# 드로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도 된다

카드게임에서 '드로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덱에서 2장을 드로우하는 단순한 효과를 가진 <유희왕>의 '욕망의 항아리'는 금제(금지·제한) 목록에 항상 오르내렸고, 애니메이션에서도 시리즈마다 다르지만 "내 카드를 믿겠어", "샤이닝 드로우!" 등의 명대사(?)가 나온 것은 모두 핵심 카드를 덱에서 패로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마블 스냅>에서는 드로우에 대한 압박이 심하지 않다. 게임을 시작할 때 3장을 손에 쥐고, 턴마다 1장씩 드로우를 하기 때문에, 12장으로 구성된 덱에서 9장은 확정적으로 손에 쥘 수 있다. 


덱이 30장으로 구성된 <하스스톤>은 첫 손패 4~5장, 이후 턴마다 한 장씩 뽑아, 어그로덱 기준 10장 정도만 열어본 채 게임이 끝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마블 스냅>은 3~5분 내외로 한 판이 끝나는 짧은 게임을 지향한 것과 동시에, 턴 수 대비 덱 매수를 크게 줄였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운이 작용하는 드로우가 아닌 전략의 활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패가 말려서 졌다"는 경험을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하게 됐다. 


<마블 스냅> PC 버전 덱 구성 장면. <마블 스냅>은 12장으로 덱이 구성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12장 중 최소 9장은 손에 쥐어보게 된다.

그러나 '필요한 턴에 원하는 카드가 손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고려하면 <마블 스냅>의 드로우 또한 운에 의존하는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이런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카드를 다수 출시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독특하게도 <마블 스냅>이 제시한 대책은 직접적인 '드로우' 효과를 가진 카드를 출시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마블 스냅>에서는 조건에 맞는 카드를 바로 손으로 가져오는 '확정 드로우'가 매우 약한 카드로 등장했고, 덱에 남은 카드 수를 여러 방식으로 줄이는 '덱 압축'은 전무했다.


대신 <마블 스냅>이 메타 안에서 제시한 방식은 '카드 효과 복사' 및 '카드 비용 감소'였다. 덱, 필드에 있는 핵심 카드의 효과를 복사해 카드 의존도를 분산시키거나, 카드 비용을 감소시켜 낼 수 있는 턴에 여유를 주면서 게임의 흐름에 유동성을 만들어냈다. 


또한, 6턴으로 끝날 게임을 7턴까지 늘려주는 '림보' 구역으로 교체시켜주는 '매직' 카드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드로우를 한 턴 더 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카드를 낼 수 있는 코스트에도 여유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략을 구사할 확률이 높아졌다. 


덱, 필드에 있는 카드의 효과를 복사하는 카드를 통해, 같은 콤보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줬다.

앞으로 낼 카드 비용을 줄이거나, 게임의 턴 자체를 한 턴 늘리는 방식도 많이 활용됐다.


# '벽덱'이라는 문제에 '카운터'로 맞섰다

카드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 중에 '벽덱'이라는 단어가 있다. 상대가 뭘 하든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해 서로 벽보고 플레이하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내 콤보를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카드를 뽑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기도 메타'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전략을 구사할 확률이 높아지면, 특정 콤보만 바라보고 달리는 '벽덱'이 성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마블 스냅>은 이런 확률에 변수를 만드는 '카운터' 카드로 상대의 플레이를 계속 의식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마블 스냅>의 대표적인 카운터 카드들. 
'스파이더햄'처럼 상대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카드는 다른 TCG에서는 '불쾌한 경험'이라는 이유로 잘 등장하지 않는 카드다.
기존엔 '비용이 가장 높은 상대 손패'를 돼지(바닐라)로 만드는 것이었으나, 상대 패의 가장 왼쪽 카드를 돼지로 만들게 너프됐다.


또한, 카드 및 구역 효과로 해당 구역에 카드를 내거나 추가하는 것을 막는 전략도 다수 등장하면서, 카운터의 카운터, 견제에 대한 견제가 끊임없이 맞물리는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예를 들어, '스톰'과 '프로페서 X'로 구역을 봉쇄하면, 소환 및 이동에 제약이 없는 '제프' 카드로 반격하곤 한다. 구역을 가득 채울 때 스탯 버프를 주는 '엘사 블러드스톤'이라는 카드가 최근 등장해 많은 인기를 얻자, 상대가 구역에 3장을 채우면 '데브리' 카드로 마지막 칸에 바위를 채워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면 비용 1인 바위를 '킬몽거'로 파괴하는 것으로 상대는 다시 자리를 확보한다.


그리고 관찰력이 좋은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이런 카운터 카드들은 비용이 그리 높지 않다. 상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전략은 유지할 수 있는 비용적인 여유가 의도된 것이다.


구역 봉쇄가 성행하자 '제프'가 자주 채용되기 시작했다.


'엘사'에 대한 카운터 카드 '데브리', '데브리'에 대한 카운터 카드 '킬몽거'
엘사 덱은 저비용 카드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킬몽거를 편하게 쓸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절묘하게 밸런스가 잡혀있는 <마블 스냅>이다.

# 심플 이즈 더 베스트? 고점과 의도에 대하여

여담이지만 기자는 카드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과거 <하스스톤> 전설 등반도 매번 했고, 마이너한 인디 카드게임들도 자주 플레이하곤 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로 대표되는 스테이지 구성의 로그라이크, <킹덤하츠: 체인 오브 메모리즈>, <록맨 EXE> 시리즈처럼 카드 또는 칩을 스톡해 체인, 콤보 기술을 만드는 방식도 사랑한다.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중에 '고점'이라는 단어가 있다. 카드게임에서는 특정 덱 또는 아키타입에서 기대할 만한 전략의 최고 지점을 일컫곤 한다. 과거 <하스스톤>이 PvE 콘텐츠를 낼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는 이유에는 이런 '고점'의 딜레마가 있었다. 묘수풀이를 하듯 해당 덱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을 구사하지 않으면 깰 수 없게 설계된 구조가 문제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의도한 대로'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의도된 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받으니 수동적인 플레이 경험으로 전달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고점'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는 플레이를 지양해야 하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넣더라도 '운'이 전략을 지배할 정도의 힘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하스스톤>의 결투, 용병단이 왜 혹평을 들었을까?
PvP도 있었지만, PvE에서 '고점' 묘수풀이, '운'에 의존한 플레이 등이 지나치게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의 '유연함'이 재미 요소 중 하나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키워드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뉴비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 외에도, 앞서 언급한 '고점'의 딜레마 및 수동적 플레이 경험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시가 <룬테라>의 PvE 콘텐츠다. 챔피언마다 다른 전략을 부여하기 위해 '키워드' 수를 늘렸고, 이를 학습시키기 위해 PvE 콘텐츠가 발전했다. 이 안에는 '고점'을 찍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난이도의 스테이지도 다수 존재해, 운에 의존하면서도 특정 플레이가 강제되곤 했다.


<슬더스>와 유사한 게임들 중에서 키워드가 많은 다른 게임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특정 키워드가 단일한 특정 고점으로 곧장 연결되는 순간, 플레이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 전략을 경험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원조 맛집인 <슬더스>는 승천으로 '고점'을 끊임없이 끌어올리면서도, 왜 캐릭터와 키워드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았을까? 단일한 '고점'으로 귀결되는 '벽덱' 플레이와 플레이 패턴만 다르고 유사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키워드 양산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슬더스라이크 게임 중 하나인 <에인션트 갓>의 묘수풀이 '챌린지'. 신들의 수도 많고 키워드도 많다.
하지만 각각의 키워드의 고점 플레이는 제한적이고, 학습 경험은 반복적이다.

그렇다면 <마블 스냅>은 어떨까? 자주 사용되는 덱, 아키타입 즉 주류가 되는 '메타'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지만, 특정 '고점'이 만능이 되는 플레이는 잘 없다. 그런 덱 타입과 콤보가 존재해도 빠른 밸런스 패치로 너프된 사례가 많았다. 빠르면 일주일 만에 밸런스 패치가 진행된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마블 스냅> 개발팀은 "다양한 덱 타입이 공존할 수 있고, 서로 견제 가능한 메타를 지향한다"고 밸런스 패치를 진행할 때마다 밝혀왔다. 앞서 언급한 카운터 카드에 대응하는 유동적 플레이와 연결되면서, 12장으로 구성되는 심플한 덱으로도 '고점'의 기댓값이 한 지점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플레이가 만들어졌다. 


<마블 스냅>은 밸런스 패치를 매우 자주 진행한다. 
카드 채용률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버프, 너프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특징이다.
배경을 납득하는 것을 넘어, 메타 파악을 할 때도 도움이 돼 패치 노트를 읽는 재미가 있다.

# 약해진 마블, 밋밋한 보는 맛에서 발생하는 취약점

<마블 스냅>에도 물론 여러 단점들이 있다. 일단, 마블 IP와의 시너지가 약하다. 지난 1년 동안 <마블 스냅>을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ume 3> 개봉에 맞물려 해당 테마의 강력한 신규 카드가 출시됐던 때였다. 영화의 재미와 게임의 재미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던 순간들이었다.


반면, 최근 <마블 스냅>에서 메타를 뒤흔들었던 '로키' 카드 또한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로키> 시즌 2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으나, 드라마의 인기가 카드의 인기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더 마블스>는 어떠한가? '캡틴 마블' 카드 채용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기자는 톰 히들스턴의 연기도 사랑하고 '로키'라는 캐릭터와 카드도 모두 좋아한다. 
마블 IP를 높게 평가하기에 오히려 안타깝다.

<하스스톤>의 전성기를 기억하시는가? '옥냥이'를 비롯한 많은 스트리머들의 <하스스톤> 방송이 게임의 인기와 맞물려 큰 시너지를 냈다. <하스스톤>이 할 때도 재밌는 게임이지만, 볼 때도 재밌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그에 비해 <마블 스냅>은 로직과 의도를 알고 직접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재밌지만, 보는 맛이 좋은 게임은 아니다.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카드 연출은 간결하다. 관전의 재미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카드 효과에는 캐릭터 특성이 반영되어 있지만, 시청각적 연출이 빈약하니 원작 캐릭터에 대한 로망이 자극되는 감각이 부족하다.


몇몇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블 스냅>은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포지션을 잘 공략한 좋은 게임이다. 서비스 1주년을 맞아 10월 19일부터 10월 24일까지 매일 특별한 보상이 제공되니, 신규 유입 및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유저가 있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다.


<마블 스냅>이 벌써 1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출시될 카드들은 지금보다 더 멋진 연출이 동반되어
보는 맛도 함께 잡는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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